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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집이 싫어요.

|2016.04.27 11:32
조회 1,273 |추천 1

안녕하세요.

직장생활하는 평범한 27살 여자입니다.

사실 아직 미혼인데....

마땅한 카테고리를 못 찾아서 남편 대 아내랑, 결시친에다가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ㅠㅠ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하....

적은 나이도 아닌데.. 저는 집이 싫습니다.

시골에 사는데 본가에서 출퇴근 하다가.. 차 기름값도 많이 들고

독립해야되겠다는 마음에 작년 12월부터

회사 근처 새로 지어진 임대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선, 집에서 벗어나니까 너무 좋습니다.

집에서는 이런 저런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괜히 눈치 보이고 그러는데...

혼자 사니까 눈치 주는 사람도 없고... 스트레스도 안받고....

 

저희 엄마 아빠는 별거 생활을 10년 가까이 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 한창 예민하던 시기에... 엄마가 집을 나갔습니다.

부부 싸움 때문은 아니고...

엄마가 한창 성인게임장에 빠져서... 집에 있는 돈을 다 빼돌렸었습니다.

그렇게 집을 나가서 몇년을 생사여부도 모른채 살다가

제가 대학생일 때 다시 엄마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엄마는 집 나간 뒤로는 마음 잡고 절에서 수양했던 것 같더라구요.

이런 저런 공부하며 도박은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안하고 계세요.

 

그러다가 2년쯤 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집에 돌아온 사실이 너무 기뻤습니다.

제 꿈이 죽기 전에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사는거였거든요.

근데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2년 동안 엄마를 지켜본 결과

엄마가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정신병원에 가야되고.. 그정도는 아닌데...... 뭔가 생각하는게

보통 사람하고 많이 다릅니다.

 

처음에 집에 돌아와서는 보험을 했었습니다. 집 나가기 전 과거에도 보험을 했었어요. (제가 유치원생일 때 부터 고등학생까지)

나름 엄마가 영업을 잘 했던건지 사실 유년기 때는 남 부럽지 않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맞벌이 때문에 신경 못써줘서 미안하다며 남들 어쩌다 먹는 치킨, 피자를 저는 어릴 때 질리도록 먹었거든요. 

 

어쨌든 집에 돌아와서 보험을 시작한 엄마가 대견스러웠어요.

돈이 되든 안되든 그냥

절에만 있던 엄마가 다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뭔가 평범해보이고 좋았거든요.

 

그렇게 3~4달 열심히 다니시더라구요.

저도 마음이 놓였습니다.

 

근데 어느날 엄마가 아빠 몰래 할말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들어봤더니...

엄마가 절에 있을 때 엄청 아팠던 적이 있대요. 그래서 사람 구실 못하고 있을 때 1년 가까이 엄마를 보살펴 준 언니의 딸이 교통 사고를 냈대요.

교통 사고 가해자라서.... 합의를 못하면 교도소 가야된다고 그러더라구요.

젊은 애가 너무 불쌍하지 않냐면서... 아무래도 돈을 해줘야될 것 같은데...

우선 엄마가 가지고 있는 500만원인가를 보내줬대요.

 

근데 그거로도 모자랐나봐요.  엄마 생각에는 천만원 정도를 더 해주고 싶었나봐요.

그래서 급한대로 어디서 민간?에서 돈을 빌렸는데.... 이게 막을 길이 없으니까

저한테 부탁하더라구요.

 

제가 취업한지 6개월 정도 됐으니까 대출 자격이 될 것 같다고 하면서.....

본인의 몇 달치 월급 명세서를 보여주고.... 내가 한 달에 이 정도 벌고...갚을 능력은 된다고... 다만 아직 대출 받을 자격이 안되서 저한테 부탁하는거라고.........

은행에서 싼 이자로

대출 받아주면 꼭 갚겠다고...

 

각설하면, 어쨌든 제가 햇살론으로 900만원을 받아줬습니다.

3년 갚는거로 해서요....

 

그렇게 엄마가 보험을 시작한지 1년쯤 됐을까.

자꾸 보험하기 싫다 그러면서 어디 식당같은데를 기웃 기웃 거리더라구요.

 

그러면서 저희 본가에서 먼 지역의 프렌차이즈 식당을 돌아다니더니...

그걸 하고 싶다고 합니다.

 

처음엔 저희 가족이 다 말렸지요. 너무 무턱대고 시작하는 것 같고..... 암튼 좀 그랬어요.

근데 엄마는 막가파식으로 나 이거 못하게 하면 죽을꺼라고.... 그러고....

어쨌든 아빠가 장사하는데 필요한 이천인가 삼천인가를 대출 받아줬습니다.

아빠가 공무원이라서 신용이 좋은 편이라 이자는 쌌나봐요.

어쨌든 그렇게 프렌차이즈 전전세?를 시작했습니다. (주인은 아니고, 주인에게 100만원씩 꼬박 꼬박 주고 그 외에 돈은 엄마가 갖는 시스템?)

 

그래도 무기력하던 엄마가 일할 때 만큼은 좋아보이더라구요.

몇 달 뒤에는 동생도 엄마랑 같이 일을 했습니다.

장사는....

그래도 엄마가 손맛이 좋고 인심이 좋아서 그런지 그런대로 되는 것 같았습니다. 종사자들간의 사이도 좋았습니다.

 

근데 그 지역의 유동인구는 한정되어있는데, 식당이 일주일에 몇 개씩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니까.... 어디가 개업하면 며칠은 손님이 없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 겁니다.

결국 손님 나눠먹기가 되서...

엄마가 운영하던 식당 말고 다른 곳도 문 닫는 곳이 늘어났습니다.

 

엄마도 한 6개월 하더니....

더 하면 돈을 더 까먹을 것 같다고... 여기서 때려쳐야될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지금은 인건비 건지기도 힘들다고 하면서...

 

그렇게 장사를 접었습니다.

장사를 접으면서 천만원정도 까먹은 것 같더라구요.

 

근데 그 후가 문제입니다.

그 뒤로도 식당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는

여기 저기 기웃 거립니다.

 

그러더니 아빠한테 또 손을 벌립니다.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엄마의 마음이 이해도 안되고... 원망이 많이 됩니다.

그래서 엄마한테

장문의 문자로  "나한테 돈 빌려서 피해줬으면 됐지, 왜 아빠한테도 계속 그러냐고....뭘 하고 싶으면 남의 돈 대출 받을 생각말고 엄마가 열심히 돈 벌어서 그 돈 모아서 하라고....."

뭐 이런 내용을 보냈는데..

엄마가 문자를 받고 화가 많이 났었나보더라구요.

저한테 한동안 삐져있었습니다.

 

암튼 그 뒤로도 계속 아빠한테 한번만 살려달라고 말하며 식당에 대한 꿈을 못 버린 것 같습니다.

그냥 남들 엄마처럼 평범하게 돈 벌면 안되는걸까요?

꼭 대출을 받아서 식당을 해야될까요?

왜 본인 생각만 할까요? 그러다가 망하면 우리 가족이 다 덤탱이 쓰게 되는거 아닌가요?

 

프렌차이즈 식당 그만두고 지금 두 달쯤 됐는데....

지금까지는 제가 빌려준 돈 연체 시키지 않고 1년 넘게 잘 내줬습니다.

근데 이번 달에는 제때 못 갚았더라구요...제가 계속 독촉해서 납기일 4일 지난 뒤에 완납이 되긴 했는데.....

 

어제 집에 가보니 그것도 누구한테 돈을 빌려서 낸 것 같더라구요.

 

하......

 

어제 오랜만에 집에 다녀왔는데.... 집이 너무 싫습니다. 답답해요.

어제 엄마가 알바 같은거 하고 집에 늦게 왔는데....

제가 일자리를 추천해줬거든요?

 

어디 주방이모 구한다길래..... 210만원 준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도 엄마가 어디 한군데 묶여서 일하면 잡생각 안하고 일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추천했는데

쌍욕을 하더라구요.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동생한테 제 욕을 하고 있더라구요. 어떻게 니 언니가 그럴 수가 있냐 등등.......

 

짜증나서 인사도 한채 만채하고 나왔습니다.

 

동생말로는 엄마가 우울증 중기 증상이랑 비슷하다고 하더라구요.

집에 있을 때도 멍하니 밖에만 쳐다보거나 TV만보고 아무것도 안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말을 들으면 안타깝기도 한데... 그래도 계속 헛된 꿈만 꾸는 엄마가 너무 밉습니다.

 

참.... 엄마가 담배를 핍니다.

벌써 몇 십년 된거 같은데.... 작년부터 기침을 많이하고 목이 쉴 때도 많고, 가슴인가 옆구리에 통증도 호소하고... 그래서 폐암은 아닐까 걱정이 많이 됐었습니다. 폐암은 증상이 없다가 말기쯤 되면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맨날 맨날 건강하게만 해달라고 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가 아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저의 뇌에 박혀서 그런지... 혹시라도 엄마가 무리하게 사업에 손을 댔다가 망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걸까..... 하는 생각도 든 적이 있습니다.

 

저도 제가 못난 딸인거 알지만.......

왜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는지

요즘따라 너무 원망이 큽니다.

 

하.... 저같은 일이 일반 평범한 가정에서도 흔하게 나타나는 일일까요? ㅠㅠㅠㅠㅠ

너무 속상해서 판에서 푸념 한번 해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 깜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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