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애인과 헤어졌네요.
제 입으로 애인이라고 하기가 쑥스러울 정도로 애인에게 대하는 태도며 배려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귄지 800일이 넘었었어요.
헤어지기 몇 일 전이 애인 생일이었구요.
휴...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인건지 알지도 못할정도로... 서로에게 쌓인게 많았고, 서로 전화통화를 할때마다 논쟁만 거듭하더군요.
그거 있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그런 식으로 싸우기만 하고...
결국은 터진거죠.
제 여자친구는 고등학교 다닐때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라고 하니 우습네요. 아직 졸업한지 1년도 안됐는데....)
그냥 얼굴만 알고 지내다가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시작해서 얼마전까지 만난겁니다.
처음엔 좋았어요. 어느 사람들처럼... 진짜 깨가 쏟아졌다는...^^
그때까지만해도 몰랐네요.
여자친구가 절 진짜 좋아한게 아니라는것을...
사귀면서 말이 나왔는데, 절 진심으로 좋아해서 사귄게 아니래요. 솔직히 처음에 들었을땐 엄청 실망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애들 말도 듣고 하다보니, 여자들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도 사귄다고 그러더군요.
아 그렇구나... 하고 더 잘해주려고 했죠.
그러다보니 사이도 가까워졌구요.
문제는 졸업한 뒤부터 였습니다.
여자친구는 대학에 붙었고, 저는 떨어졌네요.
저는 그때까지만해도 진심으로 사귀고 있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결혼까지 생각했었어요. (사람을 좋아하다보면 결혼도 생각되더라구요.)
아.. 그리고 저는 고등학교를 1년 늦게 들어갔고, 여자친구는 생일이 빨라서 동년배들보다 한살어려서.. 저랑 2살차이 났었어요.
조금이라도 빨리 결혼하고 싶어서 이번에는 꼭 대학가서 빨리 취직하고 싶었는데...
같은대학 같은과에 가려고 한 여자친구와 저는 그 꿈이 깨졌죠.
결국 여자친구는 학과가 마음에 안든다며 학교를 그만뒀고, 저는 아르바이트를 하기위해 지방에 있는 공장에 다니게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점점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재수를 준비하는 여자친구와 오전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을 하는 저는 제대로 만날 시간이 없었죠.
물론 전화통화는 할 수 있지만... 주위의 어른들의 시선도 있고... 가장 전화통화를 꺼렸던 것은 제가 여자친구와 통화할때마다 공장 사람들이 농담을 하는것이었습니다.
성적으로 모욕감도 받았고, 여자친구를 거론하며 농담하는건 정말 참기 힘들었거든요.
이게 여자친구와 제가 사이가 멀어지는 가장 큰 요인이 될지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지요.
근무시간마다 전화가 오면 도망치듯 화장실로 숨어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신경질적으로 끊어버리죠.
이게 아닌데 싶지만... 일은 쌓여있고, 눈치 보는 일인데 어떻게 맘놓고 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결국 여러 요인들이 겹쳐 3달만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뒀죠.
여자친구 뿐만 아니라 다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 7월 쯤에 일을 그만뒀습니다.
일을 그만두고도 입시준비 때문에 연락도 제대로 못했네요.
휴... 그때는 진짜 낭떠러지에 서있는 심정이었습니다.
죽기살기로 하는게 아니라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무엇이든 열심히 하라는 말을 들었었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며 여자친구며 연락을 끊고 지냈습니다.
그리고... 입시가 대충 마무리 되고 전화를 하니.. 이상하게 쌀쌀맞게 들리는거 있죠.
진짜... 맨날맨날 전화 한 통 해주길 기다리고 있는데... 그 전화도 안해 주면서 내가 전화하면 단 한마디로 끝내다니...
비록 제가 전화를 안한건 사실이지만, 내심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렸었거든요.
...서서히 짜증이 나더라구요.
결국 하고 싶은말 다 했습니다. 여자친구도 하고 싶은말 다하고...
웃기는건 서로 잘못했다고 하는 것 이었습니다.
니가 먼저 일할때 전화를 싸가지 없게 받았느니.... 니가 먼저 말을 재수없게 했다느니....
결론은 헤어지는 것...으로 확정.
헤어지기로 하고 혼자 바람쐬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오락도 하고 거리도 걷고 있는데, 뭔가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더라구요.
입안에선 욕만 맴돌고... 제기랄 제기랄...
그래서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한번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후훗... 이때까지만 해도 전 바보였어요.
제가 가서 미안하다고 하고 한번 안아주면 다 끝날줄 알았거든요.
항상 그랬었어요. 제가 미안하다고 하고 여자친구는 울고...그럼 제가 안아주고... (언제부턴가 이런 패턴이 정해지더라구요..)
시간에 맞춰 나가보니 아직 안 보였어요.
그래서 공중전화를 찾으러 갔죠.(공중 전화가 약속장소에 참 멀리 있더라구요. 마침 휴대폰도 안 들고 나간 상태)
어딘지 물어보니 이제 막 약속장소에 도착했다고.... 그래? 그럼 내가 있는 쪽으로 와라... 이래놓고 걸어가니 없네요.
다시 반대편 공중전화를 찾아서 연락했죠. 어디냐... 뒷길로 왔다고... 그래? 그럼 그 자리에 있어라..
크크.... 두갈래 길에서 계속 엇갈리는 모습을 보니, 뭔가 안 맞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때 전 완벽한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이별을 앞둬서였을까. 아님 오래만에 봐서 그런가. 예전보다 더 예뻐져서 놀랬었습니다.
"미안.."
여자친구를 안고 한 말 이었습니다.
순간 그애의 행동은... 지금 생각해도 뭔가.. 둔기에 얻어 맞은 듯한 충격을 ..
그 모습은 이제까지 제가 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 제가 말하고도 안타깝지만...마치 벌레를 보는듯한... 제가 강제로 범하려 한다는듯한... 그런 인상이었어요. 다시는 가까이 다가갈수 없게 만들더군요.
잘못된걸 느꼈습니다. 계획이 빗나가는 ...
'그 애'를 안고 밀쳐내는 순간...
불과 5초,10초도 안걸릴 순간이지만, 영화의 특수효과처럼 아주 느리게... 인상의 하나하나까지 기억에 남아있네요.
빌었습니다.
다시 한번 해보자고... 미안하다고... 내가 바보같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그랬더니 그 애는 영화속 주인공처럼 그러더라구요.
이미 마음이 떠났다..고.....
순간 저도 영화의 한 귀퉁이에 서 있었죠.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는 비련의 남자주인공...
우리는 성격이 너무 비슷해서 기분나쁜것도 기분 좋은것도 마음속으로 혼자서 삭힌다고 하던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네요.
결국은 그애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채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안 삼을 일이 있다면 항상 데이트 하던 장소를 둘이서 손잡고 돌아봤다는 것이죠.
예전에 사귈때처럼...
그리고 말했습니다. 다시는 보지 말자고. 80년뒤에 죽어서 보자고....
.....하지만 제 본심이 아니었습니다.
그 애 집앞에 가며 다시 말했습니다.
동창회때는 볼수 있는지... 내가 이쁜 차사면 옆자리에 제일먼저 태워준다고... 그리고 내사진 버리지 말아달라고...내 물건 앞으로 810일(우리가 사귄기간)만큼만 들고 있다 버려달라고....
사람 마음이란게 참 역겹더군요.
그렇게 심정이 격렬할땐 다시는 보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이렇게 다시한번 보고 싶어하는것을 역력이 드러내는 말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다니....
어제 저녁 어머니께도 말씀드렸습니다.
저희 집에 몇번 놀러왔었거든요.
어머니가 물으시더군요.
너희가 그렇게 쉽게 깨질 사이가 아닌데... 왜 그렇냐고....내(어머니)가 잘못한게 있냐고...
가슴이.. 진짜 가슴이 아팠습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배신을 많이 당하신 어머니는... 그 애를 믿고 있었던거죠.
며느리 감으로....선물이며 용돈이며 많이 챙겨주시기도 했었지요.
저보고... 너 결혼하려면 돈 빨리 모아야 한다며...압박(?)을 주시고, 그 애를 며느리 같이 귀여워하며 항상 데리고 다니시던 어머니가.. 어젠 왜 그렇게 안쓰러워 보이는지...
늦은밤. 결국 혼자서 소주를 드시는 어머니를 보며 다시한번 용기를 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안하다고 다시한번... 했지만
......
....
지쳤다고.....
.. 지쳐..??
독한 년....
니가 내보고 무섭다고 했지만 내가 볼땐 니가 더 무섭다.
다시는 보지 말자...
결국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분명 어제 밤엔 자살할 용기가 나서 유서도 쓰고 칼도 들었건만... 쉽사리 힘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해가 밝는대로 약국에서 약을 수백알 먹고 죽어볼까했지만, 돈도 없네요.
그리곤 결국 이렇게 글이나 올리고 있습니다.
진짜 나란 인간은 이렇게 웃기는 놈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그애 집 앞에서 헤어지기 전에 묻더군요.
"나 밉지...?"
"그래 졸라 밉다. 마지막 내 부탁을 안들어준게 밉다. 니도 내 밉제?"
"아니..안밉다... 그리고 미안..."
솔직히 글 쓰면서... 진짜 밉네요.
깨물어주고 싶을정도로...
분명히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독한 애 지만.. 왜 이렇게 보고 싶은지....
지금은 이렇게 힘들어도 ....그래도 어떻게 되겠죠.
엽기적인 그녀.. 보면 ...
운명인 사람들은 언젠가는 다시 만난다는.... 그거 아시죠.
그 말 믿어요.... 다시한번 운명적으로 만나기 위해 이쁜 차를 사서 연락을 하려구요.
차사서 옆자리에 가장 먼저 태워준다고 했으니까...
가장 마지막에 오는게 사랑이라고 하던데...
제 나이 22... 아직 진정한 사랑이 오기엔 좀 이르겠죠?
*본의 아니게 여자친구가 나쁘게 보일수도 있는데... 나쁜애 아니에요.(저도 포함.)
밉기야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