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유학와서 만난 그 남자애는 홍콩애였는데 뭐랄까 전형적인 전교생과 친하고 여자 사람 친구도 많은 그런 애라서 처음에 걔가 나한테 말걸고 그럴 때만해도 전혀 우리 사이에 뭐가 있을거라는 그런 생각을 못 했었음. 그런데 솔직히 여자들 누가 나한테 관심있으면 대충 눈치 채지 않음? 나도 곧 그런 느낌을 받게됐음.그런데 아직 걔한테 남자로써 막 좋은 느낌은 없었어서 그냥저냥 모르는 척 하고 지냄.
그러던 어느 날 얘가 갑자기 자기 오늘 기분이 너무 안 좋다고 나랑 타운 놀러가주면 안되냐고 계속 조름. 그때 딱 "아 나가면 얘가 오늘 고백하겠구나"하는 예감이 스치고 지나가서 너 니 친구들이랑 나간다고 하지 않았냐,난 아직 걔네랑 안친해서 좀 불편할 것 같다 이러면서 거절함. 그랬더니 걔가 오늘은 걔들보다도 너랑 있고싶다면서 계속 조름. 그러나 나는 끝까지 거절하다 결국 걔는 자기 친구들이랑 밥 먹으러 가고 나는 한참 있다가 내 친구랑 걔랑 친한 또다른 친구랑 뭐 이렇게 산책?하러 감. 그러다 그 썸남한테 어디냐고 문자가 와서 결국 걔도 이 무리에 합류한 채 넷이서 좀 걷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감. 아직 소등 시간이 안된지라 그냥 그 멤버 그대로 모여서 다들 핸드폰 하면서 앉아있는데 그 남자애한테 페이스북으로 메세지가 온거임. 나는 비겁한 생각이지만 그 때 내가 걔랑 단 둘이 있는 시간만 만들지 않으면 그냥 그 상태로 계속 있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음. 그래서 걔가 나랑 내 친구들 무리에 합류했을 때부터 또 자꾸 둘이서 있을 시간을 만드려고 하길래 필사적으로 피하고 있었던거. 암튼 그런데 걔가 페메로 나한테 잠깐 나오라고 하고는 정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거임. 내가 거기서 어쩌겠어, 결국 따라나갔지.
그렇게 밖에서 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걔가 점점 더 우리 얘기로 초점을 맞춰가길래 나는 그냥 듣고만 있었음. 그러다가 걔가 "내가 너를 좋아하는게 어떤 의미로써인지, 막 사랑 느낌의 좋아함인 지는 잘 모르겠는데..."이러면서 횡설수설하는거임. 나도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때라 계속 잠자코 듣기만 하고 있었음. 그런데 걔가 자기 할 말을 마치더니 날 빤히 바라보면서 "너는?"하고 묻더라고. 아 진짜 내가 사람 대 사람으로써 고백을 들은건 그때가 처음이라 거절을 단호하게 못 하겠는거야ㅠㅠ 그래서 막 우물쭈물하면서 "나도 니가 좋긴한데...아마도 친구로써..."막 이렇게 계속 웅얼웅얼하는데 걔가 진짜 날 계속 빤히 보면서 "just friend? no more?(=그냥 친구? 그 이상은 아니야?)"이러면서 물어보는거임ㅠㅠ 결국 내가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고 실토하면서 우린 일단 서로의 감정이 확실해질 때까지 스페셜 프렌드로 남자며 그 날의 막을 내림.
그런데 문제는 나는 '프렌드'에 초점을 맞추고 걔는 '스페셜'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았다는거...그날부터 걔는 예전보다 훨씬 자주 여기 가자, 저기 가자, 같이 밥 먹자 이러고 내가 깔아준 카톡으로 아침엔 굿모닝 저녁엔 잘자 이렇게 계속 연락해주는데 나는 그게 좀 부담스러워진거임...솔직히 그때도 지금도 내가 되게 못됐었다는건 자각하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나도 나 자신을 어떻게 조절할 수가 없었음. 그냥 원래 내 친구들이 있었던 자리에 걔가 들어오려 할 수록 나는 내 원래의 인간관계를 포기해야한다는 사실이 괜히 울적하기도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만난지 거의 일주일만에 고백한 걔가 정말 진심이었는지 100% 확신이 안들기도 했음. 게다가 또 그 와중에 자꾸 타이밍 안좋은 일들만 생기는거..진짜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들?
예를 들어 걔가 나한테 몰 가자고 조른 날 내가 끝까지 안간다 그래서 걔만 혼자 몰가고 그냥 서로 카톡만 계속 하다가 내가 잠이 든거. 중간 중간 잠결에 대충 확인했을 대 답장 온게 없길래 안심하고 푹 잤는데 몇시간 뒤 일어나서 보니까 카톡창에 그 날개 표시 다들 알려나? 예전엔 카톡 우측 상단에 조그만 날개 표시가 떠야 연결되있다는 서리였는데 암튼 그게 없는거임. 우리 학교 와이파이가 또 30분마다 로그인을 다시 해줘야되는 시스템이었어서 순간적으로 싸한 기분을 느낀 내가 바로 와이파이 로그인을 하자마자 카톡 폭탄이 우르르 터짐. 걔한테 어디냐고 온 것도 몇시간 지나있었고 심지어는 아는 언니가 보낸 "00아 내가 지금 1층에서 걔를 봤는데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걔 표정이 너무 안 좋아보여서...혹시 너랑 무슨 일 있는건가 싶어서"뭐 이런 카톡도 와있고 순간 엄청 미안해져서 온 기숙사 건물을 이 잡듯 뒤졌는데 그날따라 못 만남... 언제는 걔가 같이 저녁 먹쟀는데 내가 너무 피곤해서 "미안 나 좀 푹 자려고.."이러고 한 두시간 잠. 그러다 일어났을 때 좀 출출하길래 먹을 거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가 한국인들 만나서 수다떨던 도중 그 남자애랑 마주침. 걔가 "나 너 자는 줄 알았는데..."하는 순간 뭐랄까 바람피다 걸리면 그런 기분이었을까ㅠㅠ 걔가 아침 같이 먹자고 한 날도 "아침 같이 먹을래?" -> "그래 몇 시?" ->"한 7시 반?(수업 시작이 8시 45분)"-> "헐 7시 반??!?나 그 시간에 못 일어날 듯...미안 담에 같이 먹자"->"그래" 이런 대화를 나눈 뒤 수업 시작 5분전에 오렌지 하나 집어가려고 급히 학교 식당 들렀는데 또 걔랑 마주친 거임..걔가 나한테 "너 아침 안 먹는다 하지 않았어?"이러고 묻는 순간 진짜 뭐 이런 거지같은 타이밍이 있나 싶더라ㅠㅠ
암튼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걔가 한 번은 나한테 카톡을 보낸거임 요즘 니가 좀 달라진 것 같은데 혹시 내가 이제 별로냐고 묻길래 고민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보냄. 니가 막 싫어졌다거나한건 아닌데 아직 막 둘이서만 있고 그럴 땐 좀 불편하기도 하다고...그렇게 답을 하고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있는데 걔가 내 방으로 찾아온거임 숙제할껀데 도와달라면서.그래서 그렇게 어색어색하게 있는데 걔가 숙제하면서 카톡으로 물어봤던걸 다시 조심스럽게 묻더라고. 그래서 내가 톡 답장했는데...?못 봤어...?이러니까 아직 확인 안했다면서 바로 핸드폰을 꺼내드는 거임!!!!!!!!! 그래서 내가 막 필사적으로 "아냐!!!!!! 지금 말고 나중에 확인해!!!!!!!!!"이러면서 말리려는데 이미 확인함....태어나서 가장 어색한 순간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진짜.......아무렇지도 않게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이러면서 넘기는데 진짜 나 미안해서 죽는 줄 알았어ㅠㅠㅠㅠㅠㅠㅠㅠ
어찌됐던 이러한 일들 이 있은 뒤 걔가 나한테 할 말이 있다며 학교 끝나고 만날 수 있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지난 번에 고백 받았던 장소에서 나한테 사귀자고 물어봄.내가 바로 대답 못하니까 지금 바로 답 안해도 되니까 자기 주말에 집 갔다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 너 생각 정리되면 그 때 얘기해달라고...그렇게 또 며칠이 지나는 사이 진짜 나름 되게 진지하게 생각을 해봄. 사교성도 생긴 것도 다 좋고 공부도 운동도 다 열심히 하고 뭣보다 나한테 그렇게까지 자기 진심을 보여주는 애는 처음이여서 눈 딱 감고 사귈까 하다가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는데도 사귀는건 내가 그냥 남친이 필요해서 사귀게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계속 고민고민 또 고민하면서 지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