본인은 역시 반말이 편하기에 반말로 하겠다.
내 나이 21살, 푸르디 푸른 청춘을 구가하는 대한남아 청년이며, 가장 활발한 때를 누비고 있다.(백수지만...)
본인의 고향은 창원. 다니던 대학은 대구에 있었다. 수성대라는 대학이지.
암튼, 나는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을 만나러 열차에 몸을 싣고, 대구로 올라가서 술을 진탕이 되도록 마셨다. 한 4병은 마시고 그랬을 터이다.
배터리가 앵꾸났다고 난리 치는 본인의 스맛흐 폰을 보니 어느새 11시는 훌쩍넘었다.
친구 녀석들은 더 마시자고 하지만, 돈이라곤 돌아갈 열차비 밖에 없었고, 이쯤에서 간다고 했다.
나도 매우 아쉬웠지만, 어쩌랴..돈이 더 있었으면 마셨을 텐데...아무튼간에 대학가에서 버스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렸다. 술로 쩔어진 나의 정신과 몸은 비틀거리며 겨우겨우 막차 열차표를 끉고, 화장실에서 아주 약간의 단잠과, 울렁이고 버거운 내 속을 비워내고자 변기통에 앉은채로 있었다.
비록 술에 취했어도 나는 언제쯤에 집으로 갈 열차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화장실에 나와서 창원으로 가는 열차가 도착했다.
그런데, 왜 불안감이 왔을까? 종차역이 진주라고 얼핏 본 나는 신경쓸 겨를도 없이 열차에 올라서 내 자리에 눕다시피 앉았다. 그리고 잠이 들고 말았지.
"....님, 손님. 다 도착했습니다."
아아, 시간이 얼마나 흘렀던가?
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습관이 되어버리는 나는 코트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지만 배터리가 앵꾸나서 자동으로 사망하신 본인의 폰은 묵묵답답. 열차의 역장으로 보이시는 아저씨께서 나를 깨우시고 친절히 나의 가방과 이어폰을 챙겨주셨다. 그리고 난 내렸다.
"......어?"
뭐지?
여긴 어디냐.
내가 알고 있던 창원 중앙역의 풍경이 아닌데?
그렇다.
너무나 낮설은 열차역의 풍경. 분명히 이런 구조로 되어있지 않을터인데? 내가 대구에 가있는 동안에 개조 공사라도 했던가? 이러한 생각과 의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터덜터덜...그러한 발걸음으로 열차 플랫폼을 벗어나 열차역 입구에서 나온 나는 멍한 얼굴로 주변 풍경을 봤다.
분명, 창원 중앙역과 비슷하지만, 달랐다. 택시가 한 대도 없는 썰렁한 정류장...그리고 뒤를 홱 돌아보았다.
[진주역]
'와시X잠깐만'
딱 그 심정이였다.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냥 속으로 X됐다고 밖에....
코트 주머니에는 2개피의 담배와 앵꾸나버린 폰, 머리에 쓰고있는건 비니. 가방 속에는 바람막이와 후드티와 대구로 가기전에 샀던 미지근한 에너지 드링크가 전부.
게다가 돈은 단돈 3천원이 전부였다.
주위에는 공중 전화박스도 없었다.
연락수단도 없고, 나 홀로 밖에 없던 그곳. 썰렁한 진주역에서는 정적과 어둠, 가로등이 전부.
그때 나는 벤치에 앉아서 2개밖에 없던 담배를 하나 꺼내서 폈다.
술에 쩔었던 내 의식은 놀랍게도 멀쩡히 돌아왔다. 갑작스럽고 미칠듯한 상황에 처하자 정신이 돌아온 것이다.
"...어떡하지....."
10월 말의 추위는 한겨울의 추위마냥 매우 추웠다. 올겨울의 추위 강도를 미리 예고라도 하는 것처럼 추위는 무자비하게 나를 사정없이 공격해댔다.
휘날리는 저 담배 연기마냥 내 생각들은 산산히 흩어졌다.
이러한 상황을 처해본 것은 사실 처음이 아니였다. 이번이 세번째다.
아무리 세번째로 겪는다고 해도 절대로 침착하지 않았다.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였다.
첫번째로는 연락수단인 폰의 배터리가 완전 충천되어, 아주 그냥 빵빵하게 3개씩이나 있었는데, 그때의 나는 예비 배터리가 없었다.
시내로 가야하나?
시내로 가서 거지처럼 길바닥에 앉아서 구걸이라도 해야하나...그렇게 하기엔 나의 쓸데없는 프라이드가 용서하지 않았다. 나는 사내였기에 과감히 미친 짓을 시행했다.
"그래, 우리 아버지나 어머니 세대들은 먼길을 걸어서 국민학교를 등교했다고 했지. 옛날 조상님들은 과거를 보러, 먼 지방에서 한양까지 걸어갔었어. 허준도 의원 시험을 보러 걸었다고 했잖아."
그렇게 스스로 자기 위로를 한 나는 걸었다.
그리고 맨 처음으로 발견한 이정표는 창원으로 가는 방향이 있는 이정표였다.
지금도 생각해보지만, 왜 하필 열차역을 시골이나 그러한 분지쪽에 배치를 했는지 생각한다. 좀 도시랑 가까우면 안돼나 싶다.
어쨌거나 저쨌거나...나는 이정표를 확인하며 걸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아니 이미 진입을 했을 적에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발길을 돌려야했다.
내가 걷고 있던 곳은, 다름 아닌 [국도]였다.
국도는 어둡다. 단지 이렇게 표현을 하겠다. 국도에는 가로등 같은게 배치되어있지 않았다.
그저 칠흑같은 어둠에 시야가 순응이 된 내 눈만 믿고 무작정 걸었던 것이다.
다시 이정표를 발견했다.
『창원 69km, 부산 118km』
.....돌아갈까?
그렇게 하기엔 나는 너무 멀리왔다고 생각했다. 이미 멀어진 진주역은 저 멀리서 보일 뿐...되돌아가면 또 시간을 잡아먹을것이 뻔했다. 도대체 무슨 용기와 배짱으로 그대로 걸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또 쓸데없는 그놈의 프라이드 때문이리라.
1km가 어떻게 보면 길지만, 짧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선 절대적으로 길었다.
자동차, 바이크, 자전거로는 단숨에 이동하는 거리이지만, 걸어서 가기엔 너무나도 먼 거리였다.
한참을 걸었는데, 겨우 1km. 포기할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동시에 돌아갈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미 말했듯이 돌아가기엔 이미 늦어버렸다.
시간도 시간이였고, 거리도 거리였지만, 무엇보다도 국도를 홱홱..하고 달리는 차들이 문제였다.
그대로 되돌아 걸었다간 큰 사고가 일어날 것이 뻔했다. 그래서 걸었다.
1시간에 5km를 걸었다.
미칠 것같다. 다리 아파
2시간에 10km째다
내가 미쳤지
3시간......
"으아라ㅓㅇ라어러ㅏㅇ라아아아아아악!!!!!!!!!"
머릿속에선 빅뱅이 일어났다.
멘붕을 겪고 이미 유리멘탈이 되어 산산히 부서진 나는 무슨 국제 대학교라는 것을 발견했다.
저 건너편에 있는 학교였다. 그쪽으로 넘어서 가서 연락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연락이라도 해볼까? 했지만, 차가 언제 튀어나올지 몰랐다. 어두운 그 국도에서 리얼 생존물을 찍던 나는 더 이상의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내 목숨은 소중하니까.
그래서 다시 걸었던 나는 왠 터널이 보였다.
그래, 언젠가 차창에서 얼핏봤던 터널의 그 전화기가 생각났다.
저 전화기가 구조 수단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나는 터널에 들어가서 그 전화기 함을 열었다.
"....?? 다이얼 번호가 없네?"
있는 거라곤 빨간 버튼 하나와 수화기.
그게 전부였다.
게다가 언제 관리를 안했는지 전화기 함은 먼지로 가득, 녹이 슬어있을 부분은 이미 슬어있었다.
그래도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전화기 함에 붙여져있는 지시사항 대로 빨간 버튼을 누르고 수화기를 들었다.
"살려주세요. 저기요. 듣고 있어요? 진짜 살려주세요."
그 말을 몇번 했을까? 국도 관리하는 아저씨가 와서 무슨 일이냐며 올까봐 기다렸다. 10분을 기다렸을 거다. 하지만 오지 않았다. 더 이상 기다려봤다 무의미하다고 느낀 나는 다시 걸었다. 이미 아파오는 발과 다리이지만,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걷는 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 슬슬 목이 말라오기 시작했다.
터널을 벗어나서 꽤 걸었던 나는 국도에 배치되어있는 운전자 쉼터 같은 곳에서 그대로 주저 앉았다. 가방 속에는 미지근한 캔 음료수를 기억하고 그것을 꺼냈다.
그런데, 그것은 놀라울 정도로 차가웠다. 마치 냉장실에서 꺼내온 것처럼 차가웠었다.
당분이 필요했던 나는 그 에너지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 순간, 《온 몸에 전기를 맞은 것 마냥, 전신에는 활발한 기운이 돌았다.》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직감했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였지만 맘껏 들이마셨다.
절반 이상 남아있던 음료수를 아껴먹자고 생각했지만, 걸을때마다 어째서인지 목이 말라왔다.
걸을때 마다 한모금, 한모금....그렇게 동이 나버린 음료수...마지막 한 방울 까지 마시고자 털었지만 나오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갈증』이라는 욕구이 샘솟았고, 본능적으로 『물』이 있을 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도 한가운데에는 그러한 것이 있을리가 없다. 하는 수 없이 걸었다.
그렇게 또 걷다가 왠 공장 특유의 금속음이 들렸다.
지금은 기억이 갸물갸물하지만, 아무튼 그러한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게 1시간 넘게 걸었는데도 불구하고도 그 소리는 계속 들렸다.
그리고 어느덧 왠 식목원같은게 있었다.
지나쳐서 걸었다.
강이라는게 얼마나 거대한지를 아는가?
차에 있으니까 그저 지나가는 배경이였겠지만, 그 광경을 목격한 채로 걸어보아라.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것을 목격했다. 이름 모를 어떤 강의 폭이 못해도 300m는 되어보였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그 장관을 뒤로하며 나는 다시 걸었다.
그리고 왠 주유소를 발견했다.
다시 말하지만 기억이 갸물갸물하다. 대충 기억나는 대로 적는다.
발견한 주유소는 개인이 운영하는 주유소인 것같았다. 수돗가라도 있을 까봐 잠시 서성였는데, 왠놈의 개가 날보고 맹렬히 짖었다. 나는 욕지거리를 뱉으며 걸어갔다. 주유소에서 확인한 시간은 3시 40분. 내가 4시간동안 대충 걸었던 거리는 아마도 17km가 될지 싶은데....거리면에선 자신이 없다. 그만큼 걸었는지 기억이 제대로 나질 않는다.
주유소를 벗어나서 다시 걸었는데, 국도에는 거대한 변수가 생겼다.
바로 안개다.
안개 때문에 시야가 제대로 확보가 되질 않았다.
안개를 물리치는 건, 지나가는 차들의 헤드라이트 뿐. 사람의 시야로 보이는 거리는....그때의 경험으로는 40m가 한계였다. 40m 외로 뭐가 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헤드라이트가 있다고만 확인 할뿐, 거리조차도 확인하는게 불가능했었다.
이미 지치고, 더 이상 힘들어지고, 아무리 걸어서 창원까지 가더라도 하루 이상의 시간을 소비를 해야 도착이 될 것같아서 나는 히치하이킹을 시도를 했다.
그러나 그것은 미친 짓이였다.
어느 누가 국도에서 히치하이킹을 시도를 하며, 시도를 해서 차가 멈춘다고 해도 뒤에 오는 차가 갑자기 멈춘 차를 제대로 피할 수 있을까? 그러한 위험한 시도를 몇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1시간당 5km라고 했었다. 내가 걸었던 거리를 계산해서 걸은지 5시간하고도 조금 더 되었다고 판단할 즈음, 이미 해가 밝아오기 시작했다. 걸어가면서 새벽의 어둠이 사라지고 여명의 아침이 되가는 그 과정은 참으로 신비롭다고 생각했었다.
해가 밝아오는 것은 나에게도 희소식이였다.
어두운 상태에서 시도했던 히치하이킹은 실패의 연속이였지만, 해가 밝아오는 그때 그 시점에서 시도하는 히치하이킹은 확률적으로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
이정표를 다시 확인하고 내가 걸었던 거리를 다시 계산했다.
총 27km를 걸었다.
그쯤에 나는 열심히 히치하이킹을 시도를 했다.
화물차에게는 시도를 하지 않고, 그냥 보내고, 되도록이면 승용차에 시도를 했다.
5대의 화물차가 지나가고, 열 몇대의 차가 지나갔다.
그리고 한대의 하얀 승용차가 멈췄다.
구식 아반떼였다.
그 차의 운전자는 비상 라이트를 키며 멈춰세웠고, 보조석에 있던 자신의 서류 가방을 뒷자석에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으아아앙라아아ㅏ아앙아아악!!!! 살았다! 살았어! 난 승리했다고 시X놈들아!!!"
도대체 어디서 났는지 모를 힘이 솟았다.
희망을 발견한 나는 그 차에 달려갔고, 운전자는 친히 차문을 열어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하십니다..."
"..어디서 오신거예요?"
"지, 진주역에서....걸어서 이렇게..."
"...진주역이면.......여기까지 걸어서....5km에 1시간을 잡고.....총 6시간 이상 걸으셨네요."
"하, 하하하......"
차의 전자시계를 확인한 나는 6시 20분인 것을 확인했다.
친절한 그사람은 마산 방면으로 가신다고 했다.
마산이라도 좋다. 마산이 내 집이고, 진해도 내 집이다. 장유라도 좋았다. 그 세곳 중 어디에 내려줘도 창원으로 가는 방면의 버스는 많았으니까.
어느덧, 내서 방면으로 가서 마산 끝자락에 내려주신 그분은 버스 정류장에 내려주셨다.
버스 정류장에는 많은 여학생들이 있었지만, 부끄러움 없이 나는 나를 태워주신 그 운전자께 고개를 몇번이고 숙이며 말했다.
"감사함다! 진짜로 감사함다......"
운전자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직장으로 향하였고,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는 여학생들은 보던 스맛흐 폰이나 보았다.
다시 생각하지만, 난 정말로 미친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
세번째로 이러한 일을 겪은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남자』는 모름지기, 주머니 속에 『5만원』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항상 가방 안에는 『껌과 물』, 칼로리를 보충할 수 있는 『빵이나 초코바』같은 걸 들고 다녀야 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