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얼음장처럼 추운 날.
벼르고 벼르던 엄마와의 외출날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연신 콧노래로
고운 화장빛을 더 빛낸다.
그냥 외출일 뿐인데...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추운 날씨에 칼날같은 바람까지 더해져
손끝과 코 끝이 얼어버릴 정도였다.
필요한 물품과 간단한 쇼핑을 위해
바람이 불지 않는 따뜻한 곳으로
흡수되어 들어가듯 백화점으로 향한다.
사고 싶었던 옷들과 화장품..
어린소녀 같이 백화점을 날아다니듯
마치 어린 나비와 같았다.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
얼마나 즐기고 싶었을까...
내나이 30이 되서야 엄마가 여자라고
느끼고 있다는 내 자신에게
한껏 욕질을 해댄다.
두어시간쯤 지났을까??
난 아직도 볼것이 많았고,,
더더욱 흥미를 더해 가고 있었을 쯤..
벌거진 얼굴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진 엄마얼굴..
어디가 아픈가???
불편한가??
"엄마 왜그래?? 어디 아파???"
아무렇지 않은듯 가방 한쪽 포켓에서
손수건 하나를 꺼낸다.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일인듯..
늘상 해왔던 일인듯...
얼굴 이곳 저곳과 손의 땀을 닦아 내고는
씨익 웃어보이는 엄마...
뭐지?? 이 웃음은 뭐지??
한참을 생각 후에...떠오르는 한단어....
갱년기...
맞다... 추운날 내 손끝과 내 코끝에만
고통을 느끼며 걱정만 해댈줄 알았지..
단 한번도.. 엄마의 고통이나 불편따윈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엄마 눈을 쳐다볼수가 없었다...
왜 엄마가 .,우리엄마가.. 나비같은 우리엄마가..
그 싸디싼 손수건에 엄마의 땀을 닦아내야 하는지..
가슴한켠이 아파왔다..
눈물이 쏟아져 나오려는걸,, 억지로 부여잡고
엄마 손을 꼭 잡았다.
병신같은 내 입에선...
사랑하는 엄마의 갱년기에 대한 위로가 아닌
" 요즘 약 좋은거많데.. 하나 사 먹자 엄마..."
쓰레기 같은.. 내입...
한심스러웠다....
한참을 한탄 해 하는 나에게 엄마는
이렇게 얘기하신다...
"엄마.. 괜찮아.. 오늘 저녁에 뭐 해다 먹을까????"
...........
...........
하... 내 배고픔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내 한끼 식사가 뭐가 그리 걱정되는 일이라고....
바보 같은 우리 엄마 머리속엔..
그 생각 뿐이더라.. 내 배고픔을 달래줄.. 식사의 메뉴..
본인은 두어시간도 걷지도 못할만큼 땀에 차고
손수건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곧장 화장실을 찾으면서도,,
내 식사.. 내 배고픔 밖에.. 없더라....
집에 오는 길...
한마디도 엄마에게 말을 걸수가 없었다.
너무나 한심하고.. 너무나 바보 같은 내 자신이
이렇게 훌륭한 엄마의 딸이라는게
미안하고.. 죄송스러워서...
한참을 달리던 차 안에서 엄마는..
세일한 니트 하나가 그리 좋으신지..
연신 꺼내서 나에게 자랑을 하신다.
왜... 내 입에 쳐 넣는 소주 맥주 따위엔
몇 십만원.. 아까운줄 모르고 써댔으면서..
엄마의 신상 니트 하나에 몇만원이라도 쓸 수 없었을까...
너무 부족한 내 자신에게 오늘 미친듯이
욕을 퍼 붓는다.
돌아온 집엔..
또다시 진수성찬의 반찬들....
3만원 니트에 소녀같이 기뻐하던 엄마가..
내 식사 상에는 몇배나 되는
거금을 들이시고는 본인이 받는 상차림처럼
기뻐하신다.
난 오늘..
다시 태어났다.
엄마의 딸로..
훌륭한 나의 엄마.. 내 엄마의 딸로...
손수건하나의 본인의 불편함을 닦아내면서
내 딸 한끼의 식사에는 온 정성을
퍼부어 주셨던
위대하고 존경스러운 우리 엄마의 딸로...
2015년...왜인지..
우리엄마의 손이 더욱 아름 답게 보이는 해이다.
2015.1월.. 겨울에..
30대에 다시 태어난..
훌륭한 엄마의 못난 딸.......
* 멀리 떨어져 사는 엄마와 함께 외출 하고 난후..
먹먹한 마음에 적어봅니다...
추운 날씨.. 허전한 마음 대신
따뜻하고 꽉찬 마음으로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한마디씩 해요 우리...
모두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