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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일만에 다시본 출산후기..

ㅇㅇ |2014.06.30 13:25
조회 4,525 |추천 14

블로그에 써놨던거라.. 편하게...

 

 

2014년 1월 22일

출산휴가 3일째

 

 

오전 7시.

출근하는 신랑을 배웅하기 위해 일어났다.

몸을 일으키니 아래쪽에서 토해지듯 분비물이 나왔다.

뭐지? 양수인가? 근데 이렇게 적게도 나오나?

혼자 생각하며 화장실을 갔더니 피가 두어방울 묻어났다.

아! 이슬이구나! 일단 패드를 대고 식사하고 남편을 배웅했다.

검색해보니 이슬이 비치고도 천천히 나오기도 한단다.


난 가진통도 없고 아기도 한참 위에 있어서 급하지 않겠다 싶었다.

그래도 혹시나해서 미뤄둔 출산가방을 싸며 시간을 보내다가

9시쯤 화장실을 가니 패드가 젖어있었고 작은 핏덩어리까지 나왔다.

안되겠다 싶어서 병원에 전화했더니 양수가 약간씩 새기도한다며 일단 오라했다.


오전 10시.

집에서 씻고 나왔다.

점심에 빕스에서 엄마, 동생과 식사하기로해서 아침에 밥도 안먹고

신랑 밥두어숟가락 뺏어먹고 말았더니 출출해지기 시작했다.

수원의 우리집에서 서울에 다니던 병원까지 버스를 두 번이나 탄다.

약 한시간.. 점심에 먹을 빕스를 생각하며 배고픔도 참고 병원으로 갔다.

사실 양수면 바로 출산대기될까봐 걱정되었지만

아침 이후로 분비물도 더없고 살짝 나가서 밥 먹고 와야지 생각했다.

이 얼마나 안이한 생각인지..


접수대에 말하자 바로 태동검사를 했고 자궁수축은 평시에 잡히던 수준이었다.

그리고 마침 진료가 있던 담당쌤에게 진료를 받는데...

입.원.통.보.

양수가 터진건 아니지만 새는거고,

진통도 없고 자궁도 안 열렸으니 촉진제 맞고 유도분만을 하자신다.

근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ㅠㅠ

난 아침부터 쫄쫄 굶은 불쌍한 산모란것이다.

빕스까진 아녀도 밥 좀 먹고오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니 사정했다....

하지만 가차없는 담당쌤.. 물도 안된다며.. 입원하고 대기하란다.

아놔...

1층 커피숍에 있던 샌드위치가 눈에 그렇게 밟히더니...

빕스 못 먹으면 저거 먹어야지했는데...ㅠㅠ


오전 12시.

결국 바로 입원.

그리고 촉진제 투여시작..

오늘따라 바쁜 남편은 처리할 일이있다길래 천천히 오라했다.

어짜피 이제 시작인데 엄마가 와계시믄 되겠다 싶고 아직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

엄마랑 동생과 조카사진을 찍으며 놀고있는데 간호사가 남편을 자꾸 찾는다.

알고보니 무통주사와 수술동의서 같은건 남편만 동의가 가능해서..

이 사람이 사인을 안하면 난 주구장창 남편만 기다리며 대기해야 한다는거다.

당장 전화해서 호출했다. 사인 늦게해서 나 기다리게 하믄 죽일꺼라며..


오후 3시.

남편이도착했다.

서둘러서 동의서에 사인하고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다.

나는 계속 진행이 없어서 촉진제 양을 늘려놓은 상태였고

1분30초 간격의 참을만한 진통이 간간히 오고 있었다.

솔직히 이때까지 진통은 서성거리며 참을만했는데

한 시간간격으로 20분씩하는 태동검사는 누워해야해서 허리가 너무 아팠다.


오후 4시.

담당쌤의 내진. 자궁이 2센티 열렸단다.

촉진제4시간맞았는데..ㅋㅋ 진통은 이제 1분 간격인데 ㅋㅋㅋ

아무래도 오늘 중에 힘들겠단 말을 남긴채 약간의 물을 허하고 가셨다.

배고픔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나를 두고..

엄마는 밤에 다시 온다고 집에 가셨고 나는 복도를 오가며 아기가 내려오게 운동을 했다.


오후 5시.

이미 아까부터 1분 간격의 진통으로 인해 촉진제양을 오히려 줄였지만 진통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특히 태동검사를 위해 누웠을 때는 악악 소리가 날 정도로 너무 아팠다ㅠㅠ

무통을 맞으려다 진행이 더 늦어질까봐 참기로 했다.

이따 더 아프믄 맞아야지.


오후 6시.

태동검사하다가 울뻔했다.

제발 그만하게해달라 사정했다.

수술시켜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무통은 그래도 안맞았다.

도대체 왜?


오후 8시.

태동검사하는 기계만 봐도 겁이 났다.

이미 여러번한 내진은 굴욕도 아니고 아프지도 않았다.

이 지옥같은 태동검사시간이 빨리 지나서 일어나서 몸을 구부리고 싶었다.

내진하던 간호사가 심호흡하며 힘을 줘보란다.

시키는대로해야 빨리 일어날꺼 같아서 꾹 힘을줬다.

갑자기 허리와 골반이 엄청나게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궁문이 7센티가 열렸으며 내가 잘하면 아기가 내려올 수 있단다.

계속 심호흡시키며 힘을 주란다.

말이 쉽지.. 아파서 호흡이 가빠지자 손발이 저리며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두어번 힘주니 주변이 부산해졌다.

남편에게 짐을 싸서 옴기라하고 나를 일으켜 어두운 조명의 약간 넓은 입원실로 옴겼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가 분만실이었다.


오후 8시 40분.

침대에 있는 거치대에 발을 올리고 수축이 올 때마다 힘을 주었다.

소리지르지말라고 기운빠진대서 이를 악물고 그윽거리기만 했다.

그렇게 수축에 맞춰서 서너번힘주자 콜하라는 간호사의 말이 들렸다.

느낌이왔다.

때가되었구나.

퇴근안하시고 대기하던 담당쌤이 오셔서 입구를 살짝 넓히며 힘주라하셨다.

그사이 쌤이 양수도 살짝 터뜨렸다.

으윽~하며 힘주자 골반에서 묵직하게 내려가는 느낌이 낫다.

그러다가 수축이 풀리며 호흡하고 잠깐 힘을뺐다.

그리고 다시한번 진통.힘.

아래가 미친듯이 아프다.

벌린 다리사이가 뻐근하고 아팠다.

이걸 계속하다간 죽을꺼같았다.

다음 진통...힘을 주니 다시 골반이 묵직하게 내려앉는 느낌이 난다.

이 악물고 팔로 보조대를 당기며 힘을 더 주었다.

진통이 약간 약해지며 수축이 풀리는 느낌이 났다.

아 안돼.. 여기서 멈추면 더 아파야한다는 생각에 힘을 쥐어짰다.

수축은 풀리고 있었지만 비명도 참으며 힘주기를 이어갔다.

아악!!!

물컹한 느낌과 무언가 쑤욱 빠져 나오며 콸콸 쏟아졌다.

시원하며 골반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울려퍼지는 울음소리... 해냈다...


오후 8시 59분.

3.27kg의 여자아이

아기를 배에 올려주셨다.

작다 정말.

뭐가 그리힘든지 옹골차게도 운다.

어두운 조명이지만 그와중에 유달리 뽀얗다 생각했다.

쌤이 예쁘다고 칭찬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운은 없지만 왠지 웃음이 났다.

옆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던 남편이 손을 두드려 줬다.

곧 아이는 나가고 후처치를 시작했다.

회음부 안찢으셨냐고 묻자 어떻게 알았냐고 놀라신다.

그냥 느낌에...

아기 머리도 작고 괜찮지 싶어서 그냥 하셨단다.

살짝 찢겼지만 상처는 작다하신다.

내부가 살짝 쓸렸지만 곧 나을꺼라 하셨다.

배를 눌러서 남은 피와 양수, 태반을 꺼내고 회음부를 꼬맸다.

그 사이 깨끗하게 씻긴 아기가 돌아왔다.

품에 살짝 올려주는데 주름도 없이 뽀얗고 예뻤다.

왠지 실감도 나지않고 신기했다.

그냥 눈물이 조금 났다.

왜인지 모르지만 조금 흘렀다..

아기는 신생아실로 가고 나는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갔다.

하루종일 굶어서 그런가 바로 들어온 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정신이 나간 기분으로 남편과 엄마와 웃고떠들다가 지쳐서 침대에 누웠다.

잠이 안와서 우리 아기사진을 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새벽녘에야 잠들었다.

하루가 꿈같고 실감나지 않았다.

 

 

 

꼭.......................

양수 터져서 줄줄 흐르는거 아니면

밥먹고 가세요.....ㅠㅠ

아직도 다들 배고파서 힘을 잘 준거라는 얘기 들을정도로

저날 배고파했어요 ㅠㅠ

진통이랑 배고픔은 별개였던듯 ㅠㅠ

 

전날까지도 속도 미식거리고 위액역류하고 그래서

밥도 잘 못먹고 그래서

빨리좀 나와라 그랬더니

이미 낳은 친구들이 콧웃음치며 그래도 뱃속에 넣고 다닐때가 좋다하는말...

넘겨 들었더니

 

낳고 한두달은 진짜 뱃속에 도로 넣고 싶었어요 ㅠㅠ

 

정말 임신 중인 예비맘들...

나가세요.

힘들고 귀찮아도 외출하세요.

여행도 하세요.

외식도 마니마니 하세요.

허리 좀 아파도 영화관 다녀오세요...

남편 손잡고 데이트도 가시고요.

 

아기 5개월째... 지만 꿈같은 이야기들..

휴가가 뭔가요 먹는건가요 우걱우걱

 

그래도 너무 이쁜 내새끼 ㅠㅠ

정말 너무너무 예쁘지만

조금만 덜 울면 이 엄마는 좋겠다 ㅠㅠ

 

엄마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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