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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이 좁은건가?...

주말에 여자친구하고 마션을 보자고 약속을 했다.

회사에서 주말 산행이 있었지만 대게 오후 3시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전날 여친한테 그 이후에 보자고 했다.

하지만 산행 당일날 평소 참석하지 않던 대표이사님이 와서

하필이면 최근 프로젝트를 잘 마친 우리 팀을 치하한다며 우리 팀에 앉았고

덕분에 다른 부서와 달리 우리부서는 늦은 시간까지 자릴 비울 수 없게 되었다.

 

전날 휴대폰이 충전이 되지 않았는데 술자리가 길어져 나는 카운터에 휴대폰 충전을

맡기고 자릴 지킬 수 밖에 없었다.

저녁 6시 반쯤 자리를 이동한다는 틈을 타서 차장님께 사정 얘길 하고

겨우 빠져나와 전화기를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부재중 4통화...

 

'하~ ㅈ됐다. 죽었구나.'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했지만 처음 두번은 받지를 않고 나중에 카톡으로만 일단

대화하자고 해서 어쩔 수 없었던 상황과 미안하다는 말을 했지만

좀처럼 화를 풀지 못했다.

이유인즉 상황이 그렇게 되었다면 메세지 한통이라도 보냈어야 했다는 거다.

혹시나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종일 불안해 했다는 말이었다.

 

백번 이해할 수 있었다. 입장을 바꿔보면 당연한거고 아마 난 더 지랄을 했을테니까...

하지만 늦은 시간이라도 여친을 만나기 위해서 나는 술자리에 물을 채우면서 술을

마시지 않았고 음식도 먹지 않았다.

 

당장 집에가서 땀에 찌든 옷을 갈아입고 바로 달려가겠노라 말하고 집으로 전력질주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차를 몰고 여자친구 동네로 미친듯이 달렸다.

여친은 술 마실거니까 차를 가져오지 말라고 했지만

일때문에 그제 어제도 술을 마셨고 오늘도 일부러 술자리에서 술 안마시고 왔으니

밥 맛있는것 먹고 영화보자고 했지만...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여친은 나더러 마시지 말라며 본인 혼자 마시겠다고 했다.

거기서 한마디 더 하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겠구나 싶어 알겠다 하고서

여친을 만났다. 죽을 죄를 지었으니 굽히고 들어갈 수 밖에..

 

여친이 앞에 나타나자마자 꽉 껴안고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애교섞어가며

사과를 했고 술집에 들어가서도 메세지 한통이라도 보냈으면 됐을텐데 정말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를 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무겁게 끌고가지 않고 풀고 싶었다.

적당히 넘어가려는게 아니라 여친이 쓴소릴 하면 달게 받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심각하게 만들어서 감정 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친은 날 기다리다 혼자 저녁을 먹은 상태였고 참소라와 소주 한병을 시키더니..

자기 혼자 술 마실테니까 조용히 앞에 그냥 앉아만 있으라고 했다.

그러지 말고 화난거 속상한거 다 말하라고.. 때리면 맞겠다고 그러니 기분 풀라고..

나도 일찍 나오려고 정말 애썼다고.. 일부러 술한잔도 안마시고 왔다고...

봐달라고 사정사정 했지만 돌아오는 말이 조용히 좀 있으라는 말 뿐이었다.

 

정말 여친 혼자 소주를 한병 다 마실때까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맞은편에 앉아있었다.

미안한 감정에 화를 풀어주고 싶었지만... 여친의 행동에 나 역시 기분이 나빠졌다.

여친이 쓴소릴 하면 달게 받고 대화를 통해 좋게 풀고 남은 시간을 더 재밌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모든걸 다 백지화해버리고 소라를 안주삼은건지 날 안주삼은건지

모르는 여친의 행동에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생각과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렇게 30여분이 흘렀나?

여자친구가 질문 하나씩 툭툭 던지기 시작했고...

처음과 달리 나는 그 질문에 짧은 대답만을 했다.

그제서야 여친이 왜 너 기분나빠? 이젠 니가 말하기 싫어? 라는 식으로 물어왔다.

좀 짜증이 났던게 본인이 이제 봉인해제를 해 주었으니 처음처럼 애교도 떨고

말도 좀 해보라는 것처럼 들리는데 내 기분이 이미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여친은 내 대답이 짧아지자 본인 얘길 더 많이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사실은너 저녁도 안먹고 배고프니까 한강가서

라면먹을까 물어보려고 했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배고프지? 뭐 할까?

라는 대답에... 너 말대로 밥을 안먹어서 배고프니까 집에가서 밥을 먹겠다고 했다.

 

정말 내가 배가 고픈게 걱정이 됐으면..

나같으면 우선 밥집에 가서 밥을 먹이고 그 다음에 술자리에서 혼자 술을 마시든

뭘 하든 하면서 상대방의 잘잘못을 따졌을 것 같다. 이틀 연속 일때문에 술을 마시고

오늘은 본인을 만나기 위해서 대표이사까지 있는 자리에서 물로 술을 대신하고

저녁도 안먹고 온 남친을 또 술집으로 데리고 가서 소주를 시키고... 한참을 말도 못하는

마네킹처럼 세워두고나서야 한다는 소리가 한강 라면이라니...

 

어차피 너는 저녁도 먹었고 이제 다 풀렸다고 했으니 그만 가자고 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여친을 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내가 잘못한 것은 알지만...

친구들하고 놀면서 무시한것도 아니고...

술병나서 연락이 두절된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메세지 3-4시간 사이에 못했던 것...

야밤도 아니고 벌건 대낮에 그 동안 얼마나 나를 걱정해서 화가 난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님들 보기엔 그저 제가 속좁은 놈으로만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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