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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한 애인과의 통화, 그리고 미안함

stay |2014.06.27 03:38
조회 310,094 |추천 27

며칠 전 새벽에 쓰고 조회수도 높지 않고 댓글 0개라서 잊고 지냈는데, 제 글이 톡이 됐습니다.

(톡채널이란 걸 [댓글부탁]이라고 해서 이렇게 많은 댓글이 달린 건가?;;; 얼떨떨합니다)

177개 댓글들 전부 읽어봤는데요. 욕설도 많이 보이고, 대부분 안 좋은 댓글이더라고요ㅠㅠ

그런데 오해의 소지가 있게끔 글을 작성한 제 잘못이 커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네요. 죄송해요.

 

댓글 중에, 중2가 쓴 글 같다거나 답정너 같다는 말들도 보이던데요. 네. 제가 아직 철부지인데다 중2병이 좀 있어서^^; 글을 어리게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날 새벽에 이름 모르는 누구에게라도 힘내요, 한마디 듣고 싶은 욕심으로 썼던 글이었어요. 답정너처럼 글을 썼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너 마음 많이 힘들지? 힘내라..' 그런 식의 위로를 기대했는데, 기대가 와장창 무너졌습니다. 

 

제대로 제 상황과 마음을 전달하지 못할 거면서 무작정 칭얼대는 글을 썼으니 글을 읽는 분들 입장에서는 어이없고 짜증스러우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느 분의 지적처럼 어수선하고 별내용이 없는 글인데 톡이 돼서 '이게 무슨 말이야?' 싶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다 글을 올리면서도 앞뒤 상황설명 생략하고 적은 글이라 오해를 많이 불러 일으켰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위로와 공감을 표현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그날 새벽, 남자친구가 알프스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도 취중에 하는 알아듣기 힘든 이야기들이 좀 있었어요. 예를 들어, 나는 너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라고 해서, 응? 나한테 자기가 뭘 전달하는데? 반문했더니 그러게.. 내가 뭘 전달하고 있지? 하면서 자기도 대답 못하고. 아침에 과자 먹지 말라고도 했는데요. 나 아침에 과자 안 먹어, 하니까, 그래? 난 먹는 줄 알았지. 등등..;;; 원래도 만취상태에서 전화오면 알 수 없는 말들과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라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다음날 술깨고 나면 남자친구는 저와의 대화내용 90% 이상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대화 도중 제일 인상적이었던 알프스와 하이디 이야기만 언급했던 건데요. 예상치도 못한 '알프스'에 초점이 맞춰져서 당혹스러워요. 댓글 보고 처음 알았어요. 알프스라는 단어가 그렇게 안 좋은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요. 알프스라는 모텔이 있다, 그걸 의심해보란 이야기가 등장하다니;;; 정말 당황스럽습니다ㅠㅠ

 

제 남자친구는 애사심을 가지고 회사를 열심히 다니면서도 업무부담이 너무 크고 일이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할 만큼.. (죽을 만큼 힘들다, 라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고..) 요즘 너무 힘들어 하거든요. 잦은 야근과 회사 상사분들과의 술자리도 많아서 저한테 걱정 많이 끼치고 예전처럼 잘해주지도 못한다고 자책도 하고 많이 미안해하더라고요.

 

제가 남자친구한테 자기는 여전히 잘해주고 있다고 말해도, 남자친구는 미안하다는 말을 항상해요. 특히 술을 마시고 저한테 전화하는 날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해요. 취중에 엉뚱한 소리할 때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면, 한숨을 쉬면서 풀 죽은 목소리로 한참을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는 거였는데.. 힘들어 하는 모습에 저는 또 저대로 미안해지고 마음이 아팠던 거였는데..  

 

어쩌다 보니 톡되고 나서 쓰는 후기가 본글보다 더 길어졌습니다;;; 늦은 새벽시간, 마음이 무거워서 판에다가 글을 썼던 게 톡까지 되고, 이미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으셨을 거라 생각하니 부끄러워집니다. 제 부족한 글 때문에 심기 불편해지신 분들이 있었다면 사과드릴게요.

 

사족 같은 말이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저는 지금 만나고 있는 제 남자친구가 저에게 있어 최고의 사람입니다. 단 한번도 그렇지 않았던 적이 없어서 정말 고마운 사람이에요. 힘들 때 더 위해주고 잘해주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모두들 오늘도 편안하고 행복 가득한 하루 보내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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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는 4년째 연애 중인 동갑내기 30대 커플입니다.

오늘 새벽 2시경 남자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었는데, 전화 끊고 나서도 마음이 너무 안 좋아 여기다 하소연 좀 하려고요ㅠㅠ

혹시 저에게 댓글로 해주실 말씀 있으시면 무엇이든지 의견 부탁드려요.


회사사람들하고 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졌는데 소주를 네 병 넘게 마시고 귀가하는 길에 저한테 전화를 한 거였어요.

내일 아침에 어떻게 일어나지.. 회사갈 일이 걱정된다면서 한숨도 푹푹 쉬고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근데 만취상태로 통화하다 보면, 남자친구가 이해불가인 엉뚱한 소리를 뜬금없이 종종 하는데요. 이번에는 뭐라고 했냐면,

"너 내일 알프스 간다며?"

"알프스? 내가 알프스를 간다고?"

"어. 알프스 간다고 했잖아."

"내가 하이디냐? 알프스를 왜 가.."

"알프스 가는 걸로 오해해서 미안하다."

그러더니 한참을 계속 거듭해서 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겁니다.

진짜, 거듭 거듭 미안하다고 사과를 5분도 더 한 것 같네요.

난데없는 알프스 얘기 때문에, 결국 저는 울어버렸습니다ㅠㅠ

남자친구가 자꾸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짠하고 안쓰럽고 너무 미안했어요. 남자친구 몰래 울면서 겨우 통화 마무리했습니다.

요즘 과중한 회사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던데, 그것 때문인지 남자친구의 마음이 많이 약해져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저는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취해서 약한 모습 보이는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게 전부예요.

정말 힘이 되는 연인으로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만 간절한 것 같습니다. 실질적으로 잘해주는 건 없고요ㅠㅠ

남자친구가 미안하다.. 미안하다.. 사과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맴돌면서 또 눈물이 핑..ㅠㅠ

4년 동안 만나면서, 서로 부딪치면서 힘든 날도 있었지만 기쁘기도 했는데.. 기쁨과 고마움이 더 컸는데.. 그 고마움을 다 전하지 못해서 나는 그게 늘 미안한데..


두서없는 말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남자친구는 술에 취했고 저는 새벽공기에 취한 모양이에요.

힘들어하는 남자친구가 도리어 저에게 미안해하니까 울컥했어요.

모두들 사랑 안에서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입니다.

추천수27
반대수295
베플겨울곰뒹굴링|2014.06.29 10:58
알프스 가는 어떤분과 헷갈린거 아니구요?
베플설마|2014.06.29 10:01
내가 생각 하는 그런건 아니겠지..? 나만 부정적으로 생각한거겠지?-_-
찬반킁킁|2014.06.29 19:18 전체보기
부정적인 똘마니들이 많네; 남친이 일에 치여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보고 또 술취해 헷소리나오는게 너무 마음아파 위로좀 받고 싶다고 올린거 세살배기가 봐도 딱보이는데...뒤를캐라니 뭐 딴 여자 어쩌고 하니 참 기가 막힌뇬들이 세상에는 많군...마음이 꼬엿네 꼬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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