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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네시간, 무통없이 순산 후기

초보엄마 |2014.11.09 03:34
조회 4,361 |추천 10
요즘 출산후기가 많이 보이는 듯 하여 저도 한 번 올려봐요.
벌써 4개월이나 된 일이네요~ 앞으로 출산을 앞둔 분들은 순산하시길! :)

임신 기간 내내 위염과 허리통증으로 몇 번이나 응급실에 실려가고 36주엔 부친상까지 겹쳐 힘든 기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이대로라면 둘째는 없다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거든요.
37주까지 회사 다니고 3주동안 출산 준비도 해야겠다며 맞이한 출산휴가, 묘하게 가진통은 더 심해지고 몸은 더 무거워졌지만 병원 가면 아직 아기가 너무 위에 있단 말만 듣고 왔었죠.


38주 3일
병원 정기 검진날, 가진통이 심해졌고 이슬 비슷한 것도 비춘 거 같다고 했지만 주치의 선생님왈,
아기는 내려올 생각도 없고 자궁도 안 열렸으니 걷기 운동하면서 기다리란 말만. ㅜㅜ



38주 4일
친한 언니와 쇼핑몰 가서 밥도 먹고 영화보러 갔는데 이전과는 다르게 허리를 펼 수도 없게 아파서 결국 보는 도중에 나왔었어요. 그리고 영화 끝날 때까지 잠깐 쇼핑몰 구경이나 해야지 했는데 걸을 때마다 자궁이 훅.
마치 걷다가 낳을 것 같은 느낌에 영화만 보고 바로 헤어졌어요.


그날 밤 이전과는 다른 진통이 몰려왔고, 내 진통 어플로는 주기가 뒤죽박죽. 병원에 전화해보니 진진통아니라는 쿨한 대답과 함께 5~10분 간격되면 오라길래 일단 가방만 챙긴 채 쇼파를 붙잡고 있었어요.
왠지 오늘 밤엔 병원 갈 것 같다며 앞으로 애기 낳으면 모유수유때문에 자극적인거 못 먹을테니 피자라도 먹어야겠다고 결국 주문을;; (지금 생각해보면 도미노에서 새로 나왔던 그 피자는 정말 맛 없었음 ㅜ)


피자를 다 먹었는데도 아직 주기는 불규칙적이고 바로 누울 수도 없어서 신랑은 출근해야하니 안방서 자라고 하고 저혼자 거실에서 어플로 주기 체크하며 끙끙 앓았던 거 같아요.
그땐 정말 서도 아프고 앉아도 아프고.
이렇게 아픈데 가진통이라는 사실에 절망하며 베란다 붙잡고 뜬 눈으로 밤을 보냈어요.



38주 5일
아침이 되니 멀쩡해지고 새벽까지의 진통이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어요. 임신기간 중 가장 평온한 날이었던 듯.
잠 좀 자고 일어나서 언제 병원 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냉장고 정리하고 있는데 다리로 뭔가가 주르륵.
따뜻한 물이, 마치 소변 흐르는 거처럼 다리를 따라 흐르길래 이건 양수다!! 라는 느낌에 바로 친정엄마 호출했어요.
신랑에게 전화하고 짐을 싸며 엄마 기다리면서 씻고 준비까지 하는 여유를. ㅋㅋ 배가 하나도 안 아팠거든요.
근데 양수가 터진데다 운전할 수도 없고 신랑오기엔 시간이 좀 걸려서 결국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어요.
(이전에도 가진통을 진통인 줄 알고 119 불렀는데 아니였거든요 근데 그때 구급대원분들이 또 오셔서 좀 민망;;)


병원 가서 분만 대기실로 갔더니 양수 맞다고 입원 수속하래서 그동안 수집한 정보들로 엄마에게 말하곤 침대에 누워있었어요.
진짜 이 날은 이상하리만큼 배가 하나도 안 아프더라구요. 위통도 없구요.
지금 생각해보니 아기가 내려와서 편해졌던 거 같아요.
(입원 수속할 때 자연분만이면 다인실, 일반식으로 신청해도 충분한 것 같아요)


입원 수속 끝나고 내진해보니 아직 자궁이 1cm밖에 안 열렸으니 내일 아침부터 촉진제로 유도 분만하자고 하더라구요.
당일 금식하라는 말과 함께 병실로 갔고 시어머니와 신랑도 와서 다들 저녁 먹으라며 보내고, 신랑이 사온 빵을 자정 5분 전에 애기 낳으려면 배가 든든해야 한다며 우걱우걱. ㅎㅎ


38주 6일
빵을 다 먹고 나니 묘하게 흐르는 양수양이 많아진 느낌이;;
간호사를 호출하니 병실에서 다시 분만대길로 옮겨졌어요.
무슨 생각였는지 양가 어머님들 다 보내고 신랑과 둘이 있는데 옆에서 졸고 있길래 혼자 있겠다고 보냈어요.
그러면서 졸다가 4시 반쯤,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이는 진통에 잠에서 깨서 신랑 부르고 간호사 호출.


임신 기간 내내 "이렇게 아픈데 뭐가 가진통이란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
가진통이 그냥 커피라면 TOP같은 진진통이 빡!
복부를 누가 움켜지고 좌우로 잡아누르면서 자궁을 당기는 느낌이랄까요;; 생리통은 비교도 안 되는 고통이 빡!


배에 진통 체크하는 기계 달고 계속 내진했으나 자궁은 열릴 생각을 안 하고 진통만 시작됐어요.
진짜 누가 말 걸어도 짜증만 나고 아기 힘들다고 바로 누워있으라고 하는데 절대 불가능한 상태로 진통이 ㅜㅜ
5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진통에 양가 어머님들은 새벽부터 출동하시고, 한여름에 애 낳으려고 하니 땀이 범벅이라 부지런히 부채질을 해주고, 전 정신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며 "무통주사" 놔 달라며 엉엉.
근데 무통도 3cm가 열려야 맞는다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자궁은 2.5cm에서 스톱.

간신히 진통제 하나만 맞고 진통하던 중 아까 먹은 빵 때문인지 관장하러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에 구토까지 했어요.
(오늘의 교훈은 진통이 시작되면 아무거나 먹지 말자;;)
7시 50분쯤 겨우 자궁이 3cm열렸다고 분만실쪽으로 내려가서 무통 주사 맞을 준비를 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때 병원이 리뉴얼 중이라 5층에서 지하 1층까지 휠체어를 타고 가는데 어찌나 덥고 진통때문에 자궁이 빠질 것 같은지;;
신랑이 부채질해주는데 공중에 하길래 이성의 끈을 놓고 시어머니도 계셨지만..
"너 부채질 못하니까 엄마 줘 하지마" 라며 신경질 버럭!
나중에 회복실에서도 자기 진짜 부채질 못하냐고 묻더군요. ㅋ

아무튼 몇 번을 멈춰가며 지하 1층 분만실에 도착해서 무통주사 맞으려고 누웠더니 내진하는 간호사 왈,
"주사 못 맞으시겠는데요?"
정말 무통천국이란 말에 그것만 기다렸는데 안 된단 얘기에 왜냐고 놔달라고 했거든요.

간호사왈,
"자궁이 이미 다 열려서 애기 머리 보여요. 무통 맞는 것보다 애기 낳는게 빨라요"
라는 엄청난 말과 함께 제 무통 주사는 빠이~

결국 힘주는 연습 한 번 하고 바로 분만실로 고고!

8시 5분쯤 들어가서 제모하고 세팅하고 누워있으니 주치의 선생님이 헐레벌떡 뛰어왔어요.
오는 길에 전화받아서 병원 앞에 차 대충 세우고 바로 뛰어왔다며 아직 힘 주면 안 된다며 수술복으로 환복!
곧 있으니 신랑도 대충 설명듣고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들어왔더라구요.

배꼽 보며 힘주란 얘기에 두 번 힘줬는데... 신랑도 머리 두 번 밀어줬을 뿐인데...
애기가 쑥!
하하 저 초산인데요..? ㅋㅋㅋ

결국 아기는 2.5kg으로 8시 27분에 무사히 낳았어요. 후처치까지 했는데 아직 9시가 안 된 상황.
진통 시작이 4시 반이었단 얘기 듣고 진행이 너무 빠르다며 둘째 낳을 땐 진통만 있어도 바로 오라며, 안 그러면 길에서 낳는다는 말을;;
그리고 초산이 이렇게 쉽게 낳으면 축복받은거라고 저같은 사람이 애기 많이 낳아야한다는 주치의 선생님 말에 전 멘탈 붕괴.
(분말실 앞 침대에서 진통 중이던 산모들은 저보다 먼저 있었는데 애 낳고 왔는데도 그대로였거든요 ^^;;)

애기 낳아서 그런지 엄청 배고프더라구요. 회복실 가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밥타령해서 10시 반에 바로 미역국 한 사발 먹고 자연분만 티 내며 병원을 활보했어요. ㅎㅎ
진통이 짧아서 그런지 얼굴도 거의 안 붓고 회복도 빠르더라구요. 역시 자연분만이 짱!


애기도 작아서 좀 수월했고 빠른 진행 덕분에 문명의 혜택을 아무 것도 못 누리고 출산해버렸네요.
이제 막 120일이 지난 아기를 키우며 정산없이 보내고 있는 요즘은 묘하게도 그 때의 고통이 거의 잊혀진 것 같아요.
이래서 다들 둘째를 낳는걸까요;; ㅜ


암튼 출산 앞둔 분들은 제 기운 받고 쑴풍, 순산하세요~:)

추천수10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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