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천생이, 타고난 성정이 '슬픔'인 것 같습니다.
공포영화를 봐도 멜로물 스릴러 드라마 액션. 그 어떤 장르의 영화를 봐도 꽂히는 부분이 있어서 꼭
울고요, 시를 읽어도 눈물이 나고 맑은 오후 하늘과 아름다운 것들 특히 아이들의 심성이나
여리고 순수한 마음이 비춰지는 굉장히 별거 아닌 일들, 남의 결혼식가면 제가 꼭 울고요
동물농장은 제 약점인 프로그램입니다 쳐다도 못보고.. 동물의 왕국 보면서도 울어서 것도 못봤고요.
스물 초반엔 가족들과 마트에서 장보러 갔다가 생닭들이 진열돼있는 걸 보고 운적도 있어요.
스스로도 무척 예민하고 여린 감성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이 지속되는 슬픈감정으로 우울한 정서도
배가되는 것 같아요. 실은 이런 부분이 스스로가 참 뭐랄까 연약하면서도 사랑스럽다고 위안해
보기도 하지만 이게 조금씩 걱정이 되네요. 굉장히 감정적이고 감성적입니다.
이런 기질을 살려서 일을 해보고도 싶은데 갖춰놓은 것도 없고 막막하기만 하고..
비 오기 전 먹구름이 가득낀 회색하늘을 좋아하고 비가 오면 기분이 제일 좋아져요.
가슴이 답답할 때 강한 바람을 맞으면 속이 시원해지는 것처럼 비가 제겐 그런 존재입니다.
아주 어릴적부터 이런 성향은 도드라졌던 것 같아요. 일곱살 때 유치원 졸업식날 졸업식 노래를
다같이 부르는데 친구들은 그저 노랫말이 적힌 악보를 보고 가르쳐준대로 따라 부르는데
유독 저만 펑펑 울었네요. 그 동영상을 보면서 가족들은 웃었지만 아무쪼록 이런 제가 저도 모르는
유년기때의 트라우마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해서 돌이켜 보면 다섯살때 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오빠와 단둘이 잠에 들어야했었는데 더이상 송출되지 않는 티비화면을 계속 보며
새벽내내 큰소리로 울어댔어요. 그때부터 아마 제 정서는 분리불안이나 우울감, 슬픔 이런 것들에
휩싸이지 않았을까 유추해봅니다.
혹시 저같은 분들이 계실까요?
지인들을 만날땐 활발하고 잘 웃고 유쾌하고 짓궂은 장난도 아주 잘 쳐요. 하지만 절 잘아는 분들은
제가 이런 특별한 감성? 같은 걸 지닌 아주 우울하고 슬픈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있습니다.
그냥 무의미하네요. 재미있는 일만 하고 싶은데 싫은 일도 해야 어른인 이 세상에서 제가 찾을 수
있는 해결책이나 일은 어떤 것이 있을지요.
어떤 말이든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