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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첫눈 |2015.11.19 23:03
조회 1,034 |추천 0

안녕?

사실,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너에게 전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글이라도 남겨보려해.

오늘은 너와 내가 알고 지낸 시간에서 다섯번째 네 생일이야.

결국 난 너에게 '생일축하해요'라는 한마디도 보내지 못했네.

 

 

자그마치 4년동안 난 널 마음 깊이 품었었고 앓았었다.

니가 이걸 모른다면 넌 아마 사람이 아니라 사물일거야.

 

 

그 4년 중.

내가 모르는 너의 지인이 나를 알고, 너와 내 지인들이 우리의 관계를 의심 할 만큼

우리는 참 많은 일 들을 같이 겪었었던가같다.

그 일들 중에 감정이 오고가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지.

 


출장가면 간다고, 가서 뭘 하고있다며 너의 일상도 나에게 공유 했었고

밤늦게 뜬금없이 목소리가 듣고싶다며 전화도 했던 너였어.

할말이 있다며 집앞이라고 내려오라고 한밤중에 찾아왔었고,

너는 어느 지역에서 일을 하니 졸업하면 그 지역으로 오라고도 했었고.

 

 

네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을때도,
보험처리며 뭐며 나랑 얘기했었잖아.
부모님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디에 가시고, 언제 들어오시고.
사소한 집안 이야기도 우린 같이했었어.

 

 

그러던 너는 지난달

나에게 통보가 아닌 통보로 결혼을 한다며 소식을 전해왔었다.

덕분에 내 전공시험은 티나게 저 멀리 떠나버렸어,

현실을 도피하기위해 잠도 종일 자보고

이번 학기엔 절대 하지 않겠다던 자체휴강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게되더라고.

 

 

미친듯이 일만 하기도 했었고, 도서관에서 공부도 엄청 해봤다.

평소 좋아하지않아 과 생활 조차 하지않던 나는,

친하지않은 사람들과의 술자리에도 일부러 나가서 진탕 마셔보기도했고,

새벽에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구구절절 너와의 추억을 홀로 곱씹기도 했다.

눈이 팅팅 붓도록 우는 바람에 일하는 중 동료에게 어제 무슨일이 있었냐는 질문도 들었어.

 

 

너와 함께 걸었던 네 전직장 앞 가로수길, 밤에 만나 얘기를 했던 아파트 주차장.

같이 갔었던 식당, 카페.

굵직했던 곳만 홀로 다시 찾으면서 또 느꼈어.

이젠 정말 놓아야하는구나, 너는 다음달이면 다른 사람의 남편이 되는구나.

 

 

처음 같이 카페를 갔던 날 너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 나에게

커피는 안된다며 뭐라했던 모습과,

뒤를 돌아보며 뭐먹을래?하며 묻던 너의 모습에 온몸에 일었던 전율은 나는 아직 기억한다.

세상 모든 사람의 첫사랑이 다 이럴지 아닐진 난 모르겠어.

손끝과 발끝이 덜덜 떨려와 귀 까지 멍멍해지는 경험을 했던 그날 이후로

너는 내 미래이자 내 삶의 목표였던거같다.

 

 

선생님이던 너에게 맞추고자 법학과에 진학을 하여 조금이나마 가까이 다가가보려고,

옆에섰을때 내가 부족해 보이지 않으려고,

내가 능력없이 너에게 팔려간다는 시선을 받기싫어서.

그리고, 조금이라도 가까운 거리에 존재하고싶어서 일년가까이 준비하던 미국 유학도 놓았어 난.

 

 

이렇게 구구절절 적는건 마지막으로 너를 곱씹어보기위한 과정이야.

사실 생각보다 나는 괜찮았었다.

부모님과 비밀이 지내는 내가 상당히 담담히 네 결혼 사실을 알렸을때,

우리 아빤 그저 한숨을 쉬셨고, 평소 감정적인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냉정하고

드러내보이지 않으시는 엄마가 내 앞에서 난생처음 욕을 하시는걸 보고 말았다.

너와의 나이치이 때문에 우리집에서 부모님이 항상 나에게만 뭐라고 하셨지만,

내가 너를 얼마나 많이 좋아했고 좋아하고있었는지 아시는 분들이라서.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끝끝내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야 말았지.

말 없이 안아주시고 토닥거려주시는 부모님께 한없이 죄송했다.

 

 

너로인해 내 인생이 많이 바뀌었어,

우선 내 진로가 바뀌었으며 생각하는 방식, 습관, 입맛, 말투 조차 바뀌었으니,

바뀌지 않는 점을 찾는게 더 쉽지않을까.

 

 

너로인해 몇년간 많이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친구들에겐 무덤덤해 보이려고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은 하지않아.

했다가 내가 호구라는 소리 밖에 듣지 못할거같아서.

 

 

넌 충분히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야 내가 후회없이 너를 지울 수 있을거같아서.

너를 지우는 연습을 한적이 전혀없어서,

그럴 날이 올거란 생각도 해본적이 없어서 어디서부터 뭘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

바쁘다는 핑계를 삼아 결혼식에 가진 않을거야.

이게 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지 않을까.

실은 더 큰 이유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곁에 턱시도를 입고있는 너를 보질 못하겠다.

 

 

그러니,

맑고 고운 날.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는 그 날.

당신은 평생을 함께할 그 사람과 행복했으면,

그렇게 예쁘게 지냈음 좋겠어.

잘지내.

 

 

 

+)

감정을 눌러담고자 존대가아닌 반말로 글을 적었는데,

평소처럼 존대말로 하고싶은 말이 남아서 덧붙여요.

 

고맙습니다,

내 인생의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나 나를 많이 변화시켜줘서.

당신으로 인해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지만,

단점이 장점으로 바뀐게 대부분이라서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당신에게 느낀 감정이 몇년이 지난 아직도 너무 선명하고 떨려서,

다음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많이 앞서요.

결혼을 한다는 얘길 들었을때 내 하늘, 세상이 무너져 내렸어요 사실은.

시무룩했던게 아냐, 그저 허망했을뿐.

정말 좋아했어요.

내 온 마음과 진심을 다해서.

좋아해요-라는 말 좀 많이해둘걸. 괜히 후회하게되네.

내가 4년간 열심히 던졌던 진심을 다 받지 못한거같아서.

내가 많이 서툴렀나보다 감정표현이.

나이어린 나에게 좋은 추억, 기억을 새겨줘서 감사합니다.

서로 더는 마주치거나 만날일이 없겠지만,

혹시 만나게된다면 몇년 더 지나서.

서로 자신의 위치에서 잘 지내고있을때 만났으면해요.

앞으로 당신이 걸어갈 모든 길에 행복이 가득하길 바래요.

 

 올 겨울에도 눈이 많아 오길 ..!

 

 

From.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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