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재미있게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면 단연코 내가 군대에서 있었던 일화이다.

초등학교시절부터 남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던 나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 혼자서 아들 둘을 힘드시게 키우는 그 때에도 , 모두들 나를 보면 부잣집 아들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
요즘에는 어렵고 힘들다고 하지만, 내가 군에 입대하던 그 시절 20여년 전에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군대도 면제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내가 군입대를 결정하고 훈련소로 입소한 첫날 입소대에서 신체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키와 몸무게를 재고 , 몸무게를 확인하던 군인이 나를 보며 저쪽에서 있으란다, 어리둥절하며 나는 모든 입소대원들이 몸무게를 다잴 때 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모두 마쳤을 때 나를 불러 다시 몸무게를 재는데, 몸무게를 확인하던 군인이 한참을 쳐다보며 나에게 한마디 한다. ‘집에 돌아갈래 아니면 군대에서 살뺄래?
나는 군대 가기 전 살 많이 쪄서 군대 안 가겠다고 어머니께 말하다가 어머니에게 쫓겨날뻔한 상황이 생각나 바로 군대에서 살 빼겠습니다. 하고 외치고 나의 군대 시절이 시작되었다.
나는 군에 처음 들어올 때 몸무게보다 10Kg을 빼서 아주 날씬한(?) 모습으로 군대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입대하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포대장님이 나에게 너 빨리 대대로 들어가봐.. 하는 것이다. 영문을 모른 채 대대로 들어가보니
100여명이 넘는 군인들이 운동장에 모여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왜 이곳에 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곳 군단 태권도 대표를 선발하는 자리에 함께 한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이제 이곳에서 국방부 태권도 대회에 출전하게 될 자랑스런 우리 부대 대표를 선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시합에 앞서 먼저 모두 이쪽으로 나와 몸무게를 재도록 하겠습니다.
‘오잉 이게 무슨 말인가?’
태권도 대표 선발? 시합? 내가 ?
태권도는 지금까지 한번도 해보지 않았을 뿐 더러 , 지금까지 남과 한번도 싸움을 하지 않았던 나였지 않은가?
왜 포대장님은 나를 이곳에 보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100명이 넘는 군인들이 몸무게를 재는 그곳에 다시 줄을 서야만 했다.
내 차례가 되어 몸무게를 재는데 내 몸무게를 확인한 담당자가 나의 얼굴을 힐끗 보시며
너는 저 옆으로 서 있어라… 하시는 거다. 이게 또 왠 영문인가?
난 왜 몸무게를 쨀 때마다 한쪽으로 서 있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한쪽에 서 있는데,
이제 태권도 선발대회를 하려는 듯 하다…100명이 넘는 군인들이 운동장에서 체급별로 대련을 하는 것이다. 맨 모래 바닦 에서 대련을 하는데, 한참을 기다리는데 나에게는 누구도 말 거는 사람도, 대련을 하라는 사람도 없다.
대련을 보며 , 난 어떻게 대련을 하지, 다리는 허리위로 올라갈까?
별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한 사람씩 승자가 가려지고, 승자끼리 겨뤄 , 결국 마지막 남은 선수가 가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한쪽에 서있다…
대련이 다 끝나고 정리하고 있을 때에도 나에게 말 거는 사람이 없어,
나는 대련을 주관하는 분에게 다가가 저는 아직 대련을 하지 않았는데요…… 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분의 대답을 듣고 나는 충격 받아 말을 잊지 못했다.
‘넌 이미 선발 됐다…넌 우리 부대 선수야…’
이게 무슨 말인가? 나는 태권도를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 아닌가, 군대에서 태권도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본적 있지만, 내가 우리 부대 태권도 대표라고?’
콩닦 거리는 마음을 잡고, 다시 한번 여쭤 보아야 했다.
‘전 대련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선수가 된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 분은 저를 바라보시며 흐믓한 웃음을 짓고, 말씀하셨다.
‘넌 우리 부대 헤비급 대표선수다… 오늘 선발전에 온 후보들 중에 헤비급 몸무게를 가진 사람이 딱 2명이었다. 그래서 대련할 필요 없이 선수로 뽑았다, 부대로 돌아가 2달 동안 합숙훈련 할 준비하고 있어”
‘이런 , 이런 , 하늘이 노래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편이었지만, 처음 군에 왔을 때 보다 10Kg나 감량했는데, 우리 부대 헤비급 선수라니,,,,, 아니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태권도 대표로 선발하다니….
걱정반, 기대반 하는 마음으로 부대로 복귀해 포대장께 이 사실을 알렸더니, 박장대소 하시며
‘ 야, 너 어떻게 대표로 선발되었느냐며 한참을 물어보신다, 너 태권도 한적 있냐?
대대에서 태권도 선발대회를 하니 체급별로 참가하라고 했는데, 헤비급에 너밖에 없어서 보낸건데, 선수로 되었구나…하하하”
나는 마음속으로 어떻게 사실대로 얘기하고 취소해달라고 말씀 드릴까 아니면 그냥 부딪혀 볼까
하는 갈등의 마음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결심하게 되었다…
그래, 이런 경험도 해보는 것이 낫다… 대표로 나가보자…
하지만, 나의 시련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는데,
2달 동안의 합숙훈련 준비를 하고 , 실내 체육관 시설이 있는 어떤 곳으로 이동한 우리 부대 대표선수들은 첫날 서로 자기 소개를 하게 되었는데, 군입대전에 태권도 상비군대표선수, 88올림픽태권도 기수단, 전직 태권도 선수 등등 , 모두 태권도 대표를 할 만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던 것이다. 나는 소개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아, 직급과 이름만 얘기를 했더니, 나에게 질문을 하는데,
몇 단이세요? 네? 몇 단이요? 태권도 몇 단인지를 물어온다.
하도 오래 전에 운동을 해서요…라며 말을 흐리고, 넘어갔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모드들 나를 보며 최소한 1단은 넘을 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의 인생에 처음 운동으로 합숙 훈련하는 곳에서 앞으로 2달 동안 태권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일이 캄캄하고 , 걱정이 앞섰으나, 다시 한번 살을 빼자 하는 생각과 태권도를 배워보아야 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가지고,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운동은 나에게 너무 힘들었다. 다들 군대 오기 전 운동을 해봤거나, 하던 사람들 틈에서 운동을 한번도 해보지 못한 내가 비슷하게 흉내 내려고 하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문제는 다리에 있었다. 다들 알고 있는가? 태권도를 할 때 가장 힘든 게 다리를 찢어야
한다는 거?
가뜩이나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데, 다리가 허리위로 올라가지 않으니, 이거야 난감하기 그지 없다.
처음 일주일은 체력훈련이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으나, 2주일째에 돌입하고, 태권도 훈련을 시작하니 이거 다들 장난 아니다, 국방부대회에 나가 입상하여 포상휴가를 가고 싶은 군인들의 마음을 다들 아시리라 생각된다.
이제 태권도 훈련을 시작하고 사범님이 들어와 한명, 한명 태권도 실력을 확인하는데,
내 앞에서 내가 발차기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시며 고개를 갸우뚱 하시고 떠나시지 않으신다. 나의 마음은 제발 옆으로 가시라고, 가시라고 소리쳐 불러보지만, 사범님은 나를 보시며 이렇게 질문하셨다.
몸이 왜 그래? 몸이 아직도 안 풀린거야? 왜 다리가 안 올라가?
난 거의 울먹거리며 말했다. 사실 사범님 제가 태권도를 하지 못합니다.
모두들 나를 쳐다보는데, 아… 이때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구나 생각을 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제 사실대로 얘기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제가 지금까지 한번도 태권도를 접해보지 못했는데, 소속부대에서 몸무게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내 이야기를 모두 끝내자…. 사범님과 함께 운동하던 병사들은 체육관이 떠나가라 웃으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는데, 더러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사범님은 초등학교 때에도 운동 안해봤냐고 물어보시고, 운동 안해봤던 친구가 지금까지 맘 고생했다며 위로해 주셨지만, 그 표정은 알 듯 모를 듯 했다…
운동이 끝 이나고 , 모두들 나에게 위로의 한마디씩 건네는데, 나와 함께 뽑힌 헤비급후보선수가 내 옆으로 조용히 와서 나에게 한마디 했다…’사실 나도 초등학교 때 1단을 땄는데, 태권도 시합은 어떻게 하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하면서, 이제 어쩌냐 나 때문에 당신이 어쩔 수 없이 대표로 선발될 꺼 라는데….
그렇다. 각 체급별 2명씩 후보로 연습하여, 최종적으로 한 명이 선수로 선발되어 국방부 태권도 대회에 우리부대를 대표해서 나가야 했던 것이다. 나의 상대 후보 선수도 내심 자기 보다는 내가 나가길 바랬던 것이다.
속 시원히 털어버리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재밌는 일은 그때부터 마음이 편해지니 운동도 더 잘되고, 몸도 날아갈 것 같은 것이다. 사범님은 때때로 열심히 운동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잘한다고 칭찬도 해주셨지만, 여전히 나의 다리는 허리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점점 국방부 태권도 대회를 위한 선발전이 다가오고 있는데…….
각 부대에서 체급별 2명씩 선발되어 합숙하며 훈련하는 우리는 자체 선발전을 거쳐 체급별 출전선수 1명을 뽑게 되어 있었다. 다들 열심히 훈련을 하는 어느 날 저녁,
우리 훈련을 총괄하시는 사범님이 헤비급 2명을 저녁에 조용히 부르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너희가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중이 계속 감량되어 지금 이 상태로는 헤비급 체급에 나가지 못한다. 그러니, 앞으로 체중에 신경 증가에 신경 쓰고, 저녁에 라면 먹고 취침하도록 해라…
하시며 , 라면을 끓여 주시는 것이다.
군대에서 먹는 라면의 맛은 군대 다녀온 남자가 아니면 어찌 알리요….
하지만, 우리만 먹는 것이 같이 고생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여 , 사범님께 다른 친구들은 왜 안 부르셨냐고 물어보았는데, 사범님의 대답은 다른 체급은 모두 체중 감량중이라고 하시며, 50Kg 이하 체급에 나가는 친구들은 약 먹으면서까지 체중 조절을 하고 있다고 한다. 라면 냄새도 그 친구들에게 들키면 속상해 한다고 이야기 하시며, 괜히 자랑하지 말라고 하신다….
운동의 세계가 이렇게 힘든 것이구나…. 나는 체중계 한번 올라가서 이렇게 선수로 발탁되었는데, 이제는 몸무게가 줄어서 저녁에 야식까지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며,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국방부 태권도 대회에 나갈 선수를 뽑는 자체 선발전이 있는 날이다. 모두들 신경이 날카로왔다… 하지만, 헤비급선수 후보들인 2명은 여전히 싱글벙글 누가 나가도 큰 욕심 없는 사람들이다…

각 체급별 대련이 시작되었는데, 정말 열정적인 시합이었다. 체급별 승자가 가려지고, 이제 마지막으로 헤비급 대련이 시작되었다. 나와 상대선수는 정말 열심히 시합했다. 시합을 마치고 심판과 사범님을 쳐다보니, 실망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하시는 말씀이 시력이 고만고만해 누구를 뽑을까 걱정이라고 하셨다. 나는 맘속으로 지금까지 태권도에 태자도 모르는 내가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대등하게 경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사범님은 그래도 1단이 낫겠지 하는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상대선수를 대회출전선수로 뽑으셨다.
국방부 대회가 있는 날 모두들 긴장하면서 대회장으로 발걸음을 나서는데, 사범님이 황급히 나를 부르면서 빨리 황도캔4개랑 1.5리터 물 2병을 사가지고 대회장으로 오라고 하시는 것이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시키는 대로 물건을 사서 대회장 한켠으로 갔는데, 거기에는 우리부대 헤비급대표로 나가는 친구가 걱정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아침에 몸무게를 재보니, 2.5Kg 이나 체중이 미달된다고 하는 것이다. 사범님과 나는 그 친구를 앉혀 놓고, 황도와 물을 먹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지만 웃음 나는 장면이다.
그 친구는 정말 목까지 황도와 물을 먹고, 계체에 성공하고, 화장실로 달려가는데, 나는 뒤에서 등을 토닥토닥 해주며, 이 상황이 내가 될 수 도 있었을 꺼란 생각에 위로를 해주었다.
시합이 시작되자, 각 부대 사령관님들이 모두 헬기를 타고 한 명씩 들어오는데, 모두 별들의 잔치이다. 자기 부대 식구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보러 온것이다. 우리 군단장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우리 선수들은 잔뜩 긴장하며 시합을 하게 되었는데, 제일 작은 체급부터 대련이 시작되었다.
모두들 대단한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기에 조금도 방심할 틈이 없다. 우리 팀 선수들이 첫판을 이겨 기분 좋게 , 시합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두번째 판을 지고, 세번째 판도 지게 되었다. 다들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의 걱정은 우리 군단장님의 표정이었다. 힐끔 힐끔 쳐다보니 얼굴색이 변하시는 듯 보였다. 네번째 체급에 우리의 기대주 라이트급 선수가 들어와 발차기를 하는데, 정말 멋져 보였다. 시합은 시작되고, 잔뜩 기대하며 보고 있는데, 어쩌나…..
상대방의 뒤돌려 차기로 얼굴을 맞아 KO패 하고 만 것이다. 우리는 선수에게 달려가 위로해 주고 있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군단장님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우리들은 이제 우리다 영창 가는 거 아니야? 하는 걱정스런 맘으로 떠나시는 군단장님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우리는 앞으로 더 지면 휴가는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시합하여 결국, 세 체급에서 우승자를 배출하게 되었다.
2달 동안 힘들게 운동한 보람을 찾고, 정말 좋은 경험을 하고 각 부대로 돌아온 우리들은 포상휴가로 모두 10박11일을 받았다. 그때 함께 운동한 그리운 전우들 , 오늘 불현듯 보고 싶네요…
체중계 한번 올라가 , 헤비급 대표로 선발되어 본의 아니게 운동선수가 되어 버린 그 시절의 나였지만, 어언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체중계에 올라 몸무게를 재보며, 불어나는 몸무게를 걱정하며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옛날 나의 날렵했던 몸을 그리워하며…..
http://www.my-memoirs.com/bigson/306?l=ko
마이메모아(My Memoirs)라고, 제가 요즘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에요.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나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보관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아요.
판은 40,50대 유저를 위한 공간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글을 쓰기가 좀 그런데
여기는 부담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쓸 수 있어서 추천하려고 글 써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