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세살 연하,키는 25센치는 더 크고 몸무게는 나의 딱 두배,손이 내 발보다 더 큰 거수거족의 뱃살 조금 있는 귀여운 애,원래 말랐는데 유학공부 하면서 불규칙,불건강하게 먹어서 15키로 늘었다고 걱정하던 애,안경 벗었을 때가 더 잘생겼다고 생각해서 썼다 벗었다 하면서 "안 쓰는 게 더 잘생겼지?" 묻곤한 너 (난 쓴 게 더 좋았다),제나이보다 10년 위처럼 보이는 굉장한 노안에 대비되는 애교넘치는 행동 (그것도 나한테만 그런단 걸 나중에야 알았지),항상 능글맞고 패기넘쳐 보이고 웃고 다녀서 시시껄렁한 앤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공부잘하고 빈틈없던 애,외유내강이라 겉으론 전혀 안그래보였단 게 함정이었던 너,흐린 날 우산 가져가면 우산 가져왔다고 똑똑하다 하던 너,안입던 하얀재킷 입은날 교실 들어오자마자 못보던 옷 입었다고 아는 체 하던 너,거절에 거절을 거듭해도 오뚜기처럼 계속 일어나 밥먹자고 하던 너,강아지 인형 선물이랑 시내 드라이브로 나한테 필사적으로 구애하던 너, 그날 거기서 수줍게 하지만 의도적으로 날 놀이터에 앉혀놓고 뽀뽀해서 1일 시작한 너,돌아오는 길 밤에 차 세워놓고 우리 만약 헤어져도 너 아파서 병원있을 때 내가 전화해서 괜찮냐고 안부 물어봐줄수 있는 사이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던 너,우리 안 될 사이란 거 일찍이 알아서 난 도망치려 했는데 계속 날 힘들게 붙잡던 너, 근데 그게 표가 안났던 사람.
중요한 시험 준비하면서 주일엔 열심히 할일하고 주말엔 내 사랑하는 이랑 같이 보내고 싶다며 밤늦게 어두운 산속으로 데려가 드라이브 해서 시내야경 구경시켜준 너,우리 사랑이 너무 아파, 네가 너무 아파 운전하는 널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볼 때 고민많은 눈으로 운전하다 날 사랑스러운 눈길로 돌아보던 너,전에 만났던 여자 있었지만 사랑한단 말 아직 안 해봤다면서 한달후에 그 말 나한테 해준 너,톡할 때 항상 나를 "내 사랑스러운 00"로 불러줬던 너, 날 우리 아이들 엄마가 될 사람이라 칭했던 너, 다른 덴 다 완벽한데 블랙헤드 신경쓰인다면서 머드팩 빌려준 너,내 손에 니켈도금 반지 보면서 은이냐 백금이냐 물어봤던 너,화장 진한 여자 싫지만 화장 블러셔까지만 하면 여신되겠다던 너,집 놀러갔을 때 나 앉혀놓고 머리 빗겨주면서 우리 결혼하면 "너는 우리 딸 앞에 앉혀놓고 머리빗겨주고 나는 널 앞에 앉히고 이렇게 머리 빗겨줄게" 하던 너.겉으론 배포 큰 덜렁이 같아 보여 네가 이리 세심한 사람인 줄 사귀고야 하나하나 알게됐어.
내가 잔인하게 이별 고했을 때 내 손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그게 내가 얻는 가장 큰 위로라며 날 계속 붙잡은 너,하지만 결국 나는 나도 어찌할 수 없는 이유로 널 너무 지치게 했고 그렇게 우리는 끝이 났어. 적어도 지금은.
지금은 다른 사람 옆에서 웃고 있는 너지만 난 아직도 네가 그립고 아프고 평생 못 잊을 거라고 단언해. 너랑 헤어지고 나서 사랑만으로 헤쳐나가는 게 세상일이 아니란 걸 배웠어. 맞아, 사랑만으로 다 되는 거 아냐. 그걸 깨달았을 때 너도 나한테 내가 무섭다 한 거였고 그래서 우리 헤어진 거고. 근데 사랑만으로 다 되는 게 아니란 걸 이제 알기 때문에 나는 네가 더 보고싶다. 고작 두어달 만난 우리였으니까 난 너에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아. 그럼에도, 네가 그 두달 동안 어떤 사람이라고 보여준 너 때문에 나는 널 아직도 놓지 못하겠다.폐쇄적이고 답답한 교육 시스템에 질려서 고등학교 자퇴서 내고 독학해서 좋은 대학 붙었다가 또 환멸느껴 유학온 너잖아. 우리 시내 드라이브 나가며 1일 시작한 날 차안에서 내 가족사에 대해 보두 말해준 너잖아.알아, 사회적 성공이 중요한 사람이란 걸. 근데 가끔씩 비치는 야망있고 결단있는 눈빛이 날 볼땐 사랑스럽게 바뀌는 걸 보고 난 확신이 들었어. 널 평생 사랑하겠어, 이런 두어달 만나고 헤어진 사람이 할만한 어찌보면 진부한 비현실적인 말은 안 할게. 단지 그 두달 동안 내가 너한테 보여준 나란 사람, 그리고 네가 나한테 보여준 너란 사람 그 기억들 하나로 우리 가까운 미래에 다시 함께할 순 없을까?나 우리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괜찮은 여자 돼서 너한테 나타나고 싶어. 사람들은 나보고 잊으라고 해. 근데 당사자인 내가 널 안 찾고 그냥 그렇게 살면 한이 될 것 같다. 만나는 동안 내가 널 바보같이 한번도 못안아줬던 게 지금 한이 되어 남았듯이. 조금만 날 기다려줘, 제발.너때문에 아직도 밤마다 울면서 잠 설친다면 넌 믿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