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일입니다. 대학교 다니면서 대학 근처에 커피 전문점에서 두 달간 알바를 했었어요.
주인은 30대 독신 여성이었고 깔끔하고 좀 예민한 성격으로 기억해요. 겨울이었는데 머리 하루만 안 감고 가도 냄새난다고 질색을 해서 아무리 늦어도 머리는 꼭 감고 갔어요.
파트 타임으로 오전에는 다른 학생이 하고 오후 1시부터는 걔랑 교대하고 제가 주인 언니랑 둘이 가게에 있었어요. 뭐 첨엔 언니처럼 생각해라. 잘 지내보자 그런 식으로 얘기해 주길래 좋은 사람으로 생각했어요.
근데 한 달 쯤 지난 후에 제 앞에 하던 학생이 그만 뒀어요. 갑작스럽게 그만 둔 지라 전 영문도 모르고 한동안 그 학생 시간까지 맡아서 했었어요. 근데 언니 말로는 걔가 유리 주전자를 하나 깨뜨렸는데 뭐라고 했더니 컵 하나를 또 바닥에 툭 떨어뜨리면서 "또 깼어요." 하고 할테면 해봐란 식으로 말하고 그만 둔다고 휙 나가 버렸다네요. 그럴 애 같진 않았는데 좀 이상하긴 했어요.
새로 오전 타임 학생이 들어오고 며칠이 지났을 때였어요. 그날도 시간 맞춰 나왔는데 이상하게 주인언니 분위기가 냉랭하더라구요. 그러더니 2층 남자 화장실 청소좀 하고 오라고 하길래 황당해서 그거 청소하는 사람 따로 있지 않냐고 물었더니 오늘 청소하는 사람이 안 나왔다고 니가 좀 하고 오래요. 공용이고 다른 가게 남자 알바들이 보통 했었기에 진짜 싫었는데 그래도 주인 언니가 시키는 일이라 안 할 수가 없더라구요. 다행히 그 시간대에 남자 화장실이 깨끗하기도 했고 비어 있었어요. 그래서 서둘러 청소하고 내려왔더니 여느때처럼 점심을 시켜서 차려놨더군요. 된장찌개 백반 2인분.
항상 그 시간에 같이 먹곤 해서 먹으려고 수저 집어 드는데 뭐라는 줄 아세요? 자긴 찌개랑 반찬을 남이랑 같이 안 먹으니까 따로 먹어야겠대요. 참 나 한두번 같이 먹었던 것도 아니고 황당하더라구요. 기분 나빴지만 또 히스테리 시작인가 싶어서 잠자코 반찬이랑 찌개 덜어서 다른 자리에서 따로 먹었어요. 뭐 가끔 비슷한 일이 있긴 했어요. 저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지 기분 좋을 땐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굴다가 기분 안 좋으면 말 걸어도 쳐다 보지도 않는.
근데 밥 다먹고 치우고 나니까 그제서야 힐끔 쳐다 보면서 묻더라구요. 제 앞 시간에 하던 애가 반지 빼놓고 갔다는데 못봤냐고. 자리 치우면서 못봤으니까 못봤다고 했죠. 그러더니 피식 웃으면서 '거짓말 하네' 하는표정을 짓더라구요. 그 은근 멸시하는 표정 아세요? 그제서야 남자 화장실 청소 시킨 거며 내내 냉랭한 분위기며 뜬금없이 밥 따로 먹으라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기가 막혀서. 전 보지도 못한 반지 때문에 그 모욕을 다 당한 거죠.
못하겠더라구요. 더이상 무슨 모욕을 더 당할 지 어떻게 알아요? 알바고 뭐고 눈앞에서 앞치마 벗어 팽개치고 반지 못봤고 알지도 못하니까 경찰에 신고하든 말든 맘대로 하라 그러고 가게를 나왔어요. 평생 그런 모욕감은 처음 느껴봤거든요. 손님은 꾸역꾸역 들어오는데 뒤에서 혼자 펄펄 뛰는 소리가 들리는데 못들은 척 나왔어요. 그 뒤에 몇번 전화 왔지만 안 받았구요.
월급 받고 이틀만에 일어난 일이라 이틀 일한 일당 받아야 하는데 그 여자 얼굴이 너무 마주하기 싫어서 포기해 버렸어요. 나 아는 사람한테 그 주인 여자가 말을 전했는데 미안하다고. 돈은 받아가라고 그랬대요. 근데 만나기도 싫고 어찌어찌 돈은 계좌로 받긴 했는데 생각할 수록 기분 나쁜 경험이었어요. 살면서 다신 만나기 싫은 유형이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제 앞시간에 하다가 그만둔 애도 뭔가 사연이 있는게 아닌가 싶고 그 애처럼 나도 나쁘게만 말하고 다닐까 의심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