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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우유같던 열일곱 첫연애-1

백시윤 |2014.09.14 22:58
조회 140 |추천 0

와... 지금 생각해보니깐 정말 까마득한 옛날일같다.

나이 많이 먹을 것 처럼 말해도 사실 1년 전 얘기네.

시작할게ㅎㅎ

 

처음으로 그 애를 만났을 때는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아니, 만남이라기엔 조금 비루했다, 그 애는, 내 친한 친구의 남자친구였고 학원 앞으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온 그 애에게 몇 번 인사한 것 빼곤 이렇다 할 제대로 된 만남은 없었다.

 

가깝긴 하지만 다른 중학교였다는 이유도 없지않아  있었다.

 

그리고 졸업하기 전, 3학년 막바지에 내 친구를 보기좋게 찼다.

 

1년이 넘게 사귄 자신에게 성의없게 전화로, 그것도 이유 하나 안 알려주고 이별통보를 했다고 한탄하는 친구의 말을 수백번도 넘게 들었기 때문에 그 애는 나에게 '매너 없고 다시 만나기 싫은 사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정말 재수없게도 고등학교에  올라가 그 애와 같은 반이 되었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교복을 입고 찐따로 보이지 않기 위해 가장 만만한 하연이에게 전화를 걸어 전화를 하며 갔다.

 

민하연은 나와 같은 고등학교였지만 안타깝게도 한 층을 더 올라가야하는 반이었다.

 

하연이와 전화를 하는 순간에도 긴장됐다.

 

내 교복입은 첫 학교의 1학년은 거지발싸개 같았다.

 

중학교 초반 때, 난 165cm에 68kg인 아주 통통한 여자애였고 그 덕분에 내 판타지인 중학교 생활은 최악이 되었었다.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날 소위 피해망상증 환자처럼 예민하게 굴게 만든다.

 

하지만 그 충격 덕분일까, 아니면 미친듯한 발육의 유전자를 타고났던 것일까?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난 피나는 노력 끝에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마친 뒤, 174cm에 58kg이라는 봐줄만한 몸매를 얻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그 상태에서 1, 2kg씩 왔다갔다 하지만... 아직 유지중이다.

 

그런데 정말 어이없었던 것은 2학년이 되어 바뀐 모습으로 나타나자, 나한테 관심 없던 연놈들이 전부 내게 관심을 가지고 먼저 말을 걸었다.

 

원래 알고 있던 애들도 조금 더 호의적인 태도였다고 나는 아직까지 믿는다.

 

결론은 어중간한 퉁퉁이가 탈바꿈 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는 것이다.

 

난 아직도 이 사실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여기서의 요지는 키가 커도 너무 컸다는 것이다.

 

174, 이 키로는 남자 하나 사귀기 참 어려웠다.

 

고백은 몇 번쯤 받았다, 하지만 중학생 때의 나는 겉멋이 들어 대충 나만한 남자애들과는 사귀기 싫었다.

 

나라는 존재에 자신감이 넘쳤던 것 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 덕분에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될 때 까지 모태솔로라는 명칭을 달고 살아야했다.

 

아이러니 한 것은, 난 이 사실을 하동호에게 얘기 한 적도 없거니와, 세 마디 이상의 대화마저 한 적이 없었는데 하동호가 아주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반에 들어오자마자 전화를 끊고 맨 뒷자리를 스캔해 앉았다.

 

대강 반을 살펴보니 아는 애는 한 명도 없었기에 핸드폰으로 문자나 하며 실실거리고 있었다.

 

내 인간관계가 폭넓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자책감에 빠져 있던 내 이름을 불러제낀 건 낯선 남자다운 목소리였다.

 

"모솔 백시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산 지 얼마 안 된 핸드폰의 화면을 반사적으로 껐다.

 

앞과 옆을 훼훼 둘러보는 내 어깨에 뒤에서 누군가의 손이 꽤나 체중을 실어 눌러졌다.

 

"아 누구야!"

 

어깨를 탁 빼내며 뒤를 돌아봤을 때는, 뻔뻔하게 내 어깨에 올린 손을 들어보이고 있는 하동훈이 서 있었다.

 

하동훈은 얼핏 보면 정갈한 신입생의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넥타이는 왠지 모르게 비뚤게 메여 있었고, 두어개 열리 셔츠 안에는 빼꼼히 검은 티가 자리잡아 있었다.

 

하동훈이 왜 나한테 아는 척을 해???

 

아니, 그것보다 방금 모솔이라 한거야???

 

내 머리 속 가득히 모솔이라는 말이 떠돌아다녔다.

 

아, 혹시 내 얼굴 지금 빨개지지는 않았을까?

 

두근거리는 가슴을 찬찬히 가라앉힐 새는 현실에 없었다.

 

하동훈은 장난끼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한 손에 들고 있는 초코우유를 내밀었다.

 

그리고 교실이 울릴 정도로, 쩌렁쩌렁하게 그 낮은 못소리로 외쳤다.

 

"한 입 줄까?"

 

본디 나는 이렇게 튀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는 사람이다.

 

더군다나 한 번의 실패한 입학을 맛보고 난 후에 다짐한 것은 입학 첫 날 절대적인 평범함이었다.

 

그래서 평소에 하던 옅은 화장도 마다한 쌩얼로 온건데...

 

그걸 이 놈이 다 망친거다.

 

난 약간의 흥분과, 당황스러움과, 원망으로 하동호를 앉은 그 상태로 노려봤다.

 

하동호는 왜 그러는지 하나도 이해 못한 표정이었다.

 

단지 초코우유를 든 손을 다시 한 번 내게 흔들어보였다.

 

"싫어?"

 

그 손에 들린 초코우유는 다름아닌 허쉬 초코우유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딸기우유와 초코우유였다.

 

하지만 내 흥분은 하동호에게 향해 있었고, 딱 잘라 말했다.

 

"싫어."

 

놈은 잠시동안 날 빤히 내려다보더니, 곧장 손을 치웠다.

 

"알았어."

 

그러더니, 하동호는 앞의 책상으로 척척 걸어가 가방을 책상에 던지다시피 놨다.

 

나는 왜 하필 내 바로 앞 대각선 자리일까에 대한 의문을 품다가, 곧 다른 자리가 대부분 차 있단 사실을 알아챘다.

 

그래... 세상은 내 편이 아니다.

 

하동호는 곧 담임 선생님이 오실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걸음걸이로 반은 뛰쳐나갔다.

 

물론 손에 들고있던 허쉬 초코우유는 아직 남겨 들은 채로.

 

그 애가 가고나서야 난 맑은 정신이 들었다.

 

다시 정상적으로 방금의 일을 되짚어보니, 분명히 하동호가 나에게 '모솔 백시윤'이라고 했던 것이 떠올려졌다.

 

모솔... 내가 잘못 들었을거야, 분명히 모솔이 아니라 다른 말이었을거야.

 

가령 못생긴 백시윤이라던가... 몹쓸 백시윤이라던가... 는 아닌가.

 

한참을 머리를 굴리다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내 친구가, 그러니까 민하연이 하동호와 사귈 때 누누이 나에게 했던 말이 있었다.

 

정말 특이한 애라고, 하는 짓이 어떨 때 보면 자기가 뭘 하는지 알고서 하는걸까 궁금하다고,하연이가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당시 나는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지만.

 

그래, 잊자 잊어.

 

오늘 하동호가 나한테 아는 척을 했던 것도, 모솔이라 했던 것도 잊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지 얼마 안 되어 담임으로 보이는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셨고, 술렁거리던 교실도 이내 잠잠해졌다.

 

담임선생님이 들어와 출석을 불렀고, 하동호의 이름이 나올 때까지 그 애는 교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잠시 하동호의 행방이 궁금했지만 그저 그런 꼴통이려니 생각하며 새로운 담임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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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과 추천은 사랑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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