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주의, 긴글주의..
이건 한 쓰레기와 한 등신의 이야기임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달랐던 나와 남친은
내가 우울에 빠질 때마다 싸웠었음
동아리 동갑내기 친구로 만나
늘 동아리 사람들 속에서 맨날 웃고 밝고 활기차고 씩씩한 내 모습만 봤던 남친은
(남친이 뒤늦게 동아리에 들어왔던 때, 나는 동아리 동기 중 마지막으로 학교에 남은 여자였기 때문에 이런저런 사건이나 이야기에 휩쓸리게 싫어서 완전 선후배랑 형형거리면서 남자처럼 마냥 씩씩하게 놀았음)
사실은 많이 소심하고 종종 우울해하는 나를 견뎌내지 못했음
누구나 연인에게만 보여지는 모습이 있는데
남친은 그 모습을 견디지 못했던 거임, 남친은 실제로 늘 활기차고 적극적인, 우울이라곤 거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의 밝은 모습, 웃는 모습만 보고싶어했었음.
몇 번 싸웠지만 어찌어찌 다 결국엔 잘 넘어갔었는데
7월 마지막주 나는 여러 문제가 겹쳐 극도로 우울했고, 남친과 크게 다툼
8월 첫째주가 남친의 휴가였기에
3-4일간은 각자 고향에서 지내고 2-3일간은 내가 남친 고향으로 가서 같이 여행할 계획이었는데
파토나버렸음
냉전 속에서 서로 연락 없이 일주일을 그냥 보냄
사실 두 번 내가 대화를 시도했었는데 한번은 거절, 한번은 씹힘
이미 잠수이별급이 되었음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다 줄이면
어제 (수요일) 낮, 결국 공식적으로(?) 헤어졌음
나는 이미 사나흘간
공책에 '나는 헤어졌다. ㅇㅇ이는 내게 미련이 없다. 이건 잠수이별이다. 나는 헤어진거다' 이런 말을
수백번씩 써가며 마음을 정리하려고 안간힘을 쓰던 상태였음
물론 헤어지는 말을 하며 많이 울긴 했지만
그전 사나흘간 이미 지옥에 있었기 때문에 더 힘든 건 아니었음
내가 유도한 면도 있음. 빙빙 돌리는 것 같길래 '지금 헤어지자는 말하는거 맞는거지?' 라고 정조준해줬으니까
어쨌든 어제 낮에 헤어짐.
근데 돌려줘야만 하는 물건이 몇개 있었음
집이 가깝기 때문에, 오늘밤에 너희집 우편함에 넣어두겠다고 말했음
그리고 밤에 갔음 일부러 남친 평소 퇴근시간보다 일찍 갔음 혹시라도 마주칠 수 있으니
근데 딱 마주침
하필. 진짜 하필... 어떻게 딱 마주칠 수가 있었는지
잠깐 얘기나 할래 라고 남친이 그러길래 집뒤 공원으로 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남친이 나를 붙잡음
미안하다고 너없이 역시 못살겠다고 자기가 고치겠다며 붙잡았음
진짜 갈등 엄청 오래 했는데 결국 손 잡음
그렇게 어젯밤 함께 내 집으로 왔음
오늘 함께 할 일정이 있었음
둘이 같이 합격한 대외활동 같은거임, 나는 남친과 헤어졌으니 자동으로 그냥 안갈, 못갈 생각이었던 건데 극적으로 화해하면서 둘이 같이 가기로 했음
서로 이야기하다가 남친이 먼저 잠듦
나는 잠이 오지 않아 딴짓을 좀 하려는데
내방에 충전기가 하나뿐인데 내가 방전상태라 꽂아뒀기에
배터리가 넉넉한 남친폰으로 웹서핑하고 놂
그러다가 남친 카톡을 봤음
고딩때 친구(남자)랑 나눈 카톡에서 못볼 걸 봤음
일단 남친은 고향에서 첫사랑 여자랑 만났음
후.. 여기서부터 벌써 호구라고 욕먹을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이것 자체까지는 난 그러려니 함
첫사랑은 중3-고딩때였고 얘가 대학을 서울로 오면서부터는 교류가 아예 없었고
3년만에 먼 고향친구 만나면 누구라도 반가울테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음
근데 친구랑 나눈 말이 문제였음
생생하게 생중계처럼 되어있었음
-걔가 사실 진짜 이쁘다 키도 크고 늘씬하고
-내가 어릴적부터 숨은 진주를 찾아냈던 거지
-나 사실 그때도 그렇고 대학와서도 공부 그렇게 열심히 한거 걔때문이었는데
-걔 약전간다길래 나 의전가면 다시 잘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공부했었는데
-(만난후)내가 잘되고나면 다시 덤벼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걔는 그런거 전혀 없는 것 같네
-(첫사랑과 나눈 카톡 캡쳐 보여주며) 이거 아예 가능성 없는거지? 얜 나한테 뭐 없는거맞지?
-조카 외롭다
-그냥 여친한테 잘못했다고 빌까
-나 쓰레기냐
뭐 이런 것들..
한마디로 남친은 바람은 아니었지만 한눈을 판거임
나랑 냉전상태였고 나의 절절한 대화시도카톡을 씹은지 며칠째 되던 때
남친은 첫사랑과 단둘이 만났고
내심 뭔가 기대했었고
하지만 그 첫사랑은 전혀 얘한테 이성적 호감이 없었고
남친은 자기가 전보다 잘 됐으니 뭐가 달라질까 싶었는데 아니었던 거임
까놓고 말해서 그여자 쪽에서도 호감이 보였다면 바람피우고 올라왔을텐데
한눈은 팔았는데 바람이 성립되지 못한 거임
읽고 나서 난 그야말로 멘탈붕괴에 빠짐
걍 내 정신 전체가 무너져내리는 느낌이었음
바로 두시간전까지 나 없으면 못살겠다던 사람이 사실 이랬던 건가
고향가서 첫사랑 찔러보고싶었는데 아니니까 나한테 돌아온건가
아 그리고 카톡창 더 올려보니 이런 얘기도 있었음, 나에 대해 얘기했던 부분
-답이 없다 그냥 조카 우울해만 하고 아무것도 하려고 안한다
-걔가 사실 얼굴도 이쁘고 진짜 엄청나게 착해. 괜찮은 앤데 후 나땜에 그런것같아 조카 죄책감들고 미안하긴 하다
-걔랑 헤어지면 솔직히 걔처럼 착한애는 죽을때까지 절대 못만남
이거 보면 답이 나옴.. 착하다고 여겼으니 날 호구로 본거라는 결론이 나옴
나는 그냥 호구였구나, 최후의 보루였구나, 보험이었구나,
그래서 내가 '무슨 말이라도 좋으니 네가 원하는 바를 말해달라'라고 절절하게 카톡을 해도
여지를 남겨두려고 걍 씹었던 거였구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고
아 그냥 지금도 말로 더이상 표현못하겠음
걍 패닉
도저히 자고있는 남친 곁에 갈 수가 없었음 아침까지 버틸 수가 없었음
결국 깨워서 얘기를 함
사귀고 처음으로 이정도로 폭발함. 일 년간 흘릴 눈물을 다 쏟아낸 것 같음
변명을 하든 빌든 뭐라도 있길 바랬는데
남친은 그냥 "미안해"와 "나한텐 너밖에 없어"라는 말 위주로 계속 반복했음
몇시간 혼자 난리치는 느낌이었고 결국 걍 자라고 함
나도 울다 지쳐 잠듦
아침이 돼서 그 대외활동 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고
나는 당연히 이미 갈 마음이 사라져있었고
너무 많이 울었는지 머리도 깨질것같고 속도 안좋고 컨디션이 처참했음
나는 남친보고 거기 캠프 가라고 계속 했음
남친이 나를 놓칠듯이 자꾸 안으려고 하고
지금 나가면 다신 못들어올 것 같다며 안 가겠다고 하는데
내가 계속 그냥 가라고, 너는 가야 하는 활동이잖아 라고 계속 그랬더니
결국 일어나서 씻고 나갈준비를 했음
근데 나가지를 못함 남친 표정이 너무 비참하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음
나도 진짜 등신같지만 아직 얘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너무 가슴이 아팠고
어젯밤과 달리 얘기 빙빙 돌리지 않고 다 까놓고 얘기를 해보고 싶었음
내게 다시 카톡을 보여줄 수 있냐, 차라리 카톡 보면서 풀거 다 풀고 화낼거 다 화내고
시원하게 얘기 좀 해보고 싶다
라고 했는데 남친은 계속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함
어젯밤과 똑같이 미안해란 말만 반복할뿐 다른 말이 없음
결국 아무 진전이 없었고 남친은 조용히 자기발로 집을 나감
나는 정말 얘기하고 싶었는데 안 되니까
남친이 나가고 30분쯤 후 참다못해 카톡을 보냈음. 답답하다고, 나혼자 난리난리치는 것 같다고
남친은 이런 답장을 했음
모든 신뢰를 잃은 것 같아 말한마디 하기도 힘들다
용서를 빌어서 해결이 된다 한들 문자 보기 전으로 돌아갈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들을 듣고 깨달았음
내가 헤어지자고 얘기할까봐 두려운 게 아니라
내가 헤어지자고 얘기하기를 기다리고 있구나...라는걸
꽤 많은 얘기를 했는데 줄이겠음
아 그리고 그때에서야 인정함,
고향가있는동안 내게서 맘 멀어진 것도 사실이고 잠깐 한눈판것도 사실이라며, 다 사실인데 어떻게 변명할수 있겠냐고... 함.
내가 나누고 싶던 얘기가 바로 그런 거였는데.. 어젯밤도, 아침에 집에서도 절대 그런 얘기 안 하더니
그때에서야 했음..
도무지 방법이 없고 길이 없었음
대화하면 할수록 이미 얘는 답이 정해져있다는 걸 느낌
답은 다름아닌 위에 말한 게 답이었음
내가 헤어지자고 얘기할까봐 두려운게 아니고 내가 헤어지자고 하길 기다리고 있단 거
다 깨닫고나서야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해라, 헤어지자고 해 라고 말했음
남친이 헤어지자고 했고, 그렇게 하루만에 한번 더 헤어짐
이 이야기가 쓰레기와 등신의 이야기란 이유가 이제부터임.. 난 아직 걔를 사랑함
나 등신인 거 앎
하지만 당장 내가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지지가 않았음
빠른 시일 내에 작아질 것 같지도 않았음
그냥 몸이고 마음이고 다 찢어질 것 같았고, 차라리 내가 먼저 찢고 싶을 정도로 아팠음
아직 답답한 것도 많았음, 그래서 결국 열두시쯤 연락을 함
사실 나는 얘가 집을 나서기 전 그 모습을 보고
그 캠프에 안 갔을 줄 알았음
근데 가있었음
멘탈이 정말 강한 애란 거, 공과 사가 굉장히 별개로 잘 운영되는 애란 거 알고는 있었는데
조금 놀라긴 했음
...지금 생각하니 멘탈강한거고 공과사도 다 필요없고
나 애초에 호구로본거고 그래서 마음정리 쉽게 바로 된거인가.
무튼 그러고나서 잠시후 통화를 했음
최대한 명확하게 얘기를 했음
요약하면 나 아직 헤어지기 싫은 마음 있고
다만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 조건이 있다
그 카톡을 다시 내게 보여줄 것과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없을 거라 약속하고,
내게 앞으로 믿음을 쌓아주는 것이다.. 였음
진짜 호구임 나
근데 얘는 그때까지 절대 안된다고 하던것과 다르게
'카톡 아직 안지웠고, 보여줄 수는 있다
근데 너 지금이라도 캠프 오진 않을거잖아' 라고 함
나는 벙쪘음
지금 이 상황에 내가 스펙활동 참여하고 말고가 중요한 거냐고, 난 이해가 잘 안된다고 했더니
남친이 넌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을때 밝고 웃지 않냐고
그런 니 모습 보고 싶다고 했음
말문이 막혔고 기가 찼음..
한참 아무 말도 못하다가
넌 여전히, 니가 잘못한 이 상황에서조차도,
니가 보고싶어하는 내모습만 보려고 하는구나
결국 내 눈물은 슬픔은 안 보려고 하는구나
그 눈물이 너로 인해 생긴 경우에조차도
라고 했고
남친은 순순히 인정했음
다시 눈물이 엉엉 터져나와서
전화 끊고, 카톡으로 몇마디 더함
넌 나 사랑한게 아니었다고,
자기 보고싶은 모습만 보는 게 사랑은 무슨 사랑이냐고,
이런 일이 있었던 오늘에조차 니 보고싶은 모습 보려고 대외활동 나오라고 하는거 진짜 살면서 겪은 일중 가장 황당하다고,
넌 니가 보고싶은 모습만 보려고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것같다고,
너때문에 내가 괴로워하는게 싫다고 말했으면서, 앞으로 안 괴롭게 해주면 되지 그냥 끝내자는 거냐고,
너때문에 우울한건데 우울한 나를 싫어하니 난 뭐 어째야 했던 거냐고,
등등 쏟아냈음....
남친은
그래 미안했다
내가 병신 맞다
내가 쓰레기다
이런 말들만 되풀이했고
결국 이렇게 완전히 끝남
진짜 등신임. 읽은 사람들한테 등신이라고, 호구라고 욕먹어도 할 말이 없는 진짜 등신막장이야기
요약해보면
쓰레기가 쓰레기짓 해서 헤어졌는데
쓰레기짓 당한 등신이 쓰레기를 붙잡았고
결국 쓰레기한테 등신이 차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써놓고보니 진짜 웃기네
늘 똑똑하단 소리만 듣고 살았는데 내가 이렇게 세상에서 제일 멍청하고 등신일 줄 몰랐음..
왜 하필 어젯밤 마주쳤을까.
그것만 아니었더라도 이정도로 안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 몇시간동안 잠깐 다시 행복에 젖고
예전에 꿈꾼 대로 같이 독일 가서 고양이 두마리 기르며 알콩달콩 살 수 있을거라 믿고
다시 사랑을 속삭이고
그 두세시간만 아니었어도....
그냥 어제 낮에 헤어진 그대로 갔어도 멘탈 추스리고 괜찮아졌을 것 같은데
그냥 아직까지도 눈물만 주륵주륵 남
생각해보니 하루종일 물한잔도 못 마셨는데 내몸에 수분이 이렇게 많았나 ㅋㅋ
사정상 비밀연애를 했었기에, 이제 아무도 세상에 남은 게 없음
세상 그 누구도 내가 걔랑 사랑했었단 걸 모르고
아무한테도 하소연할 수 없음
너무 괴로움
찢어질 것 같이 아파서, 내가 내 스스로를 찢어버리고 싶음
이번 주 일요일이 1주년인데
내가 고백 승낙한 그 레스토랑, 같이 손잡고 걸었던 공원, 가기로 했는데...
이렇게 되어버렸음
멘탈 잡으려고 안간힘 중이긴 한데 잘안됨
그 대외활동 캠프가 오늘부터 내일까지 무박이일이니까
지금 신나게 참여 중이겠지 걘.
쾌활하고 언제나 열정이 넘치고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니까
또 그 분야로는 웬만한 면접관들보다 아는 게 많을 정도로 전문가 수준이니까
에이스 역할 톡톡 하면서 신나게 조원들과 토론하고 있겠지
노래도 알바뛸 정도로 가수급이니까 장기자랑 중일지도 모름
나같은건 이미 없이 겁나 잘 지내고 있을 것임. 아니 그러고 있음. 확실히
쓰레기에 대해서 이렇게 주절거리는 거 보면 다시 한번 등신 인증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고 의미없이 계속 종이에 쓰는 중
머리로는 걔가 미워 죽겠는데 왜 나도 모르게 나자신이 자꾸자꾸 미워질까... 내가 너무 밉다
죽어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