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을 넘게 만났던 사람이랑 헤어진 지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아마 작년 이맘 때였을거에요. 당시엔 사이가 좀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툭하면 싸우고 서로 물어뜯기에 여념이 없었죠..
너무 어렸을 때부터 만났던 사람이라 아무래도 지금 이게 사랑인지 사랑이라면 왜 이렇게 우린 행복하지도 않고 매일을 싸우기만 하는지 그런 것들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그러다가 제가 먼저 그랬죠. 우린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그만하자고.
오랜 시간을 만나면서 익숙하고 당연한 것을 넘어서서 그 사람이 지겹던 것도 있었습니다. 권태기? 그 수준 이상이었죠.
그냥 싫었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한 순간에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감정이 식어버릴 줄은 나도 몰랐죠.. 아니면 싸울 때마다 점점 식어갔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했던 통화에서 그 사람이 그러더군요. 너 나쁘다고.. 진짜 너무하다고.. 맞는 말입니다 그 사람의 생각이야 어떻든 난 더 이상 그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없었고 그 사람 입장에선 내가 나쁜 거고 너무한 거였죠.
헤어지자고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당연한 순서를 밟았습니다. 전화번호를 지우고 sns를 다 삭제하고 차단하고 선물..이라곤 받은 것도 준 것도 없었기 때문에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버리고. 그렇게 정리되기까지 1시간도 안 걸렸네요.
헤어진 후 후폭풍? 전혀 없었습니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도 변한 건 없었습니다. 그저 당연히 밖에서 보냈던 주말을 집에서 보내거나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남을 갖거나 했을 뿐.. 눈물도 나오지 않더군요 잠도 푹 잘 잤습니다.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 다 했습니다. 새로운 인연도 만났죠.
지금 내 옆의 이 사람을 보고 있으니 지난 과거에 내가 했던 것이 사랑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 사람과의 관계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묘하게 거부감이 들고 물음표가 붙어야만 할 것 같았던 기분이 이 사람에게는 당연하다는 듯이 사랑이고 그것에 확신에 찬 느낌표를 붙입니다. 어쩌면 그 사람과도 사랑이라는 것을 했을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면 그건 나랑은 맞지 않았던 것이었겠죠..
그래도 헤어지고 얼마 간은 연락도 두어 번 오고 지인을 통해서 소식을 듣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없습니다. 어떻게 지내는지 누구 새로운 사람을 만났는지 가끔 궁금하기도 합니다. 물론 미련은 아닙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사실 연락하고자 하면 할 수는 있습니다. 그 사람과의 직접적인 연결을 끊었지만 아직도 제 주변 지인들 중에는 그 사람과 알고 지내는 사람이 여럿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생각이 나긴 해도 그 때 뿐. 곧 그것마저 잊어버리고 신경을 끕니다.
그러는 게 서로에게 좋을 거고요.
그냥 단지.. 그래도 걸리는 게 있다면. 미안하다는 말 하나 정도는 말할 걸 그랬습니다. 헤어지자고 할 때에도 하지 않았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이 생각날 때는 미안하기만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누구를 만나게 된 것도 이 사람을 감히 사랑한다고 단정지을 수 있다는 것도 그래도 오랜 시간을 만난 사람을 그렇게 싫어하게 된 것도.. 다 미안합니다. 그냥 미안한 마음 밖에 없네요.
아마 앞으로도 내가 직접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줄 수는 없겠죠. 이제와서 지인에게 전해달라는 것도 그 사람에게 불쾌할 것 같고요. 당시엔 그가 미련이 있는게 눈에 보여서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으려고 그저 외면만 한다는게 이젠 이런 말도 말하기엔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라도 말해볼랍니다. 여전히 난 나쁜 애라 그냥 여기서라도 전하고 나 혼자 후련해지렵니다. 왠지 난 혼자 쇼하는 것 같긴 하지만요ㅎㅎ
음.. 정말로 미안했습니다. 지금은 행복하게 좋은 여자 만나서 잘 지내고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