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몸과 마음이 다 상할대로 상해서 일어나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는데 너는 브이를 그리며 해외로 여행을 갔구나
하기사 헤어진마당에 서로 누가 무엇을 하든 상관할 바가 아니겠지만.
너와 만날때, 내 건강, 내 가족은 생각도 못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그렇게 본인이 철들었다고 어른스럽다고 내세우던 너에게 내 헌신과 응원과 육신을 바쳤는데 그 참혹한 결과가 이제서야 나한테 돌아오더라 너는 어른이 아니라 욕정에 제 정신 못차리는 아이였다
애초에 잔소리라고 받아들였을 너가 뻔한데 왜 나는 바보같이 벽을 보고 소리쳤을까 들어주지 않는 너였는데. 걱정과 걱정을 담았던, 술 조금만 줄여달라는 단순한 부탁이었다. 너 술 먹은 다음날 힘들어할거 아파할거 다 아니까.
너는 나에게 10초도 아까웠나보다.
그저 10초만 투자해달라고 울며 부탁하던 내가 너무 안타까웠다. 하루를, 이틀을 사흘 나흘을 너와 만나던 대부분의 시간들을 나는 기다리고만 있었다. 너 일하는거 방해하고싶지 않아서 망부석마냥 기다리기만 했다. 멍하니 기다리다가 너가 자유로워질 때, 나는 또다시 기다려야 했다. 그 뭐같은 술 때문에 너는 사회생활 핑계대며 날 또 기다리게했다.
단 10초 조차도 너는 나에게 헌신하지 않았다.
육체적인 사랑에서 조차도 너는 이기적이었어.
헤어질 때 얘기 꺼냈더니 너는 너 불리할 거 아니까 얄밉게도 요리조리 잘 피하더라 말 돌리며. 너는 날 생각해주지 않았고 그저 너의 그 짧은 시간의 쾌락을 위해 이기적이었다. 나는 그 짧은 너의 쾌락과 반비례하게 몇날 며칠을 힘들어했다. 덕분에 난 너가 아닌 약에 의존했다.
나에게 결혼과 미래라는 사탕발린 유혹으로 사람 마음 다 흔들어놓고서는 결국 이렇게 됐구나. 너대로 너와 같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내가 얼마나 너에게 헌신했는지, 아낌없었는지 깨달아 양심에 조금이나마 가시가 돋아 찔렸으면 좋겠다.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하고 가엾기 짝이 없다
뭣 때문에 이렇게 내가 낮아졌을까
좀 나아지려나 싶음에도 하혈을 하고 살이 빠져가는 내 몸이 원망스럽다.
나도 여자였고 적어도 너처럼 쓸 데 없지는 않은 자존심을 가졌었으며, 소중히 물려받은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자존감 또한 높았었다. 너 덕분에 다 과거형이 되었지만.
너는 그렇게 잘 돌아다니고 잘 먹고 잘 놀고 또 술에 찌들어 하루하루 건방지게 멀쩡한 니 몸 버려가며 쓸 데 없이 살지만 나는 적어도 언젠가는 다 털어내고 웃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