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안재환씨의 자살이 촛불집회와 관련있다는 글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그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상황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 내려는 정치꾼들의 사주를 받은 그들의 심부름꾼들과 그에 부화뇌동하여 동조하는 분별없는 젊은이들에게 몇 글자 적어본다.
촛불집회참가자를 비하하는 것으로 오해할 만한 소지가 충분한 발언으로 여름의 시작무렵 정선희씨는 한바탕 홍역을 앓아야만 했다. 항상 문제가 되는 악성네티즌들은 그의 남편이었던 고 안재환씨의 개인홈페이지에도 몹쓸 글들을 게재하였다. 한편, 새롭게 시작한 그들 부부의 화장품사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던 중, 정씨의 남편인 안재환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자, 기다리던 것 마냥 촛불집회참가자들이 안재환씨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불매운동의 여파가 고인이 빌어쓴 사채를 갚아나가는데 영향을 주었으므로, 결국 촛불폭도들이 안재환씨를 죽인것이나 마찮가지라는 논지의 터무니없는 글이 그것이다.
헌데, 그 글은 조금만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 망연자실하여 실의에 빠져있는 고인의 유가족과 정선희씨에게 또다른 몹쓸짓을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논의를 하는 것이 고인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에 짚고 넘어가야한다. 촛불집회참가자가 불매운동을 하여, 자금난을 겪어야만했고 그로인해 극단적인 자살을 택하게 했으니, 촛불집회참가자가 살인자라는 논리라면, 고 안재환씨의 자살에 영향을 미친 요소에는 정선희씨도 다른 요소들과 같은 가치로 개입이 불가피하다.
정선희씨가 라디오 방송에서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맨홀뚜껑 도둑으로 오인하게 하는 소지가 다분한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정선희씨 관련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안했을거고, 불매운동을 안했다면 매출에 영향을 받지않게되서 고인이 사채를 갚아나갈 수 있었을테고, 그러면 고인이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련의 상황들은 모두 어느 한 조건이라도 결여되었다면 다음으로 이어질 수 없음을 알 수있다. 그렇다면 집회참가자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에는 필연적으로 정선희씨를 끌어들이지 않을 수 없게되는 것이다.
만에하나라도, 저렇게 터무니없는 글들을 정선희씨가 보게 된다면, 그녀는 자신이 남편을 죽게하였다고 자책하게 만들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정선희씨는 엄청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만 할 것이다. 그렇기에 저런 글들이 인터넷상에 떠도는 것에대해서는 경계해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운명공동체에서 자살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반칙이다. 비겁한 행동이기도 하다. 고인은 행복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였다. 그렇다면, 죽을힘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야만 했다. 누구보다도 밝고 긍정적이었다던 고인을 그런 극단으로 몰아넣은 것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불매운동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뒷골목에서 하이에나처럼 먹이를 기다리는 고리대금업자인 것이다.
몇 억이라는 큰 돈을 사채시장에서 빌려쓴다. 원금에서 이미 선이자가 빠져나가고, 그 액수는 이미 몇 천만원이다. 처음에 여기저기서 이자를 융통하여 갚아나가다가 원금보다 몇 갑절이나 큰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고, 다달이 이자돈을 내는 날짜가 다가온다.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피가 말라온다. 채권추심을 하는 자에게 온갖 수모와 멸시를 당하고 진이 빠져있는 동안에도 또다시 독촉전화는 걸려온다. 다시 수모를 겪지 않으려거든 어떻케든 이자를 마련해야한다.
다시 다른 사금융을 통해 이자를 내기 위해 사채를 빌어쓴다. 매달 일정한 날의 이자내는 날이 돌아오면 잠을 못이룬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한 달중 채무독촉으로 마음편할 날이 단 하루도 없어진다. 아무리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라도 이런 생활을 계속하다가는 미쳐버리고 만다. 그리고는 자신이 해결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끝마쳐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에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고야 만다.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사채업자들의 독촉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도 자본주의의 뒷골목에서 만난 하이에나 앞에서는 아득하게 멀어져만 갈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빌어쓴 돈을 이제는 그녀를 행복하게 놔주기 위해 그 목숨으로써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황까지 이르른 것이다.
고인의 기사를 보고 나름대로 짐작가는대로 적어보았다.
명복을 빌어준다는 말은 천수를 누리다가 운명을 달리한 분들에게 쓰는 말이라 한다.
따라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인에게 명복을 바란다는 말은 쓰지 않겠다. 몹시 마음이 안타까울뿐이다. 마지막 순간에 조금만 생각을 달리했더라면... 둘이서 힘을 합해 몇 년만 고생하면 그 까짓 돈 다 갚고도 남을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마지막으로 부디 촛불집회와 고인을 결부지어, 남은 고인의 유가족들의 가슴에 피멍을 지게 만드는 일따위는 하지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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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의 의도를 훼손하고, 고 안재환씨의 죽음을 어떻케든 집회참가자와 관련지으려는 불순한 시도와 그에 동조하는 글에 대해 아래와 같은 댓글을 작성한 적 있습니다. 제가 작성한 위의 글에 대한 댓글에도 촛불과 고인의 죽음을 관련지으려는 분들에 대해 똑같이 아래와 같은 글을 적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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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한창이던 때, 한강둔치에서 자전거를 분실한 청취자의 사연을 소개하면서인걸로 기억한다.
소신과 열정으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그곳에 모인 대의도 좋지만, 작은 질서 하나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맘을 갖자며, 맨홀뚜겅분실 사건도 빈번한데 집회참가자들이 맨홀뚜껑을 훔치가지 않았으리란 법도 없단 뉘앙스로 실언을 하여 항의를 받기 시작한 걸로 기억한다.
그 항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해명하고 사과하였다면 매듭지을 수 있었던 문제를, 비아냥거리듯 소극적, 냉소적으로 대처하여 사건을 질질끌어 결국은 많은 이들이 원성을 사고 항의를 하게만들고, 이어 방송출연중지와 불매운동이라는 다소 무리하고, 극단적인 방법으로까지 나아가게 한 것에는 분명 본인의 책임도 아주 없지 않다 할 것이다.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들의 명예와 신념을 훼손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것이었고, 그에 미온적이던 당사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방송출연 중지요청을 하고, 관련상품불매운동을 벌인 것이 옳은 일인지는 주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로서는 조금 지나친 것 같기도 하고, 게을러서 그렇게 적극적으로 대처할 자신도 없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훼손당한 어떤 개인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졌을테고, 그러한 행동으로 인하여 오늘의 사건이 벌어지리라고 의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촛불이 사그라들자 그 의도마저 폄훼하려하는 불순한 세력에 의해, 촛불이 안재환씨를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는 망발을 서슴치않는 무리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촛불네티즌들의 불매운동이 살인행위라면, 그때 그 불매운동을 적극만류하지 않았던 네티즌들은 살인을 방조한 것인가? 이성을 찾으라.
고인은 이미 운명을 달리하였다. 아무런 연고없이 그저 방송에서 보던 모습만으로 감히 유가족과 같은 슬픔을 갖는다 말하지 말라. 고인에 죽음과 관련한 어떠한 정치적, 주관적 견해도 이런 공개게시판에 쓰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이다. 고인을 애도하고 비통해하되, 기존의 사실이 동정과 연민으로 인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