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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아니게 양다리네요...

나쁜사람 |2008.08.31 01:49
조회 547 |추천 0

별로 잘난 건 없습니다.

20대 중반의 여자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외모도 그냥 그냥 평범한 편입니다.

 

독립을 하고 싶어 무작정 첫 직장을 타지로 정했답니다.

타지로 왔더니, 아는 사람도 없었고..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와도 슬슬 소원해지게 되더군요.

결국 헤어지게 되었구요. 그게 작년 연말이네요.

 

남자친구와 헤어지기 전쯤, 한참 안좋았을 때, 어떤 남자분을 알게 됐어요.

제가 근무하는 직장에 가끔 오시던 분인데, 그 땐 그냥 일로 아는 분이었죠. 관심도 없었으니, 그 분의 이름이 뭔지, 나이가 몇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한참 힘들었죠.

타지로 왔더니 심심하고, 직장에서 신입사원이라 많이 혼나고.. 상사와도 힘들고..

정말 내가 왜 괜히 이 고생을 했나 싶고.. 하루하루를 많이 힘들게 지냈습니다.

집에 와서 펑펑 운 게 몇 날 며칠인지 모르겠네요.

 

그 분과는 우연히 친해졌어요.

평소에는 눈마주침도 안 하던 제가, 인사도 대충 하던 제가, 그 날은 이상하게 웃으면서 인사하고, 대화도 즐겁게 했답니다.

이후에는 저녁도 먹고, 영화도 같이 보고..

그러던 어느 날 그 분이 제게 고백을 했죠. 사귀자구요.

타지에 아는 사람도 없었는데, 저에게 참 잘해준 그 분이 솔직히 참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여자의 사랑한다는 말은 고마움을 포함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 그 분에게 고마운 적이 참 많았거든요.

그래서 사귀게 됐습니다.

 

그 분에 대해 간단히 말을 하자면,

저와는 나이 차가 많이 납니다. 그 분은 30대 초반이고, 저는 20대 중반이죠.

연봉도 차이가 납니다. 제 연봉의 2배는 버는 것 같네요;

집도 차이가 납니다.

우리집은 참 가족이어도 다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느낌인데,

그 분의 집은 화목한 느낌이 듭니다.

저와 비교해서 그 분이 결코 처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를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따뜻하고 순수한 분입니다. 30대 초반의 나이인데도요..

 

지금 만난지 200일이 다 돼 가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분은 일하는 시간이 참 깁니다.

야근도 많고, 휴일도 없다시피 합니다.

처음엔 사랑으로 극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처음과는 다른 그 분의 행동이 점점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매일 저를 보러 오던 그 분은 점점 2-3일에 한 번, 5일에 한 번, 1주일에 한 번..

그나마 연락은 매일 1번은 옵니다.

중간에 여자문제로 한 번 크게 다투기도 했었구요.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고, 그냥 좀 의심갈 만한 연락을 하고 지내서 소리 높여 싸웠습니다.

물론 사귀다 보면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해서 소홀해 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제가 옹졸해서 그런 건지, 제가 이해심이 모자란 건지,

전 이 사람이 날 안 사랑하는 건가, 마음이 변한 건가, 이젠 너무 편해진 건가..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점점 지쳐갔습니다.

 

이렇게 속앓이를 하던 제게는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제가 살던 지역에 있는 친구죠.

남자인데도 정말 편하게 느껴지는 친구였습니다.

여자분들은 아실 겁니다. 남자친구로는 아닌데, 그냥 친구로는 정말 제격인 그런 남자;;

저는 그 친구에게 전화를 가끔씩 걸어서 화난 것이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풀곤 했죠.

이 친구와 통화를 하고 나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즐겁게 변한 저를 볼 수 있었거든요.

한 두달 전부터 친구와의 통화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남자친구가 된 그 분에 대한 저의 생각, 속상한 부분을 얘기하면서 위로받곤 했죠.

2주에 1번, 1주일에 한 번, 3일에 한 번, 매일.. 그렇게 그 친구와의 통화는 잦아졌습니다.

 

얼마 전 급기야 남자친구와의 연락이 끊겼습니다.

전에 비해 너무 소홀해 진 남자친구에게 제가 화를 낼 요량으로 만나자 그랬고,

이야기하던 끝에 남자친구가 힘들어하며 연락을 당분간 하지 말자고 하더군요.

서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구요.

속상했습니다. 그냥 이 순간을 계속 생각하기 싫었어요.

주말에 맞춰 원래 집으로 내려가 친구들을 만나며 즐겁게 보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재밌게 놀았습니다.

남자친구인 그 분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계속 생각이 나더군요.

그 친구 생각이 났어요. 그 친구라면 나의 이런 마음을 잘 달래줄 것 같았죠.

그래서 찾아갔습니다.

힘들어하는 저를 그 친구는 참 따뜻하게 대해 줬어요.

그렇게 그 친구와 주말을 보냈습니다. 함께 자면서 키스를 했고, 그 이상은 하지 않았어요.

키스를 한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엎지른 물이 된 거긴 하지만,

왠지 그 이상 스킨십을 하게 되면 제가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하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 주말을 보내며 뜻밖의 말을 들었네요.

전부터 제가 계속 신경쓰였답니다.

자신과 비슷한 것 같아 챙겨주고 싶었답니다. 나와 이렇게 있으니 참 행복하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왜 타지에 있는 저에게 계속 연락을 했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매번 저에게 다른 여자들한테 전화도 안 한다면서 너한테는 한다고 했던 것도 이해가 갔습니다.

그렇게 주말을 함께 보내고 일터가 있는 현재의 거주지로 왔습니다.

 

전 이거 아니면 저거인 사람이라 이제는 그 분과 헤어져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과 키스까지 한 제가, 더 이상 그 분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연락을 해서 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을 보는 순간, 왜 그리고 눈물이 날 만큼 반가운지..

도저히 헤어지자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겁니다.

그 분은 저와 헤어지게 될 줄 알았는데, 연락이 온 거 보니 이젠 결혼하는 일만 남았다고 합니다...

순간 막막해지더군요.

이 사람을 배신했는데 내가 어떻게 이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말이 안 나옵니다.

이 때까지 저 만나기 전에 여자에게 정말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인데..

결혼까지 생각하는 이 분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도저히 할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힘들어할 지.. 눈에 너무 선합니다...

제가 정말 나쁜 여잡니다... 너무 미안해 죽을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아직 이 분과 헤어지지 않은 거요.

제가 남자친구와 헤어질 때까지 기다릴 모양입니다.

 

둘 다 놓아주던지, 아니면 적어도 남자친구와는 헤어져야겠죠?

저 같이 나쁜 여자는 남자를 만나면 안 되겠죠?

피도 눈물도 없다며 매정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제가,

이렇게 질질 끌면서 두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전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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