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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전하는 말

길가는과객 |2008.09.10 14:47
조회 785 |추천 0

 

 

의식주 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두말 할 필요 없이 식일 것이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의와 주가 없으면 얼어 죽기 십상이겠지만. 밥을 안 먹고는 하루 넘기기가 너무 어렵다. 요즘은 안 다니지만 젊은 시절 다녔던 교회에서 돌아가면서 날짜를 정해 금식을 해보았는데 정말 힘들었다. 길거리에 팔던 불량과자, 어묵도 너무나 맛있게 보였었다.

 

인간의 조건에서 마지막에 만두를 하나 손에 꼭 쥐고 숨을 거두는 주인공이 기억이 난다. 그 만두를 집사람에게 보여주면서 그 동안의 여정을 집약해서 보여주려는 그의 마음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그 부분에서는 눈시울이 좀 붉어졌었을까?

 

대학 시험에서 낙방 후 쓸쓸히 먹었던 밥. 그 밥을 먹다가 눈물이 나왔을 게다. 할머니 돌아가신 소식을 듣고 인천으로 가 인천 역 앞에서 먹었던 그 저녁. 오래 떨어져 살아서인지 불행히 눈물은 안나왔었다.

감기 몸살로 깔깔한 입에 억지로 떠 넣기도 하고, 늦잠을 잔 아침에 부랴부랴 먹기도 하는 밥. 이런 밥 때문에 이렇게 직장 생활을 해야하는 근원이 되는 것 같고, 이 때문에 부의 편재에 대한 불만이 쌓이기도 하는 것 같다.

 

때론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사람이 밥을 먹지 않고 살지 않고, 나무처럼 광합성 작용을 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지금의 세상과 많이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면 굳이 밥을 먹어야 하지 않아도 되니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이 줄었을 테고 근원적인 범죄의 수가 많이 줄어들 것 같다. 산에서 도를 닦는 사람들이나, 철학자, 예술가의 수도 훨씬 증가될 것이고, 경제가 불량하여 실직한 가장과 가족의 이별이 없어지겠지.

 

그러나 가정에서부터 궁색한 비논리가 몇 가지 존재한다. 우선 광합성 작용으로는 충분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녹색 식물 또는 녹조류로 도태되어버리던지 아님 진화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활동에 충분한 에너지를 제공해 주는 고밀도 엽록체 유전자를 개발했다고 치자. 그렇지 않으면 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니까.

 

또 한가지는 적자 생존의 법칙에서 충분히 살아 남을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가 떠오른다. 필요가 충족되면 문화가 꽃피기 보다는 부패가 우선시 된다. 마른 곳보다 젖은 곳이 곰팡이가 먼저 피어나듯이 역사를 잠깐 생각해 봐도 제국이 되고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멸망의 길로 접어든다. 또한 기업도 그렇다. 창업은 쉬워도 수성은 어렵다고 했던가. 기업의 생명은 30년으로 본다고 했다. 오랜 세월을 견디는 기업은 적다. 그만큼 큰 회사로 가면 갈수록 올바른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는 말과 일치할 거다. 동물들도 강한 구조의 동물들은 번성하지 못한다. 인간은 허점 투성이라, 언어와 사고와 도구를 발전 시켰다.

 

이렇게 어렵고 힘들게 살아야 발전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따뜻한 햇살에 의존해 산다면 부패나 멸망의 길로 접어들 것 같다. 지나친 바람은 나무를 부러트리겠지만, 적당하다면 보기에 예쁜 나무로 키워주는 원동력이 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밥: 1. 쌀, 보리, 좁쌀 따위를 씻어서 솥 따위에 안친 후 물을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아니하게 끓여 익힌 음식. 2. 끼니로 먹는 음식, 식사. 3. 동물의 먹이의 총칭. 4. 차지되는 모가치. 5. 이용되거나 희생되는 대상. 6. 미끼.-금성판 국어 사전, 금성 교과서

 

그래 먹으면서 살자. 하루에 세끼씩 찾아가면서 먹자. 한번 놓치면 다시는 찾아 먹을 수 없다는 밥. 먹고 죽은 놈은 때깔도 좋다는 밥, 먹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먹는지 모르는 밥, 입맛으로 먹는지 밥맛으로 먹는지 모르는 밥, 낮밥은 새가 먹고 밤밥은 쥐가 먹는 밥....이크 ....아니구나....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생활. 그래....밥 먹고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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