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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장사꾼의 정석

발록구니 |2014.07.27 22:26
조회 333 |추천 0

<지난 이야기>
술 먹다말고 밤 늦게 떠난 갑작스런 속초 여행. 홍이랑 밤새 바닷가를 걷다가 아침 동이 트자 설악산 등반을 시작한다. 한편 설악산은 온통 눈으로 엎여 있었고, 우리는 운동화에 청바지.
 
 
 
 
 
울산바위로 향하는 길은 일반 산행이 아니었다.
경사가 슬슬 급격해졌고, 눈 때문에 한 발 한 발이 슬슬 힘들어졌다.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그런 거, 남자의 자존심이랄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시불 그냥 그 때 그만두어야 했었다.
 
 
거의 울산바위에 다다랐을 무렵 마지막 급경사가 쭉 펼쳐져 있었다.
 
"야 이 병신아, 진짜 우리 죽을지도 몰라. 시바 눈까지 있는데 이 차림으로 어떻게 올라가."
"동창생아 만약 여기서 죽는다면 나와 함께 죽음을 영광으로 받아들이게."
"난 너보다는 더 살아야 되."
"왜?"
"니 영정사진에 한 번 쪼개주어야 되니까 ^^ "
 
 
 
 
결국 우린 개처럼 기어서 올랐다. 죽기는 싫었으니까.
그렇게 울산바위 정상 등정에 성공했고
거기서 바라본 눈 덮인 설악산의 풍경은 뇌 속에 새겨졌다.
 
 
"어이 청년들"
 
수염이 덥수룩한 어떤 아저씨가 말을 건다. 역시 등산인들끼리의 유대감인가?
 
"네"
"코코아 한 잔 마실래?"
 
역시 인심 좋은 등산인.
 
"네!"
"한 잔에 이천 원"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시불. 종이컵 코코아 한 잔에 이천 원?
 
 
 
 
 
그 아저씨는 산 정상에서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었다.
코코아를 거부맞자 다른 물건을 권유했다.
 
"자네들 그렇게 내려가다가 죽을지도 몰라."
"네. 혹시 헬기 요청되나요?"
"그럼~ 되지. 아마 50만 원정도 할거야."
 
"홍 내 목숨이 50만 원보다는 비싸지?"
"음.. 어려운 문제다."
"니 목숨은?"
"헬기 부를까?"
 
"청년들 이 아이젠을 차면 되지. 하나에 만 원!"
 
 
아 저새끼 무지 짜증난다. 홍에게 속삭였다.
"홍.. 저거 사면 왠지 지는 기분이다."
"오랜만에 너랑 동감이다."
"걍 죽더라도 사지 말자. 조카 얄미워."
"코코아에 맘 상했냐?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참 멍청한 선택을 했는데
만 원짜리 아이젠 대신 수 만원짜리 바지를 포기하고 우리는 엉덩이를 땅에 대고 미끌어지듯이 진짜진짜 조심해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가련하다듯이 바라보았지만
일단 사는 게 중요하니까.
 
다시 흔들바위가 보였을 때 그 쾌감이란..
흔들바위부터 다시 두 발로 걷는 인간이 돼서 산을 내려왔고
산 입구에서 처음에 우리에게 호의를 베푼 아주머니를 다시 보았을 때
온갖 감정이 교차했다.
 
 
 
기억으로 새벽 6시쯤 시작했던 등산은 오후 3~4시 쯤에 끝이 났다.
녹초가 된 우리는 바로 모텔로 향했다. 그리고 진짜 사건은 그 모텔에서 일어났다.
 
 
또 글이 길다. 내일이어서.
 
 
 
 
지나가다 읽은 사람1
또 등장하셨네요ㅋㅋㅋㅋㅋ
지나가다 읽은 사람1 : ㅗ 질질 끌지마 ㅗ 궁금해하는 사람 없다니까
 
 
 
오늘도 그냥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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