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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년

 

 H대 문창과 L은 들어라.

 넌 항상 나만 평생 사랑할 거라 했지.

 결혼하자고 몰래 커플링도 만들어서 끼워줬고

 가정을 이뤄 함께 낳은 애들 커가는 모습 보면서 함께 늙자고 했지.

 난 그 말 진심으로 믿었어.

 성격 차이가 커서 싸움이 잦았지만 그래도 매번 다시 사랑을 말하는 널 믿었고

 네가 자기도 모르게 흘리는 성격인 거 알면서도 믿어서 사생활 관리 감시도 안 했고

 여자인 네 입장에서 같이 하기 힘든 직업을 갖게 될 나임에도

 결혼해서 나와 같이 일하겠다는 너의 말에 감동해서 너와 결혼하는 미래를 그려왔어.

 

 그런데 네가 지금껏 한 짓거리들이 다 뭐냐?

 그날, 내가 휴가 나와서 소집교육 받고 바로 너에게 달려간 날

 난 장난으로 네 핸드폰이랑 톡들 좀 보자고 했어.

 평소에 너도 내 폰 들여다보고 나 몰래 톡 비밀번호까지 알아서 감시했으니까

 똑같이 하자는 건 아니어도 나도 한 번쯤 볼 수 있다는 생각이었지.

 근데 넌 정말로 지랄맞게 화를 냈고 그때 난 무언가를 느꼈어.

 결국 뺏다시피 폰을 받아냈고 넌 도망쳤지.

 그래, 그렇게 해서 알아낸 것들 정말 가관이더라.

 

 군대 2년도 기다려달라고 차마 말할 수 없어서 망설이던 나한테

 내가 못 기다릴 것 같아서 그러는 거냐고 오히려 화내던 너였잖아.

 근데 이건 뭐야?

 학교 실습 10개월, 10개월만 떨어져 있으면 되는데 그걸 못 참아서

 떨어져 지낸 지 한 달만에 바람을 피워?

 

 디테일은 더 충격적이지.

 함께 글 쓰다 만난 사이인 우리인데 넌 막상 사귀고 나서 내 글이 싫다고

 연인이 하는 말이란 게 의심스러울 정도의 자존심 상하는 말들로 내 창작 의지를 꺾어놨는데

 허세로 가득한 그 새끼 '시'에는 좋다, 섹시하다 갖은 찬사를 보내면서

 내가 모르는 동안 시시때때로 글을 나누는 글친구가 되어 있었지.

 한 번은 네가 어떤 시를 나한테 보여줬지.

 '첫 키스의 추억'이랬지 아마?

 잘 쓰지 않았냐고 호들갑을 떨면서 보여준 그 글, 나는 별 생각 없이 봤는데

 이제 알았잖아, 그게 그 새끼가 너와 첫 키스를 갖고 느낀 감상으로 쓴 글이란 거.

 넌 불륜 상대하고 나눈 키스와, 그에 대한 감상을 시랍시고 글 쓰는 남자친구한테 보여줬어.

 이건 도대체 어느 나라 식 뒤통수냐?

 

 또 그 새끼 생일이 4월 2일이었지.

 작년과 올해의, 그 새끼보다 조금 늦은 내 생일 때는

 사소한 선물 하나 챙겨주고선 '왜 내가 오빠 생일을 챙겨줘야 하냐'고 시비 붙이거나

 갑자기 혼자 히스테리부리면서 헤어지자 해서 연락 끊고 아무것도 안 챙겨줬는데

 그 새끼한텐 가르쳐주지도 않은 생일 알아내서 득달같이 달려가 케익을 안겨줬네?

 

 잠자리는 어떨까?

 애초에 섹스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 나만 사랑한단 증거로 같이 자는 거라던 네가

 그 새끼하고는 사귀고 만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잠자리를 가졌지.

 몇 번을 가졌더라? 나보다 그 새끼하고 자는 게 더 좋다고도 했지? 피임도 안 했다던데?

 나 몰래 둘이 나눈 섹스에 대해서도 글을 주고받았다니 뭐 말 다 한 거겠지.

 너로선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생리가 시작되었지만

 만약 임신했다면 내 애로 속여서 책임지라면서 나와 결혼하려 했다지?

 

 그래도 들키고 나서 네가 용서 빌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면 난 그냥 용서하려 했어.

 정말로 사랑했거든.

 근데도 넌 오히려 당당하게, 혹은 뻔뻔하게 나왔지.

 내가 그 새끼 가만 안 두겠다고 나설 때 넌 나더러 '센척' 하지 말라고 했지?

 글 가지고 트라우마 만들었다고 내가 화내는데도 '그래도 난 오빠 글 취향 아냐'라고 하고.

 상식적으로 대화하자고 하니 오히려 '그럼 오빠도 바람 피워'라고 했고.

 다른 대화에서도 끝까지 넌, 그것도 이미 헤어진 상태인데도 그 새끼 편을 들었으니까.

 

 너 정신상태 이상하고 좀 다른 차원인 것 같은 느낌 옛날부터 많이 받았어.

 느낌이 아니지, 객관적으로도 그런 거 잘 알고 있었어.

 내 주변이건 네 주변이건 우리가 함께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이

 다 나더러 'XX이 네가 옆에서 잘 챙겨줘라', '네가 많이 힘들겠다' 했고

 네 둘로 나눠진 인격과 말도 안 되는 히스테리들 다 받아주며 살았으니까.

 그래도 난 애정, 또 책임감으로 네 곁을 지키려고 갖은 노력 다 했어.

 그런데도 이렇게 뒤통수 맞으니까 너무 억울해서 살 수가 없다.

 정말로 널 믿어서 내 모든 미래에 너를 넣어놨다.

 근데 그 모든 게 한순간에 날아가서 일이 터진 지 보름이 되어 가는데도

 온 나날들이 공황이고 암흑이다.

 일도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울다 화내다 소리지르다 잠드는 게 거의 매일.

 네가 뭔데 날 이렇게 만들어놨냐?

 

 네 친구, 지인들하고도 이 일 가지고 대화했어.

 너랑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라 네 성격 다 알지.

 내가 그간 너의 지랄 다 받아주면서 참고 잘해준 것들도 그 사람들 알았고

 이번 일이 전적으로 네 잘못인 것도 알았어.

 그래서 일 터지고 나서 난 그 사람들한테 오히려 위로받았어.

 나랑 관련 없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이 나를 위로해줬어.

 무슨 뜻인지 알겠지?

 

 이렇게 된 거 헤어져야 할 마당이고 낮은 가능성으로 다시 사귄대도

 정상적인 연애는 못해 절대로.

 하지만 내가 하는 말은 앞으로 두고두고 기억해.

 네가 그 비정상적인 성격 안 고치고 계속 그대로 살다간

 나 아닌, 나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던 사람들한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게 될 거야.

 

 그리고 물러서겠지만 이것도 한 번 생각해봐.

 민망하지만 잠자리를 예로 들어야겠어.

 넌 막상 함께 잘 때는 좋아했으면서 나중에 화를 내고 나한테 히스테리를 부렸지.

 그러면서 자긴 섹스가 싫다고 그렇게 날 갈궜고.

 난 너와 미래를 그렸기 때문에 책임감과 죄책감을 가졌고 너한테 사과하며,

 경우에 따라선 전혀 내가 사과할 일이 아닌데도 다 내 잘못으로 돌리며 너를 받아들였어.

 반면 그 새끼는 어땠어?

 너와 사귀고 나서 며칠 만에 두 번의 잠자리를 하고

 자기 욕심 다 채운 다음엔 그대로 잠수 타서 너 버렸어.

 속된 말로 그 새끼는 너 먹고 버린 거지.

 기왕 바람 피울 거면 나보다 더 좋은 놈 만났어야 했어.

 그래야 나도 오히려 승복하고 물러날 때 물러났을 텐데.

 하지만 넌 그런 쓰레기를 만나면서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어.

 그 책임이 누구의 몫이 되어야 할지 앞으로 나 없는 곳에서 살아갈 날들 생각해봐.

 

 내 사랑, 좋은 사랑이었다 매순간 확언할 순 없어도 열심인 사랑인 것만큼은 분명했어.

 너 따위한테 그런 푸대접 받으면서 죽어 없어져야 할 그런 사랑 아니었다고.

 이제 와서 죽어버린 내 감정에 매달리지 마.

 네가 죽인 거야.

 다른 어떤 여자도 너보단 날 더 사랑해줄 거야.

 너도 다른 남자 만나.

 그래봐야 네 안목에 또 먹고 버리려는 남자들이나 줄세울 것 같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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