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 +
헐... 메인글 목록에 식이장애에 대한 글이 있어서, 남 일 같지 않구나 하며 클릭했더니
제 글이네요. 깜짝 놀랐어요.
별 생각 없이, 그냥 너무 답답해서 혼잣말하듯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글이었는데.
제 글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보시고 응원해주실 줄 몰랐습니다. 이런 적 처음이에요.
어디에도 하지 못했던 말인데... ㅠㅠ 가족과 친구도... 아무도 몰라요. 혼자 살거든요.
시간 내서 애정어린 댓글 달아주신 분들, 짧고 긴 따뜻한 말들. 또 간혹 보이는 가시 돋힌 댓글에 쓴소리 해주신 분들도...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댓글들 하나하나 찬찬히 읽었어요.
울면서... 봤죠. ㅎㅎ 때론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따뜻한 듯. ㅠㅠ
웃으면서도... 봤어요. '언니가 그 남자 혼내줄게!' 이런 글들. ㅎㅎ 제가 나이가 좀 있거든요. 눈물 그렁그렁해서 댓글 보다가, '아마 내가 언니일 텐데' 싶어 왠지 귀여워 웃음이 나고.
제가 이렇게 된 시기가 전남자친구와의 이별 이후이지만.
그렇다 해서 이게 전남자친구 때문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 탓이죠.
그 사람을 너무 믿고 마음을 줬던 것도, 이별 이후 혼자 그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도, 내 마음이 너무 나약한 것도... 모두 제 탓이니까요.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게 느껴져, 정말 이러다 죽겠구나 싶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병원 가서 받았던 검사.
그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물론 제 몸이 안 좋아졌다는 거, 막연하게나마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수치화된 자료를 보고 의사의 설명을 들으니 또 좀 다르게 다가오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병원에 좀 더 일찍 가보는 건데.
물론... 그전에는 도무지 그럴 생각도 의지도 가지지 못해서 못 갔던 거지만.
식이장애는, 말 그대로 '장애'인 거 같아요.
공허한 마음을 둘 데가 없으니... 가장 쉽게 풀 수 있는 방법, 가장 단시간 내에 또 가장 쉽게 그것을 잊고 잠시나마 다른 방법으로 만족을 구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되고.
그렇게 찾은 방법이 먹는 거다 보니, 한 번 두 번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 아닌 해결을 하게 되고, 점점 집착하게 되고. 나중엔 제어가 안되는 상황이 오는 거 같아요.
비어버린 가슴을 채워야 하는데 대신 배를 채운 거죠.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닌 듯. 일종의 병이 맞는 듯합니다.
그래도 요즘엔 나름 식이조절을 하려 노력 중이에요. 운동도 하고.
처음엔 줄넘기를 했었는데 무릎이랑 발목이 너무 아파서...
요가 동영상 다운 받아 요가 하고. 집에 실내 자전거가 있어서 요즘 거의 매일 타고 있어요.
저녁에는 동네 산책도 가볍게 하고. 확실히 밖에 나가 좀 걷는 게 기분전환이 되더군요.
집 근처에 산이 있는데, 설연휴 지나면 아침에 등산을 시작해볼까도 생각 중이에요. 며칠 전 등산화도 샀다는. ㅎㅎ
몸이 좀 회복되면, 다시 예전처럼 일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어요.
그동안 나 자신도 너무 방치했지만,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어 주변 사람들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었거든요.
이러다 인간관계마저 파탄나겠다는. ㅎㅎ;
댓글에 얼른 회복하고 예전 몸 되찾아서 다시 글 써달라는 분 몇 분 계셨는데, 정말로 그럴게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힘내야겠어요.
혹시 저와 비슷한 식이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
당장은 벗어나기 힘들다는 거 압니다. 너무 잘 알죠.
그래도 조금만 그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곧 빠져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요. 정말로 바랍니다.
후기가 너무 길죠? ㅎㅎ 별 생각 없이 끄적거렸던 본문보다 더 기네요.
다시 한 번 모두에게 감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일일이 답글 달아드리진 못하지만, 그래도 제가 정말 고마워하고 있단 거 알아주세요.
아... 그리고 댓글들 지우지 말아주세요! 작심며칠로 무너지려 할 때나, 가끔 몸과 마음이 지칠 때 한 번씩 들어와서 다시 보고 싶어요.
----------------------------------------------------------------------------
- 본문 -
극심한 식이장애를 겪고 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히(?) 아직(?) 먹고 토하지는 않는데. 어마어마(!!!!)하게 먹음.
하루 먹었던 걸 적어보자면... (얼마 전부터 식단일기를 써서 기록이 있음)
피자 한 판, 치킨 한 마리, 콜라, 탄산수, 라면 세 개, 짜장라면, 포스틱, 감자깡, 자갈치, 오레오, 후렌치파이 한 통, 몽쉘 한 통, 마들렌, 우유, 아이스크림 파인트, 망고 아이스바, 김밥, 순대, 잔치국수, 맥도날드 버거 세트.
이게 하루에 먹은 양. 정말 어마어마...;
게다가 이게 하루로 그치는 게 아니라는 거. 이 상태로 일주일, 한 달... 계속 이어짐.;;;;
먹을 땐 미친 듯이 먹음. 내일이 없는 듯 먹음. 사고회로가 정지되는 듯.
배가 고파 먹는 것도 아님.(하긴 저렇게 먹는데 배고플 새가 있겠음?;)
배고파서가 아니라,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냥 마구 먹음. 맛도 못 느끼면서 꾸역꾸역 욱여넣는 거.
165 조금 넘는 키에, 늘 45~46을 유지하는 모태마름이었는데.
저렇게 폭식을 하고 난 뒤, 단기간에 68키로가 됨.; 20키로 넘게 찐 거.
그러다보니 점점 자존감이 떨어지고 점점 더 우울해지고.
그래서 자포자기로 계속해서 먹고... 악순환.
말랐을 땐 어딜 가나 예쁘단 말 들었었는데, 살 찌고 나서 거울을 보면 눈코가 살에 파묻혀있음. ㅠㅠ 예전의 내 얼굴을 찾아볼 수가 없어.
계획적으로 예쁘게 찌운 살이 아니라, 디룩디룩 쪄버린 살이라 더 미워 보이는 듯.
그래서 사람 만나는 것도 자꾸만 피하게 된다. 혼자 고립되니 또 먹기만 하고... 정말로 악순환.
갑자기 살이 찌니 건강에도 적신호.
허리, 무릎, 발목, 안 아픈 데가 없었음. 두통도 심해지고. 살도 살이지만 몸이 자꾸 퉁퉁 부음.
결국 얼마 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더니, 몸의 균형이 다 깨져 있더라. 무엇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엄청 높게 나와 약 처방 받음.
8년 넘게 만났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 임신 시켜서 결혼하고, 그 뒤로 이리 된 듯...
한동안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폐인이었다. 일도 그만둬서 더 그랬던 듯.
내가 봐도 이런 내가 멍청하고 한심하지만. ㅠㅠ 도무지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었음.
그 사람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었으니까.
이미 지난 일들, 지난 시간은 어쩔 수 없는 거고.
앞으로의 시간을 잘 만들어나가면 되겠지? ㅠㅠ
그래서 얼마 전부터 운동도 시작했고, 식이조절도 하려고 노력 중인데...
쉽지가 않다.
살이 너무 쪄서 조금만 운동해도 관절에 무리가 가고. 무릎이랑 발목이 너무 아프다.
식이조절은... 그래도 마음 먹고 잘 지키다, 한 번 무너지면 한없이 무너져 또 생각 없이 음식물을 마구 몸 안으로 구겨 넣는다.;;
부디 무너지지 않기를... 무너지더라도 금방 일어날 수 있기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