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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버스에서 할머니 두분이서 싸운 이야기

|2015.09.04 12:46
조회 62,573 |추천 369
좀 지나간 일이지만 잊혀지지가 않음.
난 낮엔 직장, 밤엔 집근처 치킨호프집에서 서빙알바하는 투잡맨이었음
집에서 회사까지 버스로 1시간반 거리(종점에서 종점)고, 알바는 8시부터 새벽2시까지 하는 거였음. 다행히 집 근처가 버스 종점이라 모자란 잠을 버스에서 보충하며 좀비처럼 살 때였음.

잠 자기 편한 자리는 버스뒷바퀴 위, 무릎 접어야 하는 자리라 그 자리 차지하려고 항상 애썼음. 물론 나 외엔 기피하는 불편한 자리라 늘 거기 앉아 무릎에 업드려 자면서 출퇴근할 수 있었음. 그리고 같이 출퇴근하는 근처 살고 근처 회사에 근무하는 친구도 있어서 항상 그 친구가 깨워줘서 잘 내릴 수 있었음.

어느날 출근하는데 정류장에서 내린 친구가 피식거리는 거임.
왜? 하니까
너때매 버스안에서 할머니 두분 싸운 거 아냐? 그랬음.
@@몰라 왜? 하니까
출근해야니까 이따 점심때 만나서 얘기하자 하고 감.

궁금함에 좀이 쑤셨지만 점심때까지 잘 버티고 만나서 식당 들어가자마자 물어봄

내가 여느때처럼 앉자마자 잠들었고, 몇 정류장 안 가 어떤 할머니(요즘 말로 할줌마)가 타서는 굳이 불편한 뒷바퀴좌석, 내가 앉은 자리 앞에 섰다는 거임.
그러곤 아이고 다리야~ 요즘 젊은 것들은 어른이 타면 자는 척하네 아이고 아이고~ 뭐 이런 식으로 계속 말했다고 함.
그때 난 이미 숙면 중(2시에 알바 끝내고 집에 가서 씻고 누으면 3시, 7시에 일어나 씻고 밥먹고 8시에 버스 타기 때문에 항상 잠이 부족함)이라 감감무소식.

근데 자는 척하는 거랑 완전히 숙면하는 거랑 딱 보면 표시나지 않음?! 친구말론 난 입까지 헤~벌리고 커브 돌때마다 창문에 머리 찧어가며 숙면하는 거 다 보인다고 했음.

암튼 내가 반응 없으니까 그 할줌마가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함. 자는척하는 거 아니까 일어나라고 어른이 앞에 서면 자리 비켜야지 어디 자는 척 하냐고 늬 부모가 그리 가르쳤냐고

그 말에 빡친 친구가 한마디 하려는데 내 앞자리 앉은 할머니(진짜 할머니였다 함 호호백발에 자글자글 주름 이쁜 할머니)가 젊은애가 피곤해서 버스에서 잠든 것 같은데 그리 부모욕을 해대서 쓰겠냐고 그리 자리 앉고프면 내가 비켜줄테니 이리로 와서 앉으라고.

할줌마(친구말론 얼굴 팽팽하고 검은머리에 곱게 화장했다고 함)는 아니라고 어르신 앉으시라고 자긴 이 예의없는 애(나) 일으키면 된다 그랬다 함

할머니 버럭하셨다 함
척보면 푹 자는 건지 자는척 하는 건지 안보이냐고 자리 맡겨뒀냐고 그리 다리아프면 집구석에 앉아있지 왜 남의 귀한자식 깨워 일으키려 하냐고

할줌마는 할머니 자년 줄 몰랐다고

할머니는 내 자식은 아니지만 얼마나 피곤하면 버스에서 저리 자겠냐고 당신 자식이라도 그리 할꺼냐고 사람이 나이만 들면 뭐하냐고 인간이 되야지 하며 끌탕을 치셨다 함.

할줌마는 바로 그 담 정류장에서 내렸다 함.

이 얘기 듣고 지금까지 버스에서 할줌마한텐 자리양보 안하지만 일단 호호백발이거나 자글자글 주름이 이쁘신 분껜 정신이 깨어있으면(잠 안 자면) 꼭 자리양보하고 있음.

누구신지 모르지만 그 때 그 할머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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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글 쓰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톡이라니~ 이 영광을 친구랑 그 때 그 할머니께~~ ㅎㅎ

투잡 지금은 안 하지만 후횐없어요^^ 사기당해서 40평단독주택에서 18평빌라로 옮기고 충격에 쓰러진 엄마 병원비랑 생활비 충당해야 했거든요.(아빠월급은 빚잔치 이자잔치ㅠㅠ) 투잡 7년해서 빚 다 갚고 산꼭대기지만 제이름으로 20평빌라도 사고 했어요.

근데 지금 다시 투잡하라면 자신없네요ㅠㅠ 댓글 쓰신 어느분 말씀대로 몸이 훅 가서 약 달고 살고 있어요ㅠ 그래도 뭐 상황 닥치면 하라면 겁없이 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써줄데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요즘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어르신들의 훈훈한 얘기도 있고 늙은이들의 ㅈㄹ맞은 얘기도 있고 해서 문득 생각난 제 옛날 이야기가 재밌겠다 싶어서 적은 거였는데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참, 그리고 댓글에서 사귀어보고 싶다셨던 분~~ 어여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저 지금은 애가 둘인 30대 주부입니다~^^
추천수369
반대수4
베플|2015.09.05 09:51
그리다리아프면 집구석에 앉아있지 랑 나이만먹으면뭐하냐고 인간이되야지 랑 ...사이다ㅠㅠ
베플kkkk|2015.09.05 10:06
할머니...ㅜ 그렇게 앉고싶음 본인이 일어날테니 앉으라고 하셨다니 감동...
베플ㅇㅇ|2015.09.05 10:17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안다ㅇㅇ 보통분들께는 비켜드리고싶은데 저런분한테는비켜드리기싫음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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