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 의식. 하루를 마치 종교적 의례처럼 여기는 엄격한 태도이다. 일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용한 도구,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반복적 행위.)
(앤서니 트롤럽의 '바체스터 연대기'를 원작으로 한 BBC 미니시리즈의 한장면)
하루 세 시간의 글쓰기 습관
트롤럽은 이른 아침에 글을 쓰는 변함없는 습관 덕분에 47편의 장편과 16권의 다양한 책을 써낼 수 있었다. 트롤럽은 12년간 살았던 잉글랜드의 월섬에서 행한 집필 방법을 [자서전]에 비교적 자세히 소개했다. 당시 그는 중앙우체국의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트롤럽은 1834년 우체국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33년 뒤에 퇴직했다. 그때 그는 12편이 넘는 소설을 발표한 뒤였다.
“나는 기계처럼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책상 앞에 앉았다. 나 자신에게 엄격한 것도 내 습관이었다. 나를 잠에서 깨우고, 그 역할로 연간 5파운드를 더 받은 늙은 하인도 자신에게 무척 엄격했다. 월섬 크로스에서 보낸 기간 내내, 그는 내게 커피를 가져오는 의무에 단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었다. 따라서 내가 지금까지 이룬 성공에 어느 누구보다 그에게 많은 빚을 진 기분인 건 당연하다. 이른 시간에 시작한 덕분에 나는 아침 식사를 위해 옷을 갖춰 입기 전에 제대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내 생각이지만 문학인으로 사는 사람, 즉 문학 노동자로 매일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하루 세 시간의 글쓰기로 많은 작품을 써낼 수 있다는 내 주장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그 세 시간 동안 끊임없이 작업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몸이 단련돼 있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단어를 찾아낼 때까지 멍하니 앉아 펜을 물어뜯고 눈앞의 벽을 쳐다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정신 훈련이 돼 있어야 한다.
당시 나는 앞에 손목시계를 놓아두고 글을 쓰며 15분에 250단어를 쓰려고 애썼고, 그것을 습관으로 발전시켰다. 이 방법은 지금도 여전히 나를 옭아매는 습관이지만, 얼마 전부터 나 자신에게 조금 관대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손목시계의 바늘이 어김없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듯 15분에 250단어를 쓰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세 시간을 글쓰기에만 온전히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전날 쓴 작품을 다시 읽었다. 대략 30분쯤 걸렸는데, 단어와 구절의 소리를 귀로 평가하는 시간이었다.
시간을 이렇게 분할함으로써 나는 하루에 10페이지의 글을 쓸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10개월을 꾸준히 작업했다면 1년에 세 권으로 이루어진 소설 세 편을 완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패터노스터 거리에 있는 출판사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세상의 소설 독자들이 한 작가에게 기대하기 힘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 양이었다.”
트롤럽은 세 시간이 되기 전에 작품이 마무리되면, 깨끗한 종이를 꺼내 곧바로 다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런 근면한 습관은 상당한 명성을 누렸던 그의 어머니 프랜시스 트롤럽에게 영향을 받은 듯했다. 프랜시스 트롤럽은 쉰세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도 여섯 자녀와 병든 남편을 부양하느라 돈이 절실해서 시작한 것이었다.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으로 생활하면서도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시간을 어떻게든 짜내기 위해, 트롤럽 부인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전까지 글을 쓰는 데 열중했다. / 391p~393p
- 앤서니 트롤럽 (1815~1882) 영국의 소설가. 대중적인 성공의 그늘에 가려 사후에도 오랫동안 문학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정확하고 냉정한 묘사와 평이한 문체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정치소설이나 상당한 심리적 통찰이 필요한 소설에도 재능을 보였다. 대표작으로 [구빈원장]. [바체스터 교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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