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그냥 자려고 했는데 오늘 밤에 봤던 고등학생 커플을 보고 예전에 내가 느꼈던 풋풋함과 설레임을 다시 한 번 느낀거 같아 그냥 여러분들께 전해드리고 싶어서 글을 씀 ㅋㅋㅋ
(음슴체로 돌입 !!)
나는 집은 사당역 부근인데 알바를 안양쪽에서 하고 있음. 마감까지 다 하면 밤 10시 넘기는 건 기본이고, 끝나면 늘 내 몸은 녹초가 되기에 버스에서 창 밖을 보며 음악 듣고 멍때리는게 일상이 됨.
그냥 오늘도 평소처럼 음악을 들으며 창 밖을 보고 있었음. 힘드니깐 바깥 경치 구경하는 건 사치고 그냥 내 눈은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은 상태로 눈동자만 바깥을 향하고 있는 기분 ??
그러다가 8차선 도로에서 버스가 신호등에 걸림.근데 밤 11시가 거의 다 되어가서 8차선이라고 한들 신호등을 건너는 사람은 거의 없었음. 나는 그렇게 그냥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호등 반대편에서 어떤 한 사람이 매우 다급하게 뛰어오고 있는거임.
근데 그 사람은 신호등에서만 뛰어오던게 아니었음. 버스가 신호등으로 인해 정차해 있었을 때 난 그냥 계속 반대편도로를 보며 멍을 때리고 있었는데 족히 50m가 되는 거리를 전력질주로 뛰다가 그 속도로 신호등까지 건너서 내가 타고 있는 버스를 탄거임. 근데 그 사람이 멀리서부터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던게 밤 늦게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고 내가 보고 있던 장면에서 움직이는거라곤 그 사람밖에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게다가 속도도 장난아니게 빨랐기에 나는 버스를 타고 안으로 들어오는 그 사람을 유심히 쳐다보게 됨. 한 손에는 교과서 같은 게 들려있었고, 옷은 그냥 츄리닝 바지에다가 후드집업을 입어서 그냥 동네에 뭐 사러 가는 사람 같았음. 근데 얼굴을 자세히 보니 앳되 보이는 얼굴이었고, 손에 든 책을 자세히 보니 한국사 교과서였음.
내가 요새 버스를 타고 알바 왔다갔다하면서 버스 안에서 핸드폰으로 게임 하는 사람은 수도 없이 봤지만 교과서를 들고 버스에서 읽는 사람은 못봤기에 되게 신선했음. 호기심으로 계속 보니깐 고등학생의 느낌 ?? 딱 학생의 티가 있었음. 근데 키도 되게 컸고 인물도 매우 훤칠했음.
난 맨 뒤에 앉아있었고 그 학생은 내 맞은 편 자리에 자리를 잡고 진짜로 한국사 책을 펼치고 매우 진지하게 정독하고 있는거임. 난 속으로 요새 국제정세도 말이 많은 시기에 정작 우리나라 학생들은 한국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기사를 읽었었기에 저 학생은 참 괜찮은 것 같다라고 생각함.
그리고나서 그 학생에 대한 호기심이 누그러질 때 쯤 그 학생한테 전화가 왔나봄. 전화 내용은 대충 자기는 지금 심부름 나왔다고하고, 전화 받는 사람한테 사당역에 도착하면 도착하자마자 전화하라고 이 정도 내용 ??
난 그래서 이 학생도 사당역 가는구나 싶었음. 그리고 그게 끝이었음. 그런데 또 5분 정도 있다가 전화가 옴. 그 때 내용은 한국사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자세히 알고보니 그 학생이 서울대를 준비하는 학생이었나봄. 전화받는 사람한테 자기 지금 공부 되게 열심히 하고 있다고 걱정말라고 안심시키고 오히려 그 받는 사람보고 언제 사당역에 도착하냐고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어봄. 그리고 지금 자기 전화 받을 수 없는 장소라면서 전화를 끊겠다고 말함. 그 때 버스에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전화도 안하고 사근사근하게 말하다가 끊는 거 보고 한번 더 저 학생 요즘 학생과는 다르게 예의가 바른 것 같다라고 생각함.
(아 원래는 mp들으면서 집 가는데 그냥 통화내용에 귀가 쫑긋해짐ㅠㅠㅠㅋㅋㅋ)
그냥 그렇게 있은 후 사당역에 도착을 했고, 나도 집이 사당역이니 사당역에서 하차를 했음. 근데 또 그 남학생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신호등으로 전력질주를 하는 것임. 난 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저리 급하게 가는건가하고 의아해했지만 그냥 그러려니하고 집으로 감. 우리 집에 가려면 신호등을 건너야하는데 아까 그 남학생이 신호등에 걸려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걸 봄. 아마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신호등에서 걸려서 발이 묶여있었던 듯 함. 그러다보니 난 천천히 걸었음에도 그 남학생과 같이 신호등을 건널 수 있었음. 근데 그 남학생은 또 신호가 바뀌자마자 전력질주로 도로를 건너감. 난 속으로 '쟤 또 저렇게 뛰네.'라고 생각하며 어디로 뛰어가나 그냥 눈으로라도 쫓아가 봄.
근데 그 학생의 발걸음이 멈춘 곳엔 한 눈에 봐도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있었음. 그 남학생은 살금살금걸어가더니 그 여학생 뒤로가서 갑자기 백허그를 하는 거임. 또 속으로 '뭐야 쟤네ㅋㅋㅋ 결국 여자보려고 이렇게까지 전력질주 한거였나? 암튼 남자들은 참 ㅋㅋㅋ' 이러면서 속으로는 되게 부러웠음.
근데 그 커플이 있던 곳은 우리집 방향으로 가는 길이었기에 난 어차피 그 옆을 지나갔어야 했음. 그래서 옆을 지나가는데 대화내용이 살짝 들리길래 흥미가 생겨서 계속 듣게 됨.(ㅈㅅㅈㅅ 원래같으면 집 갈텐데 남학생이 워낙 요즘 학생들과 다르게 인성이 바른 학생같아서 계속 호기심이 가서 엿듣게 됨 ㅠㅠ)
여학생 : 뭐야!! 너 심부름하러 슈퍼갔다면서!!
남학생 : 바보야 지금 시간을 봐라. 너가 11시에 서울역이라고 하는데 대체 집에 언제가려고 그랬었냐. 도무지 잠이 와야지. 그나마 너가 오늘 프로젝트 갔다고 하니깐 이렇게까지 온거야.(올ㅋㅋㅋ 어린것이 요것봐라 ㅋㅋㅋ)
여학생 : 야 그래도 너네집에서 여기가 몇분거리인데.!! 지금 시간도 완전 늦었고!! 공부는 또 어떻게 하고 !! 아 내가 이래서 너한테 밤 늦게 어디라고 연락안했어야 하는건데(속으로 와주긴 바랬을거면서 ㅋㅋㅋ)
남학생 : 이거봐 한국사 교과서!! 걱정마 서울대 꼭 갈 수 있어. 나 너가 걱정할까봐 버스에서 내내 정독했어 진짜야(내가 그 여학생한테가서 진짜로 이 학생 버스에서 정독했다고 말해주고 싶었음 ㅋㅋㅋㅋㅋ)
여학생 : 아 몰라. 암튼 근데 진짜 감동이다. 땀은 또 왜 이렇게 흘려.
남학생 : 아 옷이 되게 두꺼운건가 보다.(아까 말했듯이 이 남학생 그냥 츄리닝바지에 후드집업입고왔었음. 전력질주만 세차게 해서 땀이 흐른 걸 이 학생은 또 옷이 따듯한거라고 둘러댐.... 여자친구가 걱정할까봐 그랬나봄.) 그리고 다행이다. 시간 맞춰서 와서 ㅋㅋㅋ
여학생 : 내가 이 시간에 여기있는건 어떻게 알고 왔어 ㅠ
남학생 : 요새 스마트폰은 좋아져서 너가 아까 서울역에서 환승했다고 했을 때 사당까지 오는 지하철이 몇분에 사당 도착하는지까지 다 나오더라 그래서 플랫폼에서 버스 정류장오는데까지 시간도 다 계산하니깐 지금이 딱 그 시간으로 나오더라고.
여친 이 다음에 폭풍감동 ㅋㅋㅋㅋㅋ 근데 웃긴건 나도 그 때 그 남학생 얘기듣고 감동받음 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아니 대체 내가 왜 그 얘기를 듣고 감동을 받은건지 ㅋㅋㅋ 참 그 풋풋한 둘의 모습이 보기 좋았음.
그냥 암튼 난 저 대화내용을 괄호에 쓰여진 내용처럼 혼자 평론하고 난리가 났었음 ㅋㅋㅋ 아 근데 들으면 들을수록 그 남학생 진국인듯 그냥 옆에서 엿듣고 힐끔힐끔 쳐다봤는데 서로 바라만봐도 좋은지 계속 아무 말없이 쳐다만보고 웃기만 함.
ㅋㅋㅋ 아 그냥 이런거는 일기에 썼어야 하는건데 님들 죄송 ㅠㅠ
암튼 정리하자면
밤 11시에 남자친구가 여자친구가 늦은 시각에 혼자서 집에 온다는 연락을 듣고 옷도 그냥 대충 걸치고 멀리서부터 전력질주를 해서 버스에 탐.
버스에 타선 한국사 교과서를 펼치고 정독을 하며 열공을 함.
여친한테 전화가 왔을 땐 공공장소라서 조용조용 말을 하고 통화가 길어질 것 같으니 이따가 전화한다고 함( 근데 생각해보면 여자친구 놀래켜주려고 일부러 전화 빨리 끊으라고 한 거 일수도 ?? ㅋㅋㅋ)
그리고 여자친구가 자기 때문에 공부 못하는거 걱정할까봐 버스에서 내내 공부함.
밤 11시 20분 쯤 버스 기다리고 있는 여친 뒤에서 백허그(여친 놀람 반 감동 반인듯싶었음)
전력질주해서 땀 난거 유니클로 옷이 좋은거라면서 여친 걱정 덜어줌ㅠㅠ
그리고 이 모든 시간계산은 남학생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진 스토리였던 것ㅠㅠ 여친 늦은시간에 위험하니깐 밤에 서둘러서 옷만 걸치고 사당역까지 데리러 온듯싶음. 게다가 그 남학생은 서울대를 준비하는 엘리트학생ㅠㅠ 여친사겨서 서울대 못가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ㅋㅋㅋ 암튼 버스에서도 한국사 진짜 초 집중해서 읽는모습보면 서울대 갈 것 같기도 ???
ㅋㅋㅋ요새 알바에 치여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이 남학생의 진심어린 행동을 보고 그나마 힐링이 된 듯 ㅋㅋㅋ
그 남학생 이름은 모르는데 !! 참 인물이 훤칠하고 키도 크고 어깨도 넓더구나 꼭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 가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