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판 첨 써보는 27살 남자(아재)입니다.
취준생이라서 스터디그룹 갔다가 오는 길이었어요.
취준생이다 보니 옷은 그냥 편하게 검은 후드티에 셀비지진 이었고요.
4월5일 시간은 대략 오후 7시에 강남 고속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앉아 있는데, 어느 젊은 여자가 제 옆에 앉으면서 제 팔을 툭 치더라고요. 뭔가 느낌이 호감을 보이는 것 같았지만 설레발일수도 있어서 그냥 어색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했어요.
근데 10분정도 뒤에 갑자기 말을 걸어 오더라고요.
말 몇마디 나누다보니 팔짱끼고 옆에 달라붙고 제 코도 살짝 터치하면서 코 세운거냐 물어보고 여긴 왜왔고 집이 어디고 등등 이것저것 질문하는데 아주 적극적이었어요 거의 뽀뽀할뻔. 좀 당황스럽기도 좋기도 했고요.
아무튼 그러다가 나이얘기 나와서 17살이라는걸 알게 되었는데, 깜짝 놀랐어요. 화장한 얼굴이랑 캐주얼한 사복을 입고 있는걸 보니 당연히 20대 초반일거라 생각했거든요. 학교는 어쩌고 여기에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무튼 듣고나서 보니 화장을 안했다면 앳되어보이는 얼굴이었어요. 이미 조금은 실망한듯한 표정이었지만요.
한편으론 의심스럽기도 했어요. 소문으로만 듣던 가출청소년을 이용한 꽃뱀사기인가 싶기도 해서요. (이런식의 대시는 처음 받아봐서 굉장히 의심스러웠어요... 제가 디게 훈남은 아닌데 평소 번호는 조금 따이는 편이에요. 근데 다 합쳐서 10번도 안되요 허접해요.)
그러다가 집가는 버스가 와서 이제 가보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 애가 급하게 제 번호를 물어봤어요. 그런데 그때 까지만 해도 저는 이런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고 꽃뱀이라고 의심하는 마음도 들고 버스도 출발하려고 하고 결정적으로 급해서 그런지 몰라도 통화버튼 눌러서 키패드 창 띄우는걸 통화기록 누르고 막 헤매길래 번호 안주고 버스 탑승해버렸어요.
근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너무 아쉽더라고요. 정황상 꽃뱀같지도 않고요. 주변 지인들에게 의견 구해봐도 꽃뱀은 아니고 그냥 마음에 들었던 것 같고 아직 어려서 방법이 독특했을뿐인 것 같다는 의견이고요. 아무튼 지금은 너무 후회가 되네요. 까짓거 버스 놓치고 30분 기다릴 걸. 시간을 되돌리고 싶네요.
나름 깜찍하게 생겼고,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만 적극적으로 대시해줬는데 무시해버린것도 마음에 걸리고... 사실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는 죄책감만 아니면 그 애가 조금 마음에 들었는데 이런 저런 핑계로 회피해버린 것 같아서... 자책까지 하는 중이네요. 바보같이.
제가 생각해도 좀 찌질하고 궁상맞지만, 정말 가슴속에서 번뇌가 일어나서 참기 어려워서 네이트 판 까지 왔습니다. 혹시 17살 여러분들 중 이런 이야기를 한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 전달좀 부탁드립니다.ㅠㅠ
(혹시 이 글 읽고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나이 많은데 주책이져. 게다가 취준생인데. 이 글은 어찌보면 후회로 인한 제 마음의 번뇌를 잠재우기 위한 수단에 더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