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재회했어요.
5년이란 정이 쉽게 정리되진 않았나봐요.
상대방이 먼저 손 내밀어준 덕분에 지금은 조심스럽게 만나고 있네요.
근데 여전히 어렵기는 마찬가지에요.
누구나 똑같겠지만 헤어졌을땐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었어요.
옆에 없다는 사실보다, 생각보다 내가 못해준게 너무 많아서 너무 미안해서 그저 다시 돌아와 주길,
못해줬던거, 그 동안 내가 받았던 만큼 잘해줄 자신있으니까, 다시 기회가 오길,
그저 이리저리 방황해도 마지막 발걸음은 나에게 되돌아오길...
환승이별은 아니었고 상대방이 제 성격에 질린 케이스였어요
사귀는 동안 한 없이 자상하고 뭐든 받아주던 사람이라 내 기분에 막 다루게 됐고..
사람의 마음을 안일하게 생각한 제 잘못이 컸죠.
정말 그러면 안되는데...사랑해달라는 말 대신 온갖 불안감에 헤어지자는 말로 사랑을 확인했어요
본심은 그게아님에도..지쳐있던 말투에 기다렸단 듯이...찬듯 차인케이스..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에, 그 짧은시간에 나는 그대로인데 상대방은 너무 많이 변해있었어요
울고 불고 떼쓰고 매달려도 '그만해라' 라며 단호했고..2시간씩 매일하던 전화도 피했고
처음으로 자존심 다 버리고 6시간 기다려서 만났음에도 '그만하고 오빠동생사이하자'
'좋은 남자많으니 남자 많이 만나봐라' 지금 생각해보면 때려주고싶은 말만 골라했던것 같네요..
나는 그 사람에 대한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고 ,전부를 알고 있는줄 알았는데..정말 부질없었죠.
연락이 끊긴 순간부터 뭘하는지,뭘먹고 누굴 만나는지, 어디에 있는지 아무것도 알수없더라구요.
내가 모르는 모습에, 나를 거부하는 모습에 더 다가갈수도 없었죠.
근데 정말 헤다판 말 중에 가장 공감가던 말은 시간이 약이란 말이에요.
처음은 누구나 어려워요.
내 삶의 일부가 된 사람이 뚝 떨어졌는데 그게 쉽게 정리가 될까요.
시간 가는줄도 모르게 울고...그렇게 울다지쳐 잠들고, 밥따윈 먹어도 토하고 결국엔 며칠을 굶고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는 그사람의 페이스북과 카톡 프로필 확인.
그사람의 일상을 궁굼해하는 내 자신이 미저리같진 않을까
나를 차단했던걸까. 내 번호 지워버린걸까. 주변 사람에게 내욕을 하고있을까.
욱한 마음에 번호도 지워보고 친구도 끊어보고..차단도 먹여보고 3분도 안되서 후회하고..
작은 메세지하나에, 그저 무심한 프로필하나에
온갖 의미부여하며 하루하루 기대감과 허탈감을 오락가락.
안힘들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근데 울고만 있어선 변하는게 없어요. 매일같이 울고 그리워한다고 헤어진 그사람이
'내 옛 연인이 울고 힘들어하니 다시 만나볼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헤어진 마당에 그런 동정까지 받으면 얼마나 초라해요.
울고 연락기다리는 모습도 떳떳하지 못한데 울고 굶고 하루하루 안쓰럽게 살아가는건
동정밖에 못얻어요.
물론 처음은 힘들어요. 처음부터 울지말라곤 안해요. 울어도 돼요. 하지만 이게 계속 되면 안돼요.
저는 헤어지고 5키로가 훅 빠지며 앞자리 숫자가 바뀌고 나서야 정신차렸어요.
모르겠다. 그냥 이참에 다이어트나 하자ㅋ.....
좀 이뻐지고 그 동안 못만난 친구들도 만나러 다녀보자.
남자친구때문에 못받았던 남자동기애들 연락도 맘편히 받고..
주말엔 무조건 남자친구랑 데이트때문에 못만났던 친구도 만나고
그냥 밀가루떡마냥 포동포동했던 몸이 살빠지고 운동하면서 드라마틱하진 못해도
어느정도 라인정리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다들 날씬해졌다, 예전이랑 달라졌다 했던것 같네요.
헤어지고 난 다음엔 자존감이 땅을 치다못해 우물을 팠어요.
내가 그 사람만큼 사랑 주는 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 정말 쓰레기같지 않을까.
초라한 내모습에 자신감이 어딨겠어요. 그냥 쭈구리마냥 쭈끌쭈글....
헤어진 아픔에 더는 사람을 못만날것 같았는데..그것도 아니에요
건들면 아파요.슬프기도 하구요. 아예 잊진 못해요.
근데 시간이 아주 얇게, 정말 얇게 조금씩 덮어줘요.
그때부터는 그동안 못보았던 것들이 보이고 일상생활을 하며 정신차리게 돼요.
사람도 만나고, 살도 빠지고 이뻐지고 가꾸면서 조금씩 달라졌었네요.
물론 미련은 남았어요. 시간은 그저 덮는게 전부에요.
지워지는게 아니라 스며들어 힘들죠. 5년을 사겼는데 무썰듯 잘라내는게 어디 쉬울까요..
그래도 이미 떠나 간 사람 다리붙잡아 다시 만나도 불안한건 여전할거라 생각해요
내가 그대로라면 급하게 다시 재회해봤자 언제 다시 떠나도 이상하지 않아요.
헤어지고 나선 시간이 정말 널널해요. 주말이 이렇게 한가했었나 할만큼 시간이 많다고 느껴요.
그 시간동안 내 성격이 뭐가 문제였던건지 그사람 입장에서 나를 만났다면 어땠을지.
그렇게 차분히 사람들 만나며 나 자신을 생각하다보면
내 문제점이 뭐였는지 객관적으로 와닿게돼요.
내 문제점은 그 사람 뿐만 아니라 다음 누굴 만나든 문제점일거에요.
'그사람을 만나기 위해 고쳐야지!' 이게 아니라 '다음 인연을 위해 고쳐야지'라는 생각으로
다음 인연이 지금 남친과의 재회라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게 아니어도 나를 위해서,
그렇게 모난 성격 고쳐보고 헤어진지 좀 되니 종종 연락 오던 남자동기한테 데이트신청도 받고..
주변에서 소개팅해보라고 부추길때쯤
내 연락을 아예 다 끊어버린건 아니었던 건지 그게 남친 귀에 들어갔었나봐요.
몇 시간을 기다려도 만나기 어려웠던 이가 찾아 왔어요.
연락도 되고 , 몇 번 밥먹으며, 지금은 조심스레 만나고있네요.
이래저래 주절주절 말이 길었지만 헤다판 분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나 자신이 먼저라고 말해주고싶어요.
헤어지면 세상 다 잃은것마냥 하루하루가 힘들고 지금 당장은 크게 와닿지도 않겠지만
붙잡을 만큼 붙잡고 다 해봤는데도 안 돌아온다면
잠시 쉬면서 나 자신을 조금 더 생각하며 가꿔봐요.
그러다 다시 연락이 오면 후회되지 않게 잘해주면 되고..
쉬다가 자연스레 잊혀지면 내 노력이 더 좋은, 더 나은 인연을 위한거라 여기면 돼요.
저는 재회했지만 재회 자체가 깨진 유리그릇같아서 늘 불안해요.
하지만 처음이랑은 다른 불안감이라 크게 두렵거나 무섭진 않아요.
그렇게 바라던 기회이니 만큼 잘해줄거고 아껴줄거고, 잘해줬음에도 다시 헤어지게 된다면
그때는 거기까지인 인연인거라 생각하며 나한테 더 잘맞는 사람을 만나야지 하며 생각해요.
그 동안 많이 힘들었고..울면서 여기서 많은 조언 얻어 힘이났었어요.
덕분에 힐링힐링해서 정신 차리고 일어났네요.
남은 분들도 힘내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