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악인입니다.
국악전공으로 대학교. 대학원까지 졸업한 후에 사회에 나왔을때, 국악으로 취직할 방법은 오로지 시립국악관현악단이나 국립국악원 밖에 없었고.
J시립국악관현악단에 4년만에 단원모집 공고가 나서 지원하여 입단하였습니다.
비록 1주일에 월목 2일만 출근해서 한달에 70만원도 못받는 비정규직 단원이었지만(J시립은 전단원과 심지어 지휘자조차도 비정규직입니다), 최근 10년 내에 경남에서 제 전공으로 취직에 성공한 단 5명 중 한명이었기에 다들 저를 부러워 하였고, 저의 자긍심 또한 매우 높았습니다.
비록 70만원으로 생활하기는 매우 어려웠지만, 출근안하는 날에 대학에서 강의하고 이벤트 공연을 다니며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시청에서 일방적인 통보가 내려왔습니다.
당장 이번주부터 1주일 중 월-금 5일 내내 출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근무시간이 늘었으니 월급을 10만원 올려준다고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매일 출근하라길래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줄 알았습니다.
2014년 12월 29일에 이번주 금요일인 2015년 1월 2일부터 출근하라는 얘기를 들은겁니다.
단원들은 신정 바로 다음날인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당연히 반발하였고. 시청에서는 봐준다는 듯이 그럼 1월 5일 월요일부터 매일 출근하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오디션 칠때 분명히 월목 주 2회 출근이라고 얘기를 듣고 오디션 치고 입단했습니다. 시청과 저희의 계약은 2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루어 지고, 저는 2013년 4월에 입단할때 분명 주 2회 출근 계약으로 들어왔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계약서를 시청에서 써주지 않고 단원 임명장만 줄때 뭐가 이상했던 건데. 2년 단위 계약인데 그 2년이 채 끝나기 전에 갑자기 근무조건을 바꿔도 저는 계약서가 없으니 참 법적 증거도 없네요ㅋㅋ
저희가 정규직도 아니고, 월 100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단원생활을 하고 있었던 이유는, 그래도 시립예술단의 단원이라는 긍지와 자부심과, 그리고 월목 주 2회 출근이기에 근무시간 외에 투잡이 가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절반 이상의 단원들은 J시에서 1시간 반거리인 B시에 거주하고 있었고, 카풀하면서 출퇴근 해도 차비빼고 나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도 생활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학교에서 방과후수업이나 국악전문강사로 수업하는 수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학교에서 강의하여 번 돈으로 차비밥값 쓰면서 J시립에 통근했다고 해도 정말 과언은 아닙니다. 시립예술단 단원이라는 긍지를 가지고요.
50명이 넘는 단원들 중 국악강사나 방과후강사를 하지 않는 단원은 5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 5명 중에는 지휘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국악강사는 계약이 1년 단위 계약입니다. 방학 중 수업은 방학단위 계약이고요.
그런데 당장 다음주 월요일부터 매일 출근을 하라니요..
이미 잡혀있는 공연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계약되어 있는 학교 수업은 도대체 어떻하라고 당장 다음주부터 매일 출근을 하라고 합니까.
물론, 정규직으로 전환을 해준다던가, 임금이 늘어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비록 학교에서 잘리고,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소송이 걸리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월급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월급을 10만원 올려줄테니 매일 출근하라고 하더니, 기껏 또 스케줄을 조정해서 출근할 수 있게 만들어놓으니까 "이번주 화목은 문화회관 대관이 안되었으니 출근하지마세요" 라고 하고는 당일 임금을 제하고, 오히려 주 2회 출근할때보다 더 작은 액수의 월급이 입금되었습니다.
단원들은 지휘자와 단무장에게 당장 다음주부터 매일 출근하라고 하면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항의하였고, 지휘부에게서 방학계약때문에 당장 매일 출퇴근은 어려울테니, 1월과 2월 2달간 주변 정리할 시간을 줄테니, 가능한 만큼 최대한 출근하면서 수업들을 정리하고 학기 계약이 시작되는 3월부터는 매일 출근하라. 불가능하다면 사표를 써라. 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알려주기를 당신들은 비정규직도 아니고, 하루하루 일한만큼 시급을 받아가는 일용직 잡부로 계약이 되어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이 일용직 잡부인 줄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왜냐면 입단할때 계약서같은걸 쓴적이 없거든요. 저는 제가 시 공무원이 된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비록 당장 매일 출근할 수는 없었지만, 취소가 가능한 일정들을 최대한 취소했습니다.
공연도 취소하고 수업도 취소하여 1월과 2월 2달간 평상시 벌던 수입들의 반도 못벌고 최대한 가능한 만큼 출근을 하였는데, 월급은 오히려 60여 만원 정도밖에 못받았습니다.
공연과 수업취소로 인한 2달간의 피해액은 200만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저의 월급은 오히려 20만원 가량 삭감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청과 지휘부는 매일 출근하지 못한다면 사표쓰라고 했습니다. 선택을 하라고 하며 계속 단원들을 압박하였습니다.
게다가 심지어 출근을 안하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 공연을 해야 하니 출근하라고 하고는, 공연수당을 3만원 줬습니다.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했습니다. 밥먹을 돈 조차도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었고, 모아놓은 돈으로 2달간은 어떻게 버텨보었지만, 평생을 이렇게 매일 출근해서 월 100만원도 못받는 생활을 할 자신이 없었기에, 저는 정말 어쩔 수 없이 사표를 썼습니다.
매일 출근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퇴단으로 진 것입니다.
그런데, 1월과 2월에 J시립에 최대한 출근을 하기 위해 취소했던 수업과 공연들이 복구가 되지를 않았습니다. 떠난 학생은 돌아오지 않았고, 공연업계에서는 저는 많은 공연을 펑크낸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안그래도 시립 월급도 못받는 상황에서, 수입원이 막막했습니다. 앞날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돈도 못버는데 이참에 공부나 하자 하고 장학조교로 xx대학교 박사에 입학하였습니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쓰고 장학금을 받으면서 정말 힘들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11월 20일 새벽 1시반 경 공부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J시청에서 온 문서우편을 발견했습니다.
1월과 2월달에 부당지급된 보상금 60만 2200원을 11월 20일까지 납부하라는 것입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일이지요?
당장 다음주부터 매일 출근하라고 해서, 200만원 넘게 금전 손해를 보면서 일정들을 취소하면서 출근하고, 그때 취소한 계약들 때문에 저는 지금 돈도 못벌고 30대인데 부모님께 용돈 받아쓰면서 눈치보며 공부나 하고 있는데,
그것도 당장 오늘 내로 거금 60만원을 납부하라니.
1달의 기한을 줘도 60만원을 마련할 방도가 없는데. 당장 오늘이라니요.
게다가 도대체 왜 이런 결정이 나오게 된건가요?
정말 너무 억울하고 황당합니다.
당장 60만원을 어디서 구합니까. 저는 백수입니다. 그리고 제가 백수가 된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저는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교수님 소리를 듣는 사람이지만, 월 몇십만원 월급 받으면서 만족하고 살았는데, 시립에서 일용직 잡부 소리 듣고 떠밀려 사표를 쓴 후 백수가 되었습니다.
저는 30대인데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쓰며, 죄송해서 시간 나는 짬짬이 엄마 일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출근하지 못하는 책임을 사표로 이미 진 사람입니다.
직장에서 직원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묻는 방법이 해고잖습니까.
전 이미 해고되다 시피 한 사람입니다.
정, 매일 출근하지 못하는 죄로 60만원을 시청에서 받아야 한다면, 저를 복직시켜주십시오.
저는 변제 능력이 없습니다. xx대학교에서 장학조교로 한달에 25만원 받습니다. 그거로는 밥먹기에도 모자라서 부모님께 용돈 타쓰고 있습니다.
매일 출근해서 몸으로 일해서 돈을 갚고 다시 나오겠습니다.
저는 절대로 제가 J시립국악관현악단을 그만두고 싶어서 그만둔 것이 아닙니다.
당장 다음주부터 매일 출근하고, 출근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만두라는 사표권고를 받고 울면서 거의 반강제로 짤리다시피 사표를 쓴겁니다.
어차피, 1월과 2월에 출근하기 위해 정리했던 계약들 때문에 지금 돈도 못벌고 있으니, 저를 복직시켜주시면 이제는 매일 출근할 수 있습니다.
매일 출근해서 받은 수당으로 60만원을 갚고 다시 그만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