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마지막에도 예의가 있다
연인으로서의 예의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 네게 그걸 바라기가 그렇게 어려웠구나
먼저 잘못을 하려 한다면, 먼저 잘못을 했다면
최소한 상대가 받을 상처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는 게 인간관계다
네 먼저 시작한 관계라면 그렇게 무책임하게 네 편의에 따라 내던져서도 안 된다
내가 네 연인이 아니라 네 친구였다면, 네 동료였다면
이리도 무책임하게 관계를 끝내려 했을까
이렇게 사람이 사람을 증오하게 되니까 넌 연인관계가 싫다 하지만
네가 그 관계의 끝을 친구, 동료에 대한 관계만큼이라도 배려를 했다면 이리 되진 않았을 거다
너는 내게 술깨고 후회말라 했지만 솔직히 나는 그날 네게 쏟아부은 말에 홀가분한 기분이 든다
아마 그 말을 하지 못 했다면 나는 분명 계속 혼자서만 끙끙 앓았을 테니까
그리고 그 와중에도 진심어린 사과, 미안함을 보이지 않고뭘 잘못했는지를 모르는 널 보며
인간적인 배신, 혐오마저 느꼈다
일주일간 객관적으로 상황을 돌이켜보며,
그래, 순간이라도 네가 한 말들 전부를 믿어보려 했다
하지만 그래도 넌 내게 너무나 큰 잘못을 했더라
네가 그저 편하게 시작해서 편하게 끝내고 잠자리나 같이 하는 편한 관계가 되려 했다는 내 믿음 하에 네게 쏟아부은 폭언이 전혀 미안하지 않을 만큼
애정으로 시작했지만 상황이 버거워 우유부단했던 끝에 네 입에서 사랑을 그만두자, 이렇게 만나자고 했다는,
넌 날 좋아했고 아직도 좋아한다는 그 말을 정말 믿어도
상황이 어려워서 사랑을 못할 것 같으면 네가 먼저 내게 사랑을 하자 얘기하면 안 됐었다
나중에라도 너는 내게 무책임하게 시작했다고 진심어린 사과를 했어야 했다
상황이 어려워져 도저히 사랑을 못할 것 같으면
너는 그 순간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끝냈어야 했다
사랑은 못하겠으니 지금처럼만 보자며 애매하게 사람을 흔들어놔서도 안 됐고 집까지 쫓아와서도 안 됐다
견디다 못한 내가 먼저 이별을 고했을 때
넌 그때라도 미안하다며 칼같이 관계를 끝냈어야 했다
애정이 없었다며 네게 폭언을 퍼붓는 내게, 너는 끝끝내 진심이었다며 오히려 네가 화를 내기 바빴다
화를 내면서도 이 관계는 유지하자, 사과도 한 마디 없었다
그래, 이건 전부 처음에 널 끊어내지 못하고 빌미를 준 내 업보다 생각한다
비겁하고, 자신의 안위가 더 중요하고, 남 상처보다 본인 상처가 더 신경쓰이는 그런 남자가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그 경고를 무시하고 지나친 내 잘못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게 왜 이리 어려운 일일까
관계의 끝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존중받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너는 내가 알던 네가 아니었고, 이제는 내가 남은 정이 모두 떨어졌다
다신 보지 말자
아마 내가 본 너라면 잠깐 가슴 아프다 홀가분하겠고
네가 주장하는 너라면 오랫동안 아프겠지
그런데 넌 분명히 홀가분할 거다
애정의 불균형에,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했던 내게 나 자신이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