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의 모든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한다'
박정희가 1965년 일본과 체결한 '한일협정' 부속형정 1조입니다. 이 짧은 문장은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발목 잡히는 원인이 됩니다. 일본 극우는 이 청구권 조항을 근거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보상 및 사과 요구를 일축합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법정에서 호소할 때도 이 조항때문에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이 조항으로 협정을 체결한 박정희는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박정희가 한일협정을 체결한 이유는 '경제'였습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본 지원이 필요했습니다. 문제는 지난번에도 언급했듯이 협정 체결 중심에 극우파 기시 노부스케와 접촉했다는 것입니다. 기시는 에이급 전범입니다. 에이급 전범이 대한민국에 대한 일본제국의 책임을 인정할 리가 없습니다. 급기야 그의 외손자인 아베는 지금 침략행위까지 부정하며, 일본제국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일본제국주의는 35년 동안 식민통치했습니다. 하지만 박정희는 식민통치에 대한 사죄조차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일본에게 사죄를 받아냈다면, '한일병합'이 불법임이 드러납니다. 한일병합이 불법이면, 35년 식민지배 자체가 불법이므로 35년 불법지배에 대한 법적, 경제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정희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박정희에게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한일협정 체결 직후에도 분노는 컸습니다. 성유보 희망래일 이사장은 지난 6일 <한겨레신문> '길을 찾아서'에서 "1965년 8월14일 한일조약이 국회에서 비준된 뒤에도 한동안 시위가 계속되었다"면서 "민중당, 통일사회당(대표최고위원 김성숙), 조국수호국민협의회, 대일굴욕외교 반대 범국민투쟁위원회, ‘한비연’, ‘한일협정 반대 서명교수단’ 등이 “야당 없는 공화당만의 국회 비준 통과 강행은 명백한 위헌이며 따라서 비준안은 무효”라고 선언했고, 8월15일부터 월말까지 대학들과 고교들에서 ‘비준 무효’를 주장하는 시위가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정희는 이를 강제로 진압했습니다.
박정희 정권은 ‘비준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학생 시위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압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데모 학교는 폐쇄조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내무부는 검찰에 대일굴욕외교 반대 범국민투쟁위원회, 조국수호국민협의회, 한일협정 반대 서명교수단, 무궁화애호총연합회, 한국학사청년연맹, 초급대학학생연합회, 범태평양동지회 등 8개 단체의 처벌을 요청했다. 치안국장은 “학생 시위를 반공법 및 내란선동죄로 엄단하겠다”고 나섰고, 문교부 장관은 “데모하는 학생 서클은 해체시켜라”고 각 대학에 지시했다.-2014.02. 05<한겨레> 박정희가 뿌린 한일조약의 유산 지금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한일협정을 반대하는 학생들을 "내란선동죄"로 몰아갔습니다. 내란죄를 저지른 자는 바로 박정희 자신입니다. 군사반란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일본제국주의 지배에 대해 책임을 묻지도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하는 학생들을 내란선동죄로 몰아가는 박정희 태도는 그가 '황군장교'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나게 합니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분명하고 명확한 책임을 묻지 못함으로써는 일본 극우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입만 열면 쏟아내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1965년 한일협정에서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2014년 대한민국 정부가 아베 망언과 극우들 망언을 비판하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나는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이 바로 1965년에 기인한다는 것을 박근혜 대통령은 알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첫단추가 잘못 끼워진 한일협정은 '한일합방조약 무효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 '일본군위안부', '사할린동포 문제', '대한민국 정부의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조항 논란'과 독도 영유권 따위 현대 한일관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일본 극우는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한일 모두가 공식 협정을 통해 '양국의 모든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한민국 정부가 이 내용을 무효라고 주장하는 순간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와 체결하는 문서와 협정 그리고 조약을 언제든지 무력화시킬 수 있는 나라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그럼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외교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또 다른 전범국 독일과 일본을 비교합니다. 독일은 침략에 대해 사죄합니다. 수상이 무릎을 꿇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분노합니다. 하지만 일본 극우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독일과 달리 전쟁책임과 반성을 회피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지만 제국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사죄와 보상을 요구에 시달려도 사과는커녕 오히려 일왕을 신격화하고, 난징대학살은 없다고 하며, 종군위안부는 어느 나라나 다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바로 1965년 한일협정에 있습니다.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하지만 갈 길이 험난합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한일협정 무효화를 선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야 합니다. 어렵더라도 한일병합은 불법이므로 무효임을 관철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종군위안부와 강제징용, 독도 문제 등등. 모든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한일협정이 미완의 협정인 이유입니다. 박정희가 남긴 유산이 이렇게 우리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 인터넷 매체〈데일리서프라이즈〉익명 칼럼니스트 탐독(耽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