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다른 지역에서 봉사를 마치고 늦게 온 날이었다. 늘어나는 뱃살에 매일 쳐져만 가는 몸뚱아리에 지쳐 지하철안에서라도 걸어보자 결심했다. 그렇게 온 지하철을 세 번쯤 왔다갔다 했을까, 목적지에 다다른 나는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그런데 그때. 어떤 남자가 내 옆에 섰다. 좋은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누구지? 분명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이렇게 익숙한거지? 그런 생각을 할 때쯤 에스컬레이터의 끝이 보였다. 신경쓰지 말자. 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벗어나 거울 앞에 섰다. 거울속의 내가 씨익 웃어보였다. 오늘도 수고했어. 나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저기요.”
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끼어든다. 나는 순간적으로 화들짝 놀라 목소리쪽을 쳐다본다.
“네?저요?”
“네, 그쪽이요. 아까부터 쳐다봤는데. 궁금한 게 하나 있어서요.”
“아...”
“하하, 왜 그렇게 지하철 안에서 돌아다녔던거에요? 몇 살이에요?”
난 그제서야 여유가 생겨 남자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흰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 평소 좋아하던 단정하게 내린 투블럭 스타일. 잘..생겼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뻔했다.
“아..ㅎㅎ그냥 좀...전 스무살이요. 그쪽은요?”
“휴대폰번호 찍어주면 말해줄게요.”
남자가 휴대폰을 내쪽으로 내밀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는척 애태울까하다가 선뜻 받아 휴대폰번호를 찍어준 후 내 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관심이 생겼다. 이 남자한테.
“여기요. 번호 저장할게요. 이제 말해줘요, 몇 살인지.”
“비밀.요 밑에 파전집 맛있던데. 같이 먹을래요? 나랑 같이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