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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160430 |2016.04.30 01:47
조회 83 |추천 0

넌 세상에서 스스로가 제일 불쌍하겠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난 너를 감당하기가 점점 더 힘들다.
언젠지 기억도 안나는데 아무튼 엄청 까마득한 예전에 너가 나한테 그랬다. 아빠가 바람피는 것 같다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된 너는 울면서 나한테 전화했었고 나는 너를 달래줬었다. 사실 너가 좀 불쌍하기도 했다. 내 주제에 누구를 동정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래도 난 너가 안쓰러웠고, 안타까웠고, 난 니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짧지만은 않은 시기에 걸쳐 너네 아버지가 외도를 정리하시면서 일이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비교적 최근에 너가 나한테 여전히 부모님 사이가 좋지 않다고 얘기했을 때 난 그냥 막연히 하긴 그럴 수 밖에. 하고 생각했었다.


그 날 너는 나한테 이렇게 얘기했었다. 차라리 내가 부럽다고.
너는, 차라리 부모님이 이혼한 내가 더 낫다고 그렇게 얘기했었다.

근데 그때 넌 그 말을 해선 안됐었다.

나는 너가 어떤 심정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충분히 이해했고,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인 너를 충분히 안쓰러워했지만, 그와 동시에 더할나위없이 상처받았다.

 

너는 모르지만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의 기억은, 엄마와 아빠가 내가 잠든 사이에 서로 고함을 지르며 싸우던 그 순간이었다. 서로 욕을 내뱉고 울고 소리지르고. 난 이불속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었다.
우리 부모님은 서로 맞바람을 폈었고 서로 미친듯이 싸웠고 그러다 이혼했다.
내가 이야기한 적이 없으니 넌 몰랐을테고 몰라야만 하지만 그치만 아무리 몰랐더라도 넌 그때 나에게 그렇게 얘기해서는 안됐었다.

 

 

너는 종종 나한테 속상하다고 토로했었다. 자기는 고민이 있으면 바로 나에게 털어놓는데 나는 그렇지 않는다는게 그 이유였다.
내가 너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지 않는 이유는, 그건 내 고민이 누군가에게 말한다고해서 해결될 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난 이미 내 이야기를 너에게 털어놓은 것을 후회하기 때문이다.

너가 너무 망설임없이 내게 이혼한 부모님에 대해 묻고, 아빠가 재혼한 새엄마에 대해 물을 때 사실 난 곤혹스럽다. 친엄마랑 새엄마 중에 누가 더 좋냐는 너의 철없는 질문도 싫었고, 내 상처를 별거 아닌 일로 치부해버리는 ..그냥 그런 너가 싫어졌다.

내 인생은 너무나 굴곡져서 부모님의 이혼은 정말 별거 아닌 일에 속하는데,

그 별거 아닌 일을 너에게 털어놓은 것으로 온갖 상처란 상처는 다 받게 된 내가

집으로 아버지의 빚독촉장이 날라온다는 사실을, 내 앞으로 되어있는 생활비대출 몇백만원을, 부모님 대신 평생 내 뒷바라지를 한 할머니가 아프다는 사실을,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휴학한 오빠를,  어떻게 얘기할 것이며,  어떻게 토해낼 것인가.

 

내가 이 이야기들을 너에게 하지 않는 이상 너는 나에게 '그래도 넌 나보다 낫지.' 라고 이야기 할 것이고 난 거기에 웃으며 넘어갈거다. 내가 너에게 속마음을 토로하지 않으니 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내 이야기를 너에게 말하고 너에게 속상했던 것을 말해가며 널 바꾸고 싶지는 않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지쳤고 너에 대한 기대가 없다.

8년동안 너 받아주느라 힘들었다

우리 이제 친구하지 말고 각자 갈 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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