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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얘기를 꼭 들어주세요 .. 그녀가 볼 수 있게.

안암동호랭이 |2016.02.17 03:49
조회 778 |추천 1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초반 일반 남성입니다.

 

너무 그리워서 글을 남겨봅니다.

 

흔한 첫사랑의 얘기일 수도 있지만 흔하지 않은 사랑이야기 이자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버린 이야기 입니다.

 

때는 2011년 5월 이었습니다. 저는 충남 공주에 위치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설명하자니 출신 고등학교를 언급하게 되네요) 였기때문에 일반 타 고등학교에 비해 사범대 학생들의 교육실습 인원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을 방황으로 보내고 2학년에 들어서 학업에 박차를 가하던 때였습니다.

 

벚꽃 피던 4월 저희 학교학생들에게는 빡빡한 수업일정과 선생님들의 숨막히는 수업열정 때문인지 교생실습기간은 꿀같은 휴식기라고도 할 수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저는 그 실습기간 동안 수업시간 내내 인강을 들으며 혼자 공부하거나 필요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꿀잠을 잤습니다.

 

다른 남학생들처럼 쉬는시간에는 '누구누구가 제일 이쁘지 않냐' 하며 왈가왈부했던 기억이 있네요. 저는 한눈팔지 않고 학업에 매진하기로 맘은 먹었으나, 남자인지라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 같습니다.ㅋㅋㅋ

 

본론으로 들어가, 저는 수리영역에 탁월한 감각이 있어 교육실습 중 특히나 수학시간에 퍼잤습니다. 심지어 맨앞자리에 앉아서요.

 

보통 과 학생들이 수업을 반마다 번갈아가면서 하죠. 근데 저는 누구할 것 없이 그냥 엎드려 잤습니다. 왜냐면 수학시간엔 문제풀어보라는 시간이 많아서 굉장히 조용한 분위기에서 잠을 잘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실습기간을 보내던 중, 수학교육과 실습 교생선생님께서(훗날 제 여자친구가 된) 제게 '체육부장! 너 맨날 수학시간에 엎드려 자던데 선생님 내일이 마지막 수업이야' 이러더군요.

 

저는 정말 죄송한 마음에 마지막 시간에는 열심히 수업을 듣겠다고 호언했습니다.

 

수업 당시 저는 어느 누구보다 활기차게 수업에 임했고, 반의 분위기 메이커로서 친구들 모두 수업에 재밌게 참여할 수 있도록 리드했습니다. 저는 굉장히 뿌듯했죠 ㅎㅎ

 

그렇게 복도를 지날 때마다 서로는 반갑게 인사하며 지냈죠. 제 기억엔 그녀 외엔 어느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실습기간 마지막 날이 체육대회였습니다. 저는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축구 열광맨이었고 체육부장이었기에 체육대회 전부터 무조건 저희 반이 우승할 것이라며 설치고 다녔었습니다.

 

체육대회 당일 저희반은 예선에서 떨어졌고(솔직히 저희반 멤버가 정말 최강이었는데 잘 안풀렸습니다..) 모두가 천막밑에서 낙담해 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옆반 담당 교생이었는데 그반이 축구 부문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녀는 낙담해하고 있는 저희반 무리로 찾아와 제게 '야! 체육부장! 1등한다더니 그게 뭐냐!' 장난을 치더군요. 저는 마시고 있던 2L 생수병을 땅에 집어던지며 '선생님, 선생님은 선생님이 될 자격 없어요. 남학생에게 특히 저같은 학생에겐 축구를 포함해 모든 스포츠에 자존심이란 게 있는데 위축된 자존심을 위로해주지는 못할 망정 짓밟다니요. 정말 자격없습니다!!'라고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체육대회를 마무리하며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마무리운동을 하는데, 계속 제가 버럭 화를 낸 게 맘에 걸리더군요. 심지어 실습나온 사람에게 선생님이될 자격이 없다는 망언까지...

 

그래서 마무리 운동을 하자마자 그녀를 찾아다녔습니다, 사과는 해야겠다고 생각이되서요 마지막 날인데.

 

근데 마침 ! 그녀도 제게 사과를 하기 위해 찾아다니고 있더군요. 영화같은 이야기지만 정말 운동장 한가운데서 그녀와 마주쳤습니다. 아직도 기억하는데 포도맛 캔음료에 미안하단 내용이 적혀있는 포스트잇을 붙여 제게 건내주었습니다. ..... 울면서요.....

 

많은 학생들이 쳐다보는 것 같아 그상황을 무마하기위해 일단 보냈습니다. 그리고 교실에와 저희반 담당교생들과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제가 연습장으로 쓰던 옥스포드 노란 줄연습장에 큼직큼직한 글씨로 '학생의 맘을 공감하고 미안해할 줄 아는 따뜻한 교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성격이 이래서 발끈한 거 정말 미안하다' 식의 편지아닌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갔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집에가고 난 후였습니다.

 

헌데 멀리 운동장 벤치 쪽에 그녀가 앉아있는걸 보았습니다. 왜냐면 개나리색의 밝은 카라티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절뚝거리는 발로(축구하다가 다쳤습니다) 그녀에게 뛰어가며 선생님~!하고 소리쳤습니다.

 

가까이 다가갔을때 그녀는 울고 있더군요. 저때문에.

 

같이갈 다른 동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데 벤치에서 아까 그일 때문에 속상해서 울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편지를 전해주며 답장이라고, 나도 미안해서 급하게 써왔다고 하며 편지를 전했습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저는 그순간 선생님으로라기보단 여자로 느끼게 됐습니다. 여자의 눈물에 약한 것도 있었지만,

그녀와 진심을 나누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기억하기로는 그때부터 사랑에 점점 빠진 것 같았어요.

 

그렇게 헤어진 후 저는 그녀연락처를 알아내기위해 저희 반 담당 수학 교생에게 연락해 번호를 알아 냈습니다.

 

다음날이 스승의 날이었는데, 선생될 자격없다고 했던말이 가슴에 걸려, 선생님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기 위해 카네이션을 선물할 계획을 했습니다.

 

내일 저녁시간에 잠깐보자고 용기있게 데이트 신청(?)을 했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고 다음날 저녁에 던킨더넛에 가서 도넛을 먹으며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헤어지려는 찰나에 그녀가 택시에 타기전에 작은 손편지를 하나 건네주며 홀연히 가더군요.

 

정확히는 기억안나지만 그편지의 마지막 얘기가 제게 큰용기를 주었습니다.

보고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말.

저는 눈이 뒤집혔죠. 솔직히 그냥 넘길 수 있는 말이었는데 저는 제 맥락으로 의미를 가져왔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이후에 저는 그녀를 주말마다 쫓아다녔습니다. 학교 특성상 기숙학교이기때문에 한달에 한번 귀가하는 때 빼고는 주말밖에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여러번 짧은 데이트를 하다가 귀가때 그녀를 다시 만났습니다.

 

정확히 2011년 05월 28일 이었어요.

27일 금요일에 귀가를하자마자 그녀를 만나러 갔습니다.

 

이런저런얘기를 나누던중 헤어질 시간이 되자 그녀가 조심스레 얘기를 꺼내더군요.

 

우리 사이 정리해야 될 것 같다고. 나는 임고준비생이고 넌아직 고등학생이라고.

 

저는 머리에 총을 맞은 듯 어떤말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녀가 사는 기숙사(00시 30분이 통금시간이라)에 마지막으로 바래다 주었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려던 그 찰나에 저도모르게 그녀의 입에 입맞춤을 해버렸어요.

 

정말 제가 의도한 것이아니라 제가 사랑한다는 마지막표현이 너무 서툴렀습니다. 몸이 그렇게 했습니다.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주저 앉아 부끄러워하면 웃더군요.

 

저희의 시작은 00시가 지난 5월 28일 그날이었습니다.

사귀자는 고백도 없었고 그 날이후로 저희는 연인으로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기념일 계산할 때 그 첫뽀뽀를 한날을 사귄날로 삼았습니다.

 

저희는 둘다 학생이었기에 데이트도 식사를 하는 것 이외에는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고 짬내서 영화를 보는 것이 다였습니다.

 

그렇게 세상 어느 누구보다 행복하게 연애를 했습니다.

 

 

 

 

그녀는 그 해에 임용고시에 합격했고 고향인 대구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고 저희는 장거리 연애로 전환이 되었지만, 일주일에 한번 꼭 만났습니다.

그녀가 주말에 저의 저녁시간2시간을 만나기위해 1년동안 매주 왕복8시간 할애하여 저를 만나러 와주었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소소하지만 알차고 행복하게 연애를 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저희는 더 편하고 자유롭게 연애를 했고 많은 추억을 쌓아갔습니다.

 

저는 졸업을한 날 안암골에 위치한 K대학에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 수준별 영어 평가를 위해 K대에 영어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그녀와 함께.

 

저는 시험을 마치고 핸드폰을 켰는데 아버지께 메시지가 와있었습니다.

 

 

아들아 너 경찰대에 추가합격했다고 연락이 왔다. 다시한번 선택의 기로에 서줄 수 없겠니.

추가합격자는 현재 경찰대 예비훈련기간중이니 24시간안에 입소해야 한다고 한다.

 

저는 멍해져있엇습니다. 제가 원했던 K대를 가기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고 이미 마음도 접어든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그녀에게도 연락해 상욱이를 설득시키라는 말을 했죠. 그녀는 물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를 바랐지만 아버지의 부탁도 큰 부담이 됐습니다.

 

그날 저는 '그래 여자친구도 교사고, 나도 경찰대가서 무궁화달고 취직걱정없이 여자친구랑 일찍 결혼하자'라는 막연한 생각에 아버지께 그렇게 하겠다고 얘기했습니다.

 

24시간안에 입소해야 했기에 그날이 마지막이었고 가족들은 여자친구와 함께 내려와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자고 하여 함께 내려갔습니다.

에라모르겠다는 생각으로 그냥 들어갔습니다 ㅋㅋ 머리빡빡밀고.

저는 들어가서 밤에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진짜 나는 평생 경찰로 살 생각없고 나는 민중의 지팡이가 되기에는 이미 성격파탄자라 적성에 안맞는다고 ㅋㅋ 그래서 그냥 하루만 있다가 나왔습니다.

 

그녀는 내심 바랬겟죠. 공무원 부부에 일찍 결혼할 수 있고... 제가 나왔다는 소식에 달가워하진 않았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저는 K대학에 입학했고 부천에서 지내는 친형과 함께 지내며 통학을 했습니다.

 

그녀가 지금껏 매주 저를 보러 올라왔기에 이제는 내가 내려가야겠다는 마음에 거의 매주 내려갔습니다. 물론 그녀도 자주올라왔었구요.

 

솔직히 20살 가난한 대학생이 매주 내려가기에는 금전적 부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려가는 빈도도 낮아졌고, 심지어 제가 1학기때 사람을 반 죽여놔서 합의금도 급하게 모아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설상가상이었죠.

 

그래서 그녀에게 더 잘해주지 못했고 결국 그녀와 자주 다투었고 결국에 제가 그녀에게 이별통보를 받았습니다.

 

평생을 함께 약속할만큼 소중하고 애틋한 사이였는데 말이죠. 그게 1학기가 끝날 무렵이었는데 저는 여름방학내내 친구들 붙잡고 혹은 혼자 술집에서 눈물을 안주삼아 술에 쩔어 살았습니다.

 

헤어진지 4주 정도 되었던 때에, 안되겠다 그녀를 보러 가야겠다. 하는 생각에 그녀가 있는 대구로 무작정 내려갔습니다. 출발할 때 문자를 몇통보냈는데 답장이없더군요. 그러다 대구에 다와갈 때 쯤 '오지마. 나약속있고 너 보고싶은 생각 전혀없어'라는 식의 답장이 왔어요. 저는 일단 포기하지 않고 대구 어딘지모르는 찜질방에서 잤습니다

 

그리고 일어나 기다리다가 문자한통이 왔습니다. '너예전에 대구 내려왔을 때 같이 갔던 구봉산도서관이야 정 봐야겠으면 여기로와.' 라고요. 저는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가서 그녀를 만난 순간 저는 정말 보고싶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 때 그녀는 '자, 봤지? 난 이제 할말 없으니까 가볼게'하며 휑하니 가버리더군요.

 

저는 그자리에서 가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못한 채 슬퍼했습니다.

 

그러다 언덕너머로 그녀가 사라질까 정신차리고 다시 달려갔습니다.

 

그녀에게 다가간 순간, 그녀는 울고 있더군요, 울면서 제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너가 연락없는 그 시간동안, 소개팅도 여러번 해봤고, 술집에서 남자들이랑 술도 먹어봤어, 근데 너보다 잘해주고 능력좋은 남자들 많은데 왜 널 만났나 싶더라. 난 지금 얼마전에 소개받은 의사선생님과 점심약속이 있어 그러니까 방해하지말고 얼른 올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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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그녀는 다시 떠났고, 저는 그녀를 붙잡을 용기를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그 인적드문 언덕 길가에 앉아 저는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정말 하염없이. 날씨는 또 왜이렇게 궂은지 장마철이어서 비에 홀딱 젖었습니다. 젖는지도 모르고있다가 맘이 좀가라앉으니 집에가야겟다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고 버스를 타러가는데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그녀가 버스를 타고 반대방향으로 가더군요. 제가 울고있던 시간이 30분 정도 됐는데 그시간동안 버스가 안왔던 걸까요. 제게 다시한번 이별을 통보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왜 눈물이 흘렀던 걸까요.

 

저는 그 이후로 제삶의 힘들게 복귀를 하기는 했지만, 하루하루 그녀 생각에 미치도록 힘들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가끔 추억하는 정도이지만 여러 좋은 여자들을 만나보아도 그녀만한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녀는 모든면에서 출중한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그 마음이요. 그사람 마음이요.

 

오늘 연락을 해봤어요 사실. 잘지냈냐고, 그러더니 잘지냈다고 번호아직있다보네. 하더군요

 

생각이 참 많아집니다. 저는 정말 행복했던 추억들이 잊혀지지 않을만큼 생생한데.

저만 추억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슬프기도하고, 제가 그만한 남자는 아니었다는게 후회되기도하구요.

 

 

 

연애 당시 그녀는 판을 즐겨 보더라구요.

 

혹시나 이 말 전할 수 있을까 제 추억을 빌미로 판에 글을 남깁니다.

 

 

 

혜정아, 정말 미안했어. 정말 미안했고, 상처줘서 너무 미안했어. 더 멋진 남자가 되어서 너에게 다시 찾아가고 싶은데 그러기엔 지금도 어리고 내욕심인건 알아. 하지만 정말 내가 그리워하고 원하고 바래서 그 작은 희망 가지고 아직도 살아. 그 이후로 내맘은 점점더 깊어져가. 내 소원이 현실이 되기 위해 내 현실을 너에게 맞추도록 노력할게. 아프지말고 부디 행복하게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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