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들 고맙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큰 위안이 되네요.
눈물이 핑돌다 울어버렸어요.
그저 인연이 아니겠지요.
못된새끼라는 말에 마음이 아픈걸보니 정신차리려면 멀었네요.
멍청하게도 저는 그 사람을 이해하고 있어요.
이 짧은 글 속에 그의 삶을 다 적을 수 없으니까 글만보면 나쁜놈이 맞는데, 나쁘죠. 나빠요. 근데, 나쁜 그 마음을 이해는해요.
나쁜건 맞는데 그 나쁨을 이해한다가 맞는 표현이겠네요.
진짜 열심히 앞만보고 살아야 했거든요. 쉴 틈 없이.
돈 벌고 자유가 느끼고 싶었을거에요.
그리고 제 나이가 부담스러워졌겠죠.
결혼은 무거운 책임이 따르니까요.
그런 부담없는 여자, 저와는 다른 매력의 여자도 만나고 싶었을거고.
그런 상황에서 모두가 이별을 택하진 않을테니 나쁘고 어리석어요.
아무것도 없어도, 앞으로 아무것도 없어져도 난 옆을 지켰을텐데.
제 마음이 날 버린 그를 이해는 하는데, 그렇다고해서 그사람과의 미래를 다시 기대하진 않아요.
우린 끝났어요.
다른 여자와 여행까지 다녀온 남자를 다시 만날 자신이 저는 없어서요. 몰랐으면 모를까 알잖아요 이제는.
연락도 안하고 있고, 앞으로도 안할거에요.
만나는사람 있으니 이제 제 마음 어떻든 멈춰야겠죠.
사랑의 허무를 맛봐서인지 당분간 사랑같은 건 못하지 싶은데 결혼 못할 것 같다는 생각하니 두렵기도 해요.
눈뜨면 괴롭고, 잠자기 힘들어요.
근데 내색 안하고 잘 지내고 있어요.
운동도하고 외국어도 배우고 화장법도 바꾸고, 더 멋져지려고 노력해요.
언젠가 저도 저처럼 사랑을 표현하는, 오랜 사랑도 지킬 줄 아는 좋은 인연 만날 수 있겠죠.
이별로 죽고싶은 분들 꼭 힘 내세요.
인연이 아니었지 하는 마음으로 꼭 이겨내세요.
저도 꼭 이겨낼거에요. 이겨내고 있어요.
잘 살았으면 좋겠네요. 저도 잘 살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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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매일 만났지 우리는.
집이 가깝기도했고 처음 만날 때부터 나는 칼퇴하는 직장인 너는 늦깍이 학생이었으니 우리에겐 시간도 참 많았어.
그러고보니 네 대학시절은 다 나와 함께였구나.
네 어학연수 기간엔 엄마가 안계셔서 챙겨 줄 사람이 없던 네게 반찬 만들어 보내고, 필요한게 있다고 전화오면 사서 보내고 너한테 참 잘했다 내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매일 두시간씩 영상통화 하고 하루에 있던 일들 재잘재잘 얘기하고 애틋했지 멀어지지 않았어 우리는.
어학연수 다녀오고 취업준비 하는데 너는 너무 힘들어했어.
학교도 스팩도 다 괜찮은데 인턴에서 다 떨어지고 취업이 되지 않을까봐 불안해했지. 널 돕고 싶었고 너도 내게 도와달라 했어.
나는 매일 새벽까지 못자가면서 하루에 대여섯시간은 네 자소서와 씨름했고, 면접에 가게되면 밤 열한시에 너희학교 도서관에서 널 태우고 집 앞으로 와서 새벽 두시까지 면접 준비를 함께했지.
넌 칼퇴하는 직장인이니 내가 피곤하지 않을 줄 알았겠지만 매일이 피곤이고 지친 나날이었어 내게도.
너는 결국 대기업에 입사했고, 너희아버지도 내게 전화하셨지. 그동안 애썼다고 네 덕분이라고.
너는 연수원에 들어가기 전 내게 결혼하자고 말했어.
고맙다고 한결같이 기다려줘서.
난 원래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성격이 아니잖아.
네가 친구를 만나든 회식일 하든 끝났다고 연락하기 전엔 너한테 전화도 문자도 안했잖아.
네 생활이 날 만나는 것 만큼 중요하다고 늘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회사 회식으로 연락이 밤새 안되는 건 참을 수가 없었어.
밤새 술먹고 과장님 집에서 잤다던 그 날 나는 네게 생각해 볼 시간을 갖자고 했지.
나는 그때까지도 네가 우리의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었어. 우리가 헤어질 줄 모르고.
2주도 안지났는데 넌 내게 이별을 고했지.
그것도 내 생일날.
이렇게는 못헤어진다는 내게 너는 차가웠어.
갑자기 마음이 식었다고 미안하다고.
이별 여행 같은 것 가는 사람들 이해가 안갔는데 내가 가자고 졸랐어. 네 마음 돌리고 싶어서.
그리고 그 여행에서 그 여자의 문자를 봤어.
헤어져서 힘든 하루냐고 묻는 네 회사 동료. 그리고 그간 주고받은 문자들.
이 여자 때문이냐는 내 물음에 넌 아니라고 했지.
그래 너는 나랑 헤어지고 그 여자랑도 안만났어.
안만난건지 못만난건진 모르겠지만.
근데 그거 알아?
우연히 네 메일에 저장된 내 자료 다운받으려고 이별한지 반년도 더 지나 들어가서 알게된 건.
너 나랑 이별여행 간 날 비싼 뮤지컬을 두 장 예매했단 사실이었지.
썸타는 여자도 없었다면서 그때는.
내가 처음하는 이별에 서툴러서인지 나는 널 놓지 못했어.
6년이나 널 만나고 내 나이 서른 둘인데 너 말고 다른 사람과의 결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헤어지고 반년간 일이주에 한번은 만났어.
내가 집 앞에 가면 넌 어김없이 나와주었지.
첫 연애고 길게 만나서 다른여자도 만나보고 싶다고, 남자는 다 그렇다는 네 마음을 난 돌리고 싶었어.
나도 첫 연애였는데 왜 그런 유혹 없었겠어.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싶고, 이런게 사랑이 맞는지 비교 대상이 없으니까.
내 권태기엔 너무 초라한 널 버릴 수 없어 참았고 시간이 지나니 마음이 극복됐었어 나도.
너도 극복하길 바랐어.
그동안 힘들었던 가정사에 억눌린 네 삶을 나는 알고,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네 삶을 나는 아니까.
이해해주고 싶었고, 처음으로 돈 벌고 찾아온 자유를 적당히 만끽하고 돌아오길 바랐어.
소개팅 줄기차게 하더라.
넌 내게 다른 사람 서로 만나보고 우리가 인연이면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마음아픈 얘기도 했어.
이렇게는 더이상 만나지 말자고 정말 우리의 관계를 정리하고, 두달 후 우린 친구들 결혼식에서 만났지.
둘 다 안갈 수 없는 결혼식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다음날 우린 다시 만났어.
재회는 아니지만 서로 노력하는 시간이라 생각했어.
나와 헤어지고 그렇게 사지말라던 차부터 샀던 너.
그 차 타고 너는 여기도 데려가고 저기도 데려가고.
우리 집 앞에 와서 기다리고 선물주고.
이렇게 조심스럽게 만나다 우리 다시 만나게 되는건가 싶었지.
일주일 후에 넌 결혼식 전에 잡혀있던 소개팅이 있다고 나갔다 왔어.
그리고 이주 후에 넌 다시 나를 떠났지.
그 여자랑 사귄다고.
널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한데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다른 여자 만나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고.
좋아하는데 헤어질 수도 있다는 걸 널 만나고 알았다는 개소리도 남겼어 내게.
그러면 안되는데 나는 미칠 것 같았어.
나 원래 집착 없는 사람인데 네 메일에 자꾸 들어가보게 되더라.
그리고 사귄지 2주도 안된 너희가 펜션잡고 놀러 간다는 걸 알게됐지.
뭐가 그렇게 빠르고 쉬운지.
그리고 나는 너무 초라해졌어.
갑자기 내가 못생겨보여.
난 원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었는데.
오늘 너는 그 여자와 여행중이야.
그리고 나는 진짜 너를 정리하려해.
다시는 네 메일도 SNS도 살펴보지 않으리라 다짐해.
나는 사랑에도 신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아무것도 없던 시절 네 곁을 지키던 나를 버린 너.
설렘 찾아 떠난 너는 두고두고 후회할거야.
아니 세상 일이 그렇듯 전혀 후회 없이 잘 살수도 있겠지.
상관 없어. 네가 날 더이상 떠올리지 않는다해도.
이제 진짜 잊어볼거야 나도.
그동안 나도 이직했어. 초라한 내가 견디기 힘들어서.
네 덕분에 나도 더 멋있어졌어.
더 멋있어지고 예뻐질거야. 보란듯이.
너는 정말 나빠.
그런데 왜 나는 너를 미워하지 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