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톡을 즐겨보는 29살된 새댁입니다.
올봄 4월에 결혼했으니 이제 결혼생활도 5개월이 넘어가고 있네요.
그런데 행복하기만 했던 신혼생활의 단꿈이
지난 추석 연휴동안 산산 조각이 나 버렸습니다.
신랑이랑 저는 5년차이.
저희는 2년전 무슨 전문가 모임에서 만나서 2년 가까이 연애하다가 결혼했습니다.
신랑이나 저 모두 남들에게 인정받는 직업이고요,
누구에게나 자기 남편은 그렇듯,
성격도 좋고, 집안이 썩 잘 살지는 않아도 가족들끼리 화목하고,
또 이 사람 직업이나 연봉도 좋고...
특히 크게 모난 것없이 무난한 사람이라 그런게 맘에 들어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추석때 터졌습니다.
제게는 결혼후 첫 명절이니만큼 뭐든지 열심히 하려고
아무리 해도 티는 안나겠지만, 그저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했죠.
시어른들께 칭찬은 고사하고 괜히 실망 안겨드리기 싫어서요.
지난 금요일 일 마치고 늦게 시골에 내려가서
토요일 일찍부터 음식 준비하고,
일요일엔 차례 지내고 성묘 다녀오고, 아주 바쁘게 보냈죠.
주말이면 보충하던 잠도 실컷 못잤구요.
그러다 월요일이 돼서 서울로 올라오기 전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데
앞쪽의 수건걸이에 무슨 결혼식 기념으로 나눠주는 수건이 걸려있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수건에 있는 이름이 제 신랑 이름이었던 거죠.
축 결혼. 신랑 아무개, 신부 아무개.
2004년 4월 몇일...
뒷통수를 한대 맞은 기분이더군요.
혹시나 혹시나 하면서 수건을 들고 화장실을 나가 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어머니... 이거 저희 XX씨 아니죠?" 하고..
하지만, 질문을 하는 순간 모든 가족이 웃음을 뒤로한채 일순간에 정적에 휩싸이더군요.
대답을 듣지 않아도 명확했습니다.
순간적으로 몸에서 온 힘이 쭉 빠지더군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습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짐도 제대로 안챙기고 제가 혼자 차를 몰고 올라와 버렸습니다.
물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요.
친정에도 몸이 안좋다 그러고 안갔습니다.
혼자 집에 있는데 저녁 늦게 신랑이 오더군요.
버스 타고 왔나봅니다.
해명을 하더군요.
결혼했었던 게 사실이라고...
4년 전에 결혼을 했었고, 딱 세달 살고 이혼했답니다.
물론 혼인 신고도 안했으니 호적은 깨끗했던 거고요.
아마 그때 나눠줬던 수건을 어머니가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계시다가 들키게 된 것 같다고.
그런데 차라리 잘됐다고 그러더군요.
자기도 그 동안 마음이 무거웠다고...
이제 일이 터지고 나니, 그동안 약간 어색했던 순간들이 다 설명이 되더군요.
신랑 친구가 집들이때 우리집에 와서 술 먹고
어떤 여자이름 부르며 그렇게 버리는게 아니었다고 그랬던 거,
결혼식때 신랑 쪽 하객들이 뭔가 괜히 어색해 보였던 거,
신랑이 결혼 전에 제게 할 말이 있다고 그래놓고 아무말도 못했던 거 등등..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희 역시 바쁜 생활때문에 혼인 신고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대로 헤어져야 하는 건지, 아님 묻어야 되는건지...
신랑은 잘못했다고 그러고, 시어른들도 계속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그러시고,
시아주버니, 큰 동서 모두 미안하다고 그러고...
하지만, 모든 일가족한테 속은 내가 원망 스럽고,
나를 속인 신랑이라는 인간도 원망 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직도 손이 떨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