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만날 수 없는 예비신부!
안녕하세요.
한참 고민하던 중에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을 곳이 없어서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일단, 제 소개부터 하자면
나이 35세, 직업은 의사입니다.
현재 삼성동 프랜차이즈 성형외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애인과는 두 달 전 병원 근처 Bar에서 만났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전 이게 첫 연애입니다.
전공의 따려고 공부에 치여서 외모를 가꿀 시간이 없었고
(참고로 성형은 진입이 힘든 전공입니다)
인턴, 레지던트 시절에는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까지 생기는 바람에
여자들이 절 쳐다봐주지 않았거든요.
레지던트 시절을 응급병동에서 보냈기 때문에 시간도 없었죠.
항상 긴장을 해야 했습니다.
군의관 시절을 거쳐 선배가 운영하는 병원에 들어와서
연애도 하고 즐겁게 살려고 했지만,
인연을 만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전공의 따고 솔직히 제 눈도 좀 높아진 것도 사실이구요.
그 날 10시쯤에 (개업의들도 야근이 잦습니다) 단골 Bar에 갔습니다.
제가 좀 말술입니다.
700ml 양주 한 병을 비웠을 때 쯤, 옆 테이블에 아름다운 여성 한 분이
앉더라구요. 가만히 보니 좀 전에 테이블에서 어떤 남자랑 술을 마시던
여자 분이었어요.
외모가 출중해서 금방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바텐더랑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한 걸 들었는지
성형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도 성형을 하고 싶은데 혹시 견적이나 뽑아 줄 수 있냐고
너무 비싸게 부르지 말아달라고 말했습니다.
전 그냥 무덤덤하게,
‘아가씨는 고칠 게 하나도 없어요’
라고 말하니깐
‘에이 짓궂다’
하며 깔깔 대면서 웃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사실 좀 소심한 편이라서 누구를 웃기거나 그러지 못합니다.
그런데 예쁜 아가씨가, 그것도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제 얘기를 듣고 웃는 걸 보니 정말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오래 사귄 애인과 헤어져서 울적했는데,
빈말이라도 그런 칭찬을 들으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면서
저보고 좋은 사람 같다고 했습니다.
하루 종일 못 웃을 줄 알았는데 기적 같은 기분이라면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며 저를 한껏 치켜세우더라고요.
그러고는 흘겨보듯이 제 얼굴을 10초 쯤 보고
즐거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럴 때 여자를 잡지 않는 남자가 있을까요?
전 그 여자를 잡았고,
여자는 사람 많은 곳으로 가고 싶다더니
신사동 닭발 집으로 저를 안내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오니 긴장도 풀리고, 제가 말할 때 마다 웃어주는 그녀가
귀엽기도 하고, 솔직히 처음으로 설렘, 이런 것도 느껴졌고, 그래서,
비닐장갑을 끼고 닭발을 든 채로 둘이서 깔깔대며 쉴 새 없이 술을 마셨습니다.
당연히 필름이 끊겼고
일어나보니 닭발 집 맞은편에 있는 호텔이었습니다.
옆에는 나체의 여자가 누워있었습니다.
아침에 해장국을 먹고 연락처를 주고 헤어졌습니다.
그 날 밤 퇴근 무렵 문자가 왔습니다.
‘사실 어제 제 생일이었어요. 기쁜 생일 맞게 해줘서 감사했습니다.
인연이 닿는다면 또 보게 되겠죠, 잘 지내세요.‘
이런 식으로 문자가 왔습니다.
전 그녀에게 전화를 했고,
생일을 오늘로 하자며 근사하게 대접한다고 했습니다.
그녀를 만나니 일단 제 차를 보고 놀라더군요.
차 너무 좋다고.
야경이 유명한 좋은 호텔에서 코스로 대접한 뒤
그녀에게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줬습니다.
그녀는 감동하면서 눈물도 흘렸습니다.
절 보고 감동하는 여자를 위해 다음 날 그녀에게 에르메스 가방을 사줬습니다.
왠만한 차 한 대 가격이었지만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 뒤 뜨거운 연애가 시작되었습니다.
주중 퇴근 시간 이후에는 숫제 옷을 벗고 데이트를 했다고 해야 하나?
전 그런 게 처음이었지만 익숙한 척 하려고 했고,
그녀는 그런 저를 굉장히 귀엽다며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주말에는 그녀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고향 친구가 아프다더니, 남동생이 다쳤다느니, 이런 핑계를 대다가
아예 금요일 저녁부터 전화기를 꺼 놓더라고요.
그러면서 월요일에 다시 전화가 와서 생각을 정리했다느니,
아무리 생각해도 나밖에 없는 거 같다느니,
자기가 부족한 거 같아서 상담을 받으러 갔다느니,
핑계가 늘어났습니다.
그러면서 동생이 아파서, 친구가 사기를 당해서, 돈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지난달에는 유학 간 친구가 한국에 왔는데, 기를 꺾기 위해서 제 차가 필요다며
차까지 빌려갔습니다. 물론 그 후로 제 차를 보지 못했습니다.
작은 사고가 나서 말끔히 고치고 돌려주겠답니다.
주변에서는 이런 저를 보고 한심하다고 말을 하기까지 합니다.
한 번도 남한테 지적받으며 산 적이 없었는데.
그러고 이번 연휴에도 전화통화 한 번 못했습니다.
오늘 또 연락이 왔네요.
‘이제 마음이 완전히 정리 되었어요.’
휴우! 원래 여자들은 이렇게 오락가락 한 건가요?
결혼식 때 할 거라며 반지며 목걸이까지 다 맞춰주고
두 달동안 제 연봉의 2배가 넘는 돈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돈은 또 벌면 됩니다.
전 이 여자랑 끝까지 갈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집에는 넌지시 말씀만 드렸고, 부모님은 은근히 빨리 소개받길 원하는 눈치입니다.
아직 그녀 집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그건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 만나면 이번 주말에 양가 부모님 상견례를 하자고 진지하게 말해볼 생각입니다.
전 다 필요 없다고, 사랑한다면서 열심히 살아온 제 인생을 말씀드릴 겁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네요.
제 생각을 정리할 겸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어 적다보니...
그럼 많은 의견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