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십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아직도 생각하면 ㅎㄷㄷ한일이 있어 적어봐요
내가 중딩이라는 상큼한 명찰을 달고 있던 시절
하루는 엄마가 외출할 일이 생겨 7살 동생은 혼자 집을 봄
그리고 저녁무렵 엄마가 집에 딱 들어왔는데
집안에 돌아다니고 있던 왠 낯선 남자와 눈이 마주침
ㅇㅇ 도둑이었음 이하 도둑시키라 칭하겠음
순간 엄마는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함
그자리에서 신고를 하면 도둑시키가 엄마를 어떻게 할지 몰랐고
무엇보다 동생이 집안에 있어서 엄마혼자 뛰쳐나가면 동생이 위험할수도 있는 상황....
어쩌지 하다가 엄마머리속에 번쩍 한 생각이
몇 주 전부터 고친다고 고친다고 하다가 미룬 붙박이장 문짝이었음
그래서 태연한척하며 아 ㅇㅇ사장님이시구나 전화도 없이 벌써 오심 어떡해요
아직 집도 안 치웠는데 라고 하면서 도둑시키를 붙박이장이 있는 방으로 안내하고서
물건들을 치우는 척 방을 나와서 동생을 찾음
그 사이 그 도둑시키는 공구 차에서 챙겨온다며 나갔다 함
정말 다리에 힘이 풀린 엄마는 기어가서 현관문 잠그고서 아들을 다그침
모르는 사람 왜 문열어줬냐고
그러고 동생이 하는 말이 가관이었음
동생에 의하면 그 도둑시키가 우리 아빠 이름을 대며 공사하는 사람이라고 벨을 눌렀다 함
(대문앞에 명패보고 얘기한듯 )
그때 우리집이 지은지 얼마 안되는 때라서
이거저거 하자 땜에 들락거리는 사람이 많았음
(아무래도 그런 미리 이렇게 어수선한 집을 타겟으로 하고서 어린아이와 여자만 있는 우리집을 노린것 같음)
동생은 어른 안계신다고 했는데 그 도둑시키가 아빠랑 통화했다고
아빠 ㅇㅇㅇ사장님 맞지? 사장님 친구라고 치수몇개만 재가면 되니까 상관없다했고
동생은 의심없이 문을 열어줌
원래 이녀석(동생)이 컴퓨터할땐 전화도 안받는 애인데
그날따라 공사하는 아저씨들 올 땐 엄마가 음료수 갖다주던걸 기억하고
냉장고에 있던 박카스를 챙겨갖고 도둑시키에게 갖다 줬다함
그 도둑시키는 안방에 들어가서 장롱치수를 재고 있었고
그래서 동생은 방해될까봐 다시 자기 방으로 갔다고 함
( 장롱서랍 뒤지다가 동생이 오니까 치수를 재는 척 한거였음 나중에 확인해보니 아주 안방이 개판이 되어있었음;;; 다시 정리하느라 죽는줄... )
그리고서 얼마 안되어 엄마가 도착한 거였음
여기까지 동생의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순간 그 도둑시키가 도둑이 아니라
진짜 공사하는 사람이었나 싶었다 했음
괜히 주인없는 집에 와서 안방들락거렸으니 창피해서 나갔는데
괜히 오버한건가 싶어서 밖에 나가 봤는데 도둑시키는 이미 없었음
.
.
..
여기까지면 그냥 싱거운 좀도둑이었을 수도 있는건데
우리가족이 까무러치게 놀란건 그 이후임
피해가 없으니 경찰엔 신고하지 않았고
저녁준비하려고 부엌에 갔는데
이 나쁜시키가 식칼 한 개도 안남겨두고 싹 챙겨갔음
우리집 들어오자마자 칼부터 챙긴듯 ㅎㄷㄷ
엄마가 집에 들어와서 그 도둑시키와 눈이 마주쳤을 때 순간적으로 엄마가 놀란 티를 냈어도
동생이 좀 더 나이가 많아서 그 도둑시키가 강도란 걸 눈치챘었더라도
정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함
아... 참고로 우리집 안방 장농엔 이불이랑 옷이랑 사진첩이랑 편지들만 줄창있는데
이 도둑시키는 ㅋㅋㅋ
장롱먼지 신나게 먹고 훔쳐갈거도 없어서 매우 짜증났을거임 ㅋㅋㅋㅋ
아 맞다... 칼 훔쳐갔구나 에이 나쁜시키
어쩄든 그 이후론 동생혼자 집보게 하지도 않았지만
행여 혼자있게 된다면 초인종 전화 다 무시하게 했었다는 이야기임..
아 결론은 아이들에게 모르는 사람 문열어주지 마라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아라 교육을 시켜도
아이들은 엄마아빠라는 단어에 약하다고 함
엄마친구다 아빠 아는 사람이다 이런 간단한 거짓말로도 아이들속이기는 정말 쉽다는 거임
아이들 키우는 부모님들 또 주변에 어린아이들을 두신분들
혹시나 비슷한 피해 당하지 않도록 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음
요새 도둑들은 타켓이 된 집 사람들 생활패턴이나 인원, 직업까지 다 파악 해둔다하니 ;;;
진짜 무서운 세상임 조심해서 나쁠건 없으니.... 다들 조심하시길.
그럼 전 이만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