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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의 아빠처럼 살아온 지난 1년

아임낫유어... |2015.08.05 20:12
조회 1,305 |추천 3

 

 

 

내 나이 스물여덟. 여친 나이 스물둘.

 

나이로 이미 지고 들어가는 여섯 살 차이. 그래서 정말 잘해주려고 무수히 노력해왔습니다.

 

순수하고 착한 성격의 여자친구는 비싼 거 사달라고 한 적 단 한 번도 없었고,

 

동네에 파는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해도 좋아라 하며 따라오는 그런 여자친구입니다.

 

 

 

 

그러다 여자친구가 작년에 대학을 휴학하게 됩니다.

 

이유인즉슨 학점이 너무 낮은 탓에 집에서 학비를 끊었기 때문입니다.

 

2.0 가량의 학점이었으니 할 말 없지요. 졸지에 2학기 복학을 못하게 된 여친은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여자친구에게 차라리 내 집에 들어와 살라고 넌지시 말을 건네 보았습니다.

 

그냥 동거하자는 말이나 다름없네요. 하지만 전 결혼도 안한 남녀가 같은 집에서 산다는 사실에

 

신경쓰기 보단, 한달 백만원 남짓한 돈을 버는 여자친구가 고시원비를 내 가며 빠듯하게

 

사는 것이 더 걱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돈을 안 모았습니다.

 

자기 쓰기 바빠요. 어떨 땐 핸드폰 게임 값으로 두 달에 걸쳐서 40, 50만원씩 나가 총 90만원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 크게 사치를 부리지도 않는데 버는 돈이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네요.

 

꼬박꼬박 간식을 사먹는 모양이었습니다. 같이 지내는 동안 여자친구는 65킬로에서 지금

 

78킬로가 되었습니다.

 

 

 

네, 이건 제 잘못입니다.

 

저는 고향을 떠나 직장 생활을 하려고 온 사람이기에 식사를 잘 챙겨먹지 않았습니다.

 

간단히 편의점 도시락 한 끼 먹고, 회사에서 밥 주고 하니까 집에서 잘 안 차려 먹었어요.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여자친구는 자기가 번 돈으로 빵도 사먹고 배달 음식도 시켜먹고

 

사고 싶은 것도 사고 합니다. 학비 벌어야 하는 입장인 걸 알기에 생활비 보태란 말은 한 마디도

 

해본 적 없어요. 말 그대로 숟가락 하나 없이 맨 몸으로 들어온 겁니다, 여자친구는.

 

 

 

대신 내가 너 학비 모을 수 있게 배려해 주고 있으니까 방 정리 좀 하고 살자.

 

니가 사먹은 음식 포장지는 네가 알아서 버리고 밖에서 들여온 물건 있으면 제때제때 버리자.

 

수건은 같이 써야 하니까 그것만 세탁 좀 부탁할게. 그랬더니 빨래는 가끔 잘 돌리는데

 

방청소를 죽어도 안 합니다. 저는 안 어질면 치울 일도 없다는 주의여서 밖에서 뭔가를 사서

 

들어오면 다음날 꼭 갖다 버려요. 그런데 여자친구는 그렇게 협조를 안해주니까 집 안에

 

쓰레기가 쌓여 갑니다. 일하고 지친 제가 방에 들어와 보면 사람 하나가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을 공간만 남아 있고 다 쓰레기 봉투 천지에요. 여름에 날파리 꼬입니다.

 

 

 

 

여기까진 그래도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일을 시작한 지 반년쯤 지났을 때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언니가 사적인 감정으로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더군요.

 

그래서 일 하지 말고 쉬어라 했더니 그래도 되냡니다. 알았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제 집에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는 삶을 계속하네요.

 

그렇게 또 반년 간 저는 여자친구의 아빠처럼 살아왔습니다.

 

밥 안 굶었는지 수시로 체크해 주고, 배고프다 하면 배달 음식 시켜주고.

 

자기가 알아서 요리해 줄 법도 하건만 잘 안 합니다.

 

전에 제가 밤샘 근무 마치고 오면 여자친구 출근할 때 배 굶지 말라고 아침밥도 차려 먹인

 

후에야 자곤 했는데, 여자친구는 놀면서도 저 아침밥 차려준 적이 한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일 마치고 나면 피곤해 죽겠는데 여자친구는 하루종일 굶었다고 찡찡거리고.

 

저도 사람이라서 밥 차려줄 기운이 없으니 배달 음식 그냥 시켜줍니다.

 

혼자 있을 땐 생활비가 40만원 선에서 끝났는데 얘 오고 나서는 한 달에 칠팔십은 기본이요

 

백까지도 깨지네요.

 

 

 

여자친구가 성격이 막되먹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너무 순수해요. 순수하다 못해 뇌까지 너무 해맑습니다.

 

당장 내일조차 생각 안하고 오늘 뭐 할지도 생각 안 합니다.

 

그냥 저랑 같이 맛있는 거 먹으면 좋고, 저랑 같이 껴안고 자면 좋고 딱 그 정도 마인드입니다.

 

남자친구인 제가 잘 알아요. 얘는 그냥 오늘이 아니라 매순간에만 충실한 앱니다.

 

 

 

그래서 고민입니다.

 

제가 잔정이 많아서 오래 쓰던 샤프조차도 쉽게 못 버리는 그런 성격입니다.

 

옛날에 고작 200일 사귀던 전여친이랑 헤어져도 그렇게 힘들었었는데, 하물며 사귄 지 2년이

 

훌쩍 넘은 지금 여자친구는 오죽하겠습니까. 헤어지면 저는 어찌어찌 버틸 순 있다 쳐도,

 

얘는 식음 전폐하고 지금보다 더한 폐인이 될까봐 걱정입니다.

 

 

 

 

 

저는 집안이 가난합니다.

 

어찌 대기업 생산직에 취직해서 또래보단 돈을 그나마 잘 모으던 중이었어요.

 

어차피 집안에서 나한테 지원 못해주니, 나 스스로 빡세게 모아서 집 사놔야 결혼한다는

 

마인드로 악착같이 돈 모았습니다. 차 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집부터 사야 장가갈 때

 

편하단 생각으로요. 그런데 여자친구랑 같이 지낸 지난 1년 간, 저는 돈을 거의 모으지 못했습니다.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걱정입니다. 저 아니면 이 애가 사람 꼴은 하고 살지.

 

추가로 덧붙이자면, 자기 자신에 대한 절제력이 전혀 없는 아입니다.

 

살도 이십키로 가량 찐 건 애교에요. 제가 알기론 여친이 고등학생 때 첫경험을 가진 후

 

대학교 입학하고 반년 간 원나잇을 세네 번 했다고도 들었습니다. 진짜 자기 컨트롤 못 하죠.

 

나 만나기 전의 과거로 뭐라할 생각은 없는데, 그냥 자기 절제가 전혀 안 된다는 점이 너무

 

짜증납니다 이젠.

 

 

 

어찌보면 여자친구 흉보는 건데...흉을 봐가면서까지 이렇게나마 심정을 토로해 보고 싶었습니다.

 

자꾸 이러면 헤어지겠다고 엄포를 놔 봐도 그때만 울먹이면서 알았다고 할 뿐, 변하는 게 없어요.

 

복학 전까지 살 빼라고 해도 안 빼고 돈 열심히 모아놓으라고 해도 안 모으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시켜먹고 피자, 치킨 박스 일회용 배달 용기 다 모아놔서 사람 속 뒤집어 놓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니 인생 니가 알아서 살아라고 하면서 헤어진다면 당장 저는 편하겠습니다만, 그러기가 힘드네요.

 

그렇다고 사람 만들려고 하니 어떻게 터치를 해야 될 지도 모르겠고.

 

그저 난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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