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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가와 엄마

지나가던 |2015.10.09 03:06
조회 68 |추천 0
안녕하세요
저희 친가는 말그대로 가부장적 혹은 유교집안?이라 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저희 아빠가 7남매중 막내고 큰아빠와 스무살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엄마는 6남매(지금은 5남매) 중 다섯번째에요.
두분이서 같은 직장에서 만나 결혼하셨고 오빠를 먼저 낳고 10년후 서울에 올라와 늦둥이로 저를 낳았습니다. 사실 그동안 저가 어렸던 편이였고 제가 태어났을 무렵부터는 친가를 자주 가는 편은 아니였어요. 더군다나 제가 많이 어린편이라(사촌들과의 차이도 꽤 많이 납니다) 사실 제가 알고 있는 것도 주워들은 수준입니다.

1.제사
말그대로에요. 제가 눈치보기 시작했을 무렵부터는 제사가 8,9시에 시작했지만 그전에는 5시나 6시쯤 시작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친가에 사람이 많습니다. 큰아빠와 큰고모네 언니오빠들이 결혼후 안오는데 제외하고도 사촌들이 10명이
넘습니다. 얼마 없는 명절, 교류없던 친척끼리 만나는 거 좋습니다. 그런데 제사들어가기 며칠전부터 숙모들이나 엄마는 미친듯이 제사준비합니다. 대식구에 유교적제사 철저히 지키고 할아버지 사촌분들과같이 지내는 제사라면 음식양이 미치도록 많습니다. 그걸 그 좁은 부엌에서 여자 5명이 모여 준비합니다. 간혹가다가 언니들도 돕고요. 그런데 커가면서 보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빠들이나 아빠, 삼촌들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평소에 일하시느라 고단하신거 이해합니다. 하지만 끝입니다. 고스톱치시고, 막걸리드시고 주무시고. 그러다가 제사지내고 땡.
그나마 나은 점은 아버지의 사촌집은 6남매인데 며느리가 혼자라 혼자준비하는데 그 집보다는 일손이 많다는 점이겠죠.

2. 겸상
네. 우습게도 얼마 전 추석때 알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남녀겸상해본 적 없어요. 거실에 상을 두개차리는데 하나는 여자들만, 하나는 남자들만. 자리가 정말 없으면 부엌에 작은 상하나 차려 여자들만 먹었습니다. 남자들 먹고난 후 주로 먹었고, 먹다가도 필요한거 있으면 일어나서 가져와야 했습니다. 어릴때부터 익숙하게 봐온 풍경이라 겸상도 못하는 집안인거 최근에 자각했습니다. 네. 저도 참 몰랐던것같아요.

3. 돈문제
삼촌들 모두 다 돈은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버십니다. 저희아빠도 못버시진 않습니다. 그냥 중산층정도입니다. 삼촌 중 한분이 돈을 잘버십니다. 무슨 빌딩있다고 들었는데 잘은 모르겠습니다. 조금 예전일인데 그 삼촌분께서 명절날 대뜸 돈을 걷어야하셨습니다. 한집당 최소500은 되야한다고요. 500이면 막말로 땅파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많은 돈입니다. 심지어 기간도 몇주내였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이였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 옆에 모시기 위해 공사도 하고 그래야한다는 이유였습니다. 하필 그때, 그자리에 아빠나 다른삼촌분은 안계셨고 큰숙모,둘째숙모,셋째숙모,저희엄마,그 삼촌분이 계셨습니다. 할머니가 제 할머니시고, 남부끄럽지않게 저희 아빠나 삼촌분들 어디가서 기안죽게 키우신거 압니다. 다만 500만원이라는 숫자가 어디가서 쉽게 구하기 힘듭니다. 저희엄마가 그자리에서는 예,예했지만 방에 들어와서 한참 우셨습니다. 사실 저희집은 아직 제가 늦둥이라 고등학생이고 나이차많이나는 오빠도 대학원생인지라 아직까지 엄마아빠를 위해서만 돈을 써보시지않았습니다. 다른집은 다들 언니오빠들이 직장다니지만 저희집은 사정이 다르니까요.
이것말고도 여러가지 다양한 이유로 많은 돈을 내었습니다. 집안 사정상 말은 못하지만 어이없는 이유도 많았던것같아요.

4.남녀차별 & 사고방식
네,심합니다. 위 겸상이나 제사문제에서도 보셨듯이 옛날방식 그대로입니다. 저희사촌오빠가 아들을 최근에 낳았는데 제사지낼때 큰엄마께서 당연히 장손이 절해야지이러시자 큰엄마네 사촌언니가 기겁하고 무슨 소리냐며 울엄마 큰일났네하며 웃어넘기셨습니다. 그자리에 사촌언니들의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사촌오빠아들과 10살가까이 차이나죠.
더군다나 사촌오빠아내는 아무일 안합니다. 애보기 힘든거 압니다. 그것도 태어난지 1년도 채 안된애기니까요. 게다가 언니입장에서는 시댁의 도련님분들은 일안하고 놀고있으니 어이가 없겠죠.
다만 아기가 낯가림도 없어 사촌언니오빠들이랑 친하게 울지않고도 지내 맡길수있습니다. 더군다나 하루종일 일하는게 아니라 밥먹을때 수저만 놓아달라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큰엄마께서 무슨소리냐고 펄쩍 뛰시며 아이나 보라고 방으로 밀어넣었습니다. 언니도 아니에요라는 말 하나없이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피곤해진 엄마와 숙모들이 방에 들어오면 자고있거나 떠들고있었습니다. 심지어 엄마와 숙모, 사촌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잘때 언니는 아이와 넓은 방에서 둘이서 잤습니다. 아이가 깨면 모두깰까 그런것일 수도 있지만 차라리 언니네가 작은방을 자도 되지않았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집안내에서의 차별이나 사고방식이 심하다보니 어떤사촌언니는 최근에 4년동안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몰래 삼촌과 숙모께 들리는것만 알고있습니다.

5.
이점은 저희집만 유독 해당됩니다. 사실 엄마가 아빠가 집안에서 거의 큰아빠의 자식일정도의 나이차이라 아빠와 나이차가 1살나는 엄마도 입도 뻥긋 못합니다. 아무런 방패막도 못되주는 아빠가 옛날엔 이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해는 갑니다. 아빠대학도 보내주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빠를 키우다시피한것도 큰아빠입니다. 아빠 어린시절에는 학교가기도 힘들고 아버지같은 분이 큰아빠이기도 하니 아빠입장에서는 뭐라 말할 처지가 안되지요. 하지만 엄마입장에서는 화가날 수 밖에 없습니다. 시댁만 가면 삼촌들이 엄마를 불러다 저희오빠에 대해 시험준비하라 시키고, 돈 걷는다, 돈이 없으니 공부못시킨다 등 달달 볶습니다. 명절끝나면 엄마는 아픈몸과 함께 펑펑 우십니다.
엄마가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지만 어려운 집안살림과 많은 형제자매때문에 외할머니께서 취직을 하라하셨고 결국 대학은 엄마의 여동생, 막내이모만 가게되었습니다. 그 점이 엄마의 미련이자 콤플렉스이기도 합니다. 그것때문인지 엄마는 저희에게 공부에 한해서는 아낌없이 지원해주셨습니다. 그 덕인지 오빠는 저희집안에서 가장 대학을 잘갔고 비싼 고급과외를 해본적은 없어도 학원은 걱정없이 다녔습니다. 공부를 못하는건 본인일의 문제지, 엄마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지원을 해준 엄마의 잘못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안그래도 제대로 지원못해준것이 아쉬운 엄마인데 삼촌의 말씀에 우시는 엄마를 보니 제가 괜히 화가났습니다. 제가 오빠보다 공부 못하는거 사실이지만 그래도 유학까지갈돈이 있을정도로 투자많잉했던 사촌언니보다 대학을 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니도 저와같은 여자인데 저는 취직이나 하고 언니는 유학가고...아이러니하더라고요.

사실 이외에도 많은 일이있고 저도 모르는 일이 있겠지만 이이상 적지않을께요. 그냥 문득 화가났습니다. 얼마전 추석이후로 또 우시는 엄마를 보니 든 생각이기도 하고요.
대학졸업 후 곧장 취직해서 악착같이 돈모아 저희엄마 친가에서 떵떵거리지 못해도 적어도 무시받고 살지 못하게 하고싶습니다. 돈없어서 자식 못키웠다는 소리 죽어도 듣게하고싶지않아요. 외갓집에서 착하고 귀한딸이였을 엄마가 친가에서 하루종일 힘든일하는거 보고싶지않습니다. 사실 저때문에 엄마가 공무원이란 그 좋은 직업 포기하신지라 더 안타까운것같아요. 시험관아기까지 생각하셨을정도로 저를 낳으려고 병원까지 다니셨던 우리엄마가, 일까지 포기한 우리엄마가 기죽는 모습 보고싶지가 않아요.

이번추석으로 많은 것 알게된거같아요. 어릴때는 그냥 놀러간다는 생각에 들떴던 시골이 이제는 가고싶지도 않습니다. 모르겠어요. 애교한번 못부리고 말도 잘안하는 딸이지만 효도는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새벽에 주저리주저리 쓴 긴글 읽어주셔섲감사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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