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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에 관한 소고(小考)

nulpurn |2004.01.06 19:54
조회 158 |추천 0

 

우리가 굳이 지난날을 회상하고 또한 그리워하는 이유는 뭘까?
......
......

 

지나간 기억은 자기 편의대로 추려지거나 윤색되게 마련이다.-마치 모래뿐인 사막에 오아시스를 그려 넣고 아름다운 영상인양 편집하는 것과 같이 말이지.
아.. 기억이란 얼마나 형편없는 것인가!.
있지도 않은 사실들을 있게 만들고, 추해 보이는 것마저도 다시없을 아름다움으로 치장하고는 하지.
각자가 간직한 유년시절의 회상은 세월을 타면서 덧 칠해져 원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다만 흐릿함을 핑계삼고 위안 삼아 무수한 환상을 입력하지.

 

우리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가..
첫사랑은 얼마나 우리들을 아프게 했는가..
또래의 친구들은 또한 어떤 모습이었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분명 그때의 시절은 어리석었고 가난했다. 생활의 불편함으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고 무엇 하나 혼자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자괴감도 느껴야 했고 치기와 불만족을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들은 그 시절을 무슨 그리움인양 찾아 헤매며, 꿈인양 속삭이고 있지.

 

우리가 기억하는 그 무수한 것들 중 제대로 된 기억이 과연 있기는 할까?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는 그 기억, 뚜렷한 장면은 과연 믿을 만 한 것인가?.
당시 뛰어 놀았던 커다란 학교 운동장은 작은 마당처럼 보이고, 운동장 가에 심어졌던 미루나무는 시들어 이제는 잎조차 피우질 못하고 있지. 계집아이들 앞에서 힘자랑 했던 철봉대는 녹이 슬었고, 시이소는 한 쪽이 주저앉아 볼품 없이 휑뎅그렁하게 남아있다. 아이들과 술래잡기를 하던 그 골목은 통행하기도 비좁고, 모기와 파리가 날아드는 그 지저분함에 악취마저 풍기고 있지.

 

조각 조각 흩어지고 쪼개진 기억의 단편들을 내 의지에 맞게 추스르고 다듬어 붙인 것은 아닌지..
인간이란 너무나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자기자신 마저 속이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그 오만함을 볼 때 인간의 기억을 믿는다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요 바보같은 짓이다.

......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지
이 모든 걸 인정하면서도..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난날을 찾고 그리워함은..
지금 잃어 가고 있는 그 무언가를 보듬고 싶음은 아닐는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점 더 할퀴고 찢기고 버려지는 빈도가 커질수록 과거로의 회귀는 간절하다.
황폐화 된 정신-비록 육체적으로는 편리할 지 모르지만, 이 쉴 곳을 찾아 떠나는 안식의 땅, 그것이 회상이고 추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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