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결혼한 조카와 한국 교육의 현실
어제는 서울대학교 구내에서 조카 J의 결혼식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중요한 영상 작품 취재로 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미안하고 서운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실 그가 어렸을 때, 나는 단순한 삼촌과 조카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와 그는 몇 년 전부터 특별한 사이가 되었다. J는 서울대학교에서 대학원까지 졸업했지만, 몇 년 전에, 나를 찾아와 다시 경희대 한의학과를 입학하여 공부하고 싶다며 논술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논술 수업 첫 시간, 나는 그가 작성한 논술문을 보고 약간 실망했었다. 물론 일반 사람들에 비교하여 문법이나 글의 전개는 비교적 무난했다. 그러나 그의 글에는 남들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은 과욕이 넘쳐 있었다. 논술문이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주관적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것이지, 주관적 감정을 표현하는 수필이 아니라고 지적해 주었다. 그럼에도 그는 한동안 계속 논술문이 아닌 수필을 작성해서 제출했다.
나는 차분히 논술과 수필의 차이점에 설명해 주고 글의 글에 문제점을 지적해 주었다. 그러나 그의 글에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나는 초조하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가 한국 최대의 학부출신이라 자존심을 세우는가 싶어 화도 났다. 나는 집필했던 나의 수필과 소설 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글쓰기와 학부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차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었는지 그의 글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제대로 된 논술문을 작성해 왔다. 나는 기회다 싶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자신감을 지닌 그가 제대로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해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경희대 한의학과에 합격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논술을 배웠을 때 심경에 대해 물었다. 그는 “사실 논술문을 작성해서 제출하면 항상 지적을 받아 야단맞는 기분이었죠. 한 편의 논술문을 쓰기 위해 하루 종일 고민하기를 한 달 동안이나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처럼 안 되서 혼났어요. 원고를 작성하면 제가 봐도 이게 아닌데 하고, 몇 번을 다시 원고를 작성해도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죠. 그래도 원고는 제출하고 첨삭을 받아야 될 것 같아서, 그냥 제출했죠. 그러면 어김없이 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지적받고 혼나고 힘들었죠. 하지만 언제 한 번은 칭찬을 받았을 때는 무척 기뻤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의 대답을 듣고 있으면서 불현듯 놀라움과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과거의 나의 모습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독한 몸치였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항상 멋지게 춤을 추는 사람이 부러웠다. 그래서 언젠가 춤을 배워보려고 했다. 나는 춤 선생님이 가르쳐 준 그 동작을 따라서 나름 똑같이 움직여 보았는데도 항상 지적을 받았다. 자꾸 지적을 받다보니 슬그머니 화가 나기도 했었다. 만약 내가 춤을 배우지 않는다면 자존심을 상할 일도 없는데 생각하면서, 지적받고 조롱받는 기분에 화가 나서 그만 포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 그도 내가 춤을 배우려고 했던 과거의 심정과 비슷했으리라. 그러나 그는 자존심을 억누르고 화를 참고 좋은 결실을 맺었다. 배움에는 고난과 역경도 많고 자존심을 억눌러야 할 때가 많은 법이다. 그것을 참고 인내하지 못하면 목적에 도달할 수 없다. 나는 그를 통해 배움의 자세에 대해 다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제 나는 작품의 창작에 전념하기 위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그만 두었다. 아직 몇 명의 제자들이 있어 별도로 가르치고 있지만 그것도 조만간 그만 둘 것 같다.
이 기회를 통해, 우리 교육에 한 마디 충고를 하고 싶다. 무릇 교육이란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한 기능적 측면도 있지만, 진정한 교육은 개인이 스스로 자아를 발견하고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일깨워 주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 우리의 교육은 마치 거대한 기계가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듯 개인의 인격과 취미는 무시된 채, 정형화된 인간 만들기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솔직히 지금의 교육은 국가 전체의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소중한 개인을 기계의 부품처럼 만들고 있다. 혹시 지금도 당신들도 아무런 의심 없이 소중한 자녀를 기계로 만들어 가고 있는 않은지 새삼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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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시간과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