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수 셰프의
얼티메이트BB 버거
보통 버거용 패티는 130g 분량이지만, 얼티메이트BB 버거는 패티만 200g이다. 먼저 그릴에 구워 패티가 품고 있던 기름방울이 불로 떨어지면서 스모키한 향이 패티에 배게 한다. 달궈진 패티 위에 고르곤졸라 치즈를 통째로 올려 녹아들게 한다. 마지막으로 캐러멜라이즈드 양파와 바질을 섞은 마요네즈를 얹고 브리오슈를 덮어 완성한다.
장지수 셰프가 가장 즐겨 먹는 양배추 샐러드. 맛의 핵심은 직접 만들고 참나무로 장작을 떼서 구운 베이컨과 4분의 1토막으로 잘라 툭 얹어주는 양배추에 있다. 장지수 셰프가 직접 만든 고르곤졸라 드레싱을 주변에 두르고 토마토와 올리브 등을 곁들이면 완성이다. 쫀득하고 감칠맛이 풍부한 수제 베이컨은 먹는 와중에도 침이 고일 정도다.
장지수 셰프가 가장 즐겨 먹는 양배추 샐러드. 맛의 핵심은 직접 만들고 참나무로 장작을 떼서 구운 베이컨과 4분의 1토막으로 잘라 툭 얹어주는 양배추에 있다. 장지수 셰프가 직접 만든 고르곤졸라 드레싱을 주변에 두르고 토마토와 올리브 등을 곁들이면 완성이다. 쫀득하고 감칠맛이 풍부한 수제 베이컨은 먹는 와중에도 침이 고일 정도다.
파인다이닝에서 캐주얼 다이닝으로 옮겨와 미식가를 위한 버거와 바비큐를 선보이기 시작한 장지수 셰프. 그는 모든 메뉴에 ‘우마미umami’(감칠맛을 일컫는 용어, 최근 세계 미식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였다)를 내는 요소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버거비-빌스트리트, 장지수 셰프
홍대 앞 길목의 언덕. 버거비-빌스트리트는 미국 어느 지역의 오두막 집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모양으로 자리해 있다. 닳고 낡은 소파와 테이블, 맥주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은 벽과 낮은 조도의 조명까지, 미국 남부의 스모크 하우스가 연상되기도 한다. ‘버거비’는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의 버거 전문점, 그 위층의 빌스트리트는 미국 남부식 다이닝과 바비큐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다.
이곳의 총괄 셰프인 장지수는 파인다이닝을 선보이던 셰프였다. 한국에서 이탤리언-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그는 어느 날 돌연 샌프란시스코로 향했고,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이자 아메리칸-프렌치퀴진을 펼치던 마이클 미나의 주방에 들어가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러나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장지수는 그 다음 스텝으로 지금의 자리,버거비와 빌스트리트의 총괄 셰프를 선택했다. 파인다이닝에서 캐주얼 다이닝, 그것도 버거와 바비큐를 주력으로 하는 곳을 선택한 이탤리언-프렌치 셰프라니, 이례적인 행보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셰프 경력의 대부분을 파인다이닝 신에서 보낸 데다 요리에 멋진터치를 가미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파인다이닝 특유의 표현을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버거비는 보통의 손님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힘을 뺀 요리를 해야 했으니까요.”
그의 이 별난 행보 덕에, 버거비-빌스트리트에서는 투박하기만 할 것 같은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 메뉴의 곳곳에서 섬세한 터치를 발견할 수 있게 됐다. 버거비의 버거들은 하나같이 손으로 눌러서 잡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버거가 꼭 흰 접시나 나무 도마 위에 올려져 제공 되곤 하는 요즘, 오히려 신선하다. “버거비의 모든 버거에 쓰이는 빵은 브리오슈 번이에요. 버터가 많이 들어가는 빵이라 버터 향이 진하고 고소해요. 손가락으로 누르면 폭신한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러운 빵이죠. 버터 향미가 제대로 나는 것이 버거비 스타일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데다 식감도 훌륭해요. 단가가 좀 높은 편이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죠.” 버거비의 시그니처 메뉴인 얼티메이트BB는 패티와 치즈,빵과 캐러멜라이즈드 양파만 들어가는, 육식주의 혹은 ‘상남자’ 스타일의 버거이지만, 버거비가 고집하는 브리오슈 번이 얹어져 한없이 부드럽게 씹힌다.
버거비의 메뉴에는 캐러멜라이즈드 양파가 많이 쓰인다. 생양파를 넣은 메뉴가 거의 없다. “달달한데, 설탕의 단맛과는 달라요. 양파의 단맛을 뽑아낸 거라 느끼하지 않죠. 설탕을 먹었을 때처럼 입안에서 겉도는 맛이 없고, 감칠맛과 단맛을 함께 가지고 있어서 즐겨 써요.”버거비의 위층에 있는 빌스트리트에서는 미국 남부식 다이닝과 바비큐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오랜 시간 훈연해 만드는 브리스킷(소가슴살), 8시간 동안 저온 훈연한 돼지갈비 샌드위치나 오크로 훈연한 닭고기 등 갖은 육류에 스모키한 향을 다양하게 구현한 메뉴들이 준비돼 있다. 훈연하지 않은 메뉴가 드물 정도다. 요리할 때 아로마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장지수 셰프의 영향이다. 바비큐 전문점이니만큼 스모키한 향에 힘을 준다. 바비큐에 쓰이는 럽은 15~20가지의 스파이스를 섞어서 만들어 쓴다.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요리를 하고 싶었어요.” 장지수가 돌연 캐주얼 다이닝 신으로 온 이유다. 찾지 않는 요리, 수요가 없는 요리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었다. 셰프는 셰프이지 아티스트가 아니니까,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요리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한국 사람들에게는 아직 파인다이닝이 가깝지 않아요. 굉장히 많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생겼지만 아직은 그래요. 셰프들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저는 그걸 계속해나가야 하는 의미를 못 찾았어요.”
이경호 셰프의
24아워스 풀폭 버거
흑돼지 어깨살을 소금물에 하루 염지한 뒤 건져서 직접 만든 풀폭 스파이스 파우더를 발라 섭씨 100도에서 24시간 동안 훈연한다. 스모키한 향이 제대로 배고 부드러워진 고기를 찢어서 패티 대신 넣은 버거다. 직접 만든 바비큐 소스와 양파 피클, 청겨잣잎을 곁들여 신선한 식감을 가미했다. 마요네즈가 베이스다.
대구살을 튀긴 피시&칩스. 보통은 냉동 슬라이스 대구를 받아서 쓰지만 이경호 셰프는 이틀에 한 번꼴로 노량진수산시장에 가서 사온 통대구를 쓴다. 직접 살집을 손질한 뒤 통통한 모양으로 토막을 낸다. 곁들인 완두콩은 제철일 때 구해서 얼려두었다가 쓰는데, 민트 오일을 만들어 버무렸다. 완두콩과 민트의 조합이 산뜻하다.
이경호 셰프는 정직한 요리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 좋은 재료와 요리사의 정직한 마음을 믿는다. “조미료를 쓰는 게 싫어요. 안 좋은 재료도 좋은 재료인 것처럼 포장할 수 있으니까요. 조미료를 쓴 것은 요리사로서의 능력이 없거나, 안 좋은 재료를 썼거나, 둘 중 하나예요.” 오케이버거의 여덟 종류 버거를 만들 때도 같은 마음이다.
오케이버거, 이경호 셰프
이경호 셰프가 총괄하는 주방이 하나 더 늘었다. 지난 7월에 문을 연 오케이버거다. 그는 이제 광화문과 여의도의 오키친에 이어 여의도 오케이버거까지 3개의 매장을 총괄한다. “오키친에서 하는 곳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운영하고, 전혀 다른 사람이 요리하는 레스토랑으로 여겨졌으면 좋겠어요. 오키친에서 오픈한 ‘버거 파는 식당’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새롭지 않잖아요.”
파인다이닝을 선보이던 그에게 오케이버거는 쉽지 않은 숙제였다. 그가 처음 매달린 일은 오케이버거의 모든 버거에 어울리는 최적의 빵 레시피와 기본 패티의 제조 비율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제대로 만든 빵과 패티. 버거에서 가장 중요한 2가지에 갖은 정성을 들였다. “빵과 패티만 먹어도 맛있는 버거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공부를 정말 많이 했어요.”
빵과 패티는 모두를 주방에서 직접 만든다. 빵은 브리오슈와 버터롤의 중간 정도. 버거용 빵에 대한 선호도가 제각기 다른 것을 감안해 이경호 셰프가 고안한 타입이다. 패티는 블렌딩을 시도했다. “양지나 목살을 블렌딩해서 쓰면 맛있을 것 같았어요. 10가지의 서로 다른 블렌딩을 만들어서 비교해봤죠.” 오케이버거의 기본 패티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선택된 것이다. 이경호 셰프는 오케이버거 오픈 직전까지 빵과 패티에만 집중했다.
속을 채울 다른 재료의 조합은 그다음이었다. 오케이버거에서 판매하는 여덟 종류의 버거는 이경호 셰프의 머릿속에 축적되어 있던 맛의 콤비네이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6년 가까이 오키친에서 파인다이닝을 선보였던 경험이 그대로 버거의 속을 채워나가는 데 유익한 자양분이 되어 많은 영감을 줬다. “전반적으로 씹는 질감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 양파 피클, 양배추 피클 등 피클링한 채소를 사용했어요.” 풀폭 버거의 경우 클래식 풀폭은 빵 위에 바비큐 소스와 패티만 얹어서 완성하지만, 시큼한 맛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양파 피클과 프레시 오이를 곁들였다. 김치 버거는 브런치 메뉴의 콤비네이션을 떠올리며 만든 것. 달걀과 들기름에 무친 김치로 맛의 중심을 잡고 양파, 상추를 곁들여 맛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엄연한 한 접시의 요리다. 오케이버거의 시그니처 메뉴인 오케이버거는 이경호 셰프의 야심작이다. “어렸을 때 시장에서 파는 버거를 좋아했어요. 양배추를 채썰어서 토마토케첩이랑 마요네즈에 버무려 빵 사이에 끼워주는 버거 있잖아요. 가장 간단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시그니처 버거를 만들고 싶었는데,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이 그 채소빵(버거)이었어요.”
오픈한 지 3개월, 이경호는 곧 오케이버거의 전체 메뉴를 한 차례 바꿀 생각이라고 했다. 버거 레스토랑이 시즌별로 메뉴를 바꾸는 것은 드문 일이다. “계절 요리에 가까운 버거를 선보이고 싶어요. 봄철에는 거의 주 단위로도 그 시기에 좋은 식재료가 바뀌는데, 그런 계절의 변화가 오케이버거에서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이경호는 이미 버거의 매력에 빠져든 것 같았다. “한 가지만 하고 하나만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잖아요. 원래 남성적이고 투박한 요리를 좋아해요. 맛의 콤비네이션을 생각하면서 툭, 툭 재료를 넣어 버거 속을 채우는 일이 재미있어요. 강한 향으로 임팩트를 주는 음식도 좋아하고요.”
그는 언젠가 한식과 양식이 평행하는 느낌의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생각해 보세요. 투박하게 볶아낸 김치볶음밥 위에 오리 콩피와 달걀프라이를 툭 얹어서 내는 거예요. 아니면 동치미에 사시미를 담아 물회를 만들어도 좋고요. 맛있지 않을까요? 조금은 투박하지만 흥미롭고, 맛있고 국적 없는 요리를 하고 싶어요.”
<2014년 9월호>
에디터 이경진
포토그래퍼 백지현
촬영 협조 버거비-빌스트리트 070-8870-9220 오케이버거 02-761-6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