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첫연예였던 사람과 5년만에 결혼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얼마전에 제 석사를 봐주셨던 교수님께서도 박사과정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하시네요.
그리고 저는 결혼도 하고싶고 대학원도 가고 싶습니다.
약간 피해심리같은게 있어선지 기회가 오면 그 어떤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아직 예랑에게는 대학원이야기를 못꺼냈을 때
전에 예랑이랑 저희집에 인사가서 가족들에게만 살짝 결혼하고 대학원가려한다고
이야기를 했던니 염치없다고 부모 욕먹이는거라고 하시더라구요,,
그 뒤로 고민하다 예랑에게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 착한 사람은 제가 하고싶은대로 하라고 해주더군요.
하지만 제 스스로도 제가 욕심을 부리는건지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건지
머리가 아프고 고민이 되서 어지러울 정도에요.
분명 예랑은 괜찮다고해도 제가 직장을 관두고 대학원에 가면 시댁에선 안좋아하실테니까요.
하지만 계속 내 인생에 내가 이정도 택할 권리도 없는가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요.
저희집은 시골이에요. 부모님들 다 농사지으시고 제가 대학 입학한 시점부터는
1년에 한두번밖에 못뵈고 살았어요.
결혼하면 친정이 그렇게 그립다던데
저는 지금도 결혼한 뒤에도 그렇게 그립지 않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애초에 집이며 부모님부양이며 남동생이 다 도맡아하기로 옛날 옛적에 이야기가 다 끝났고
재산도 전부 아들꺼라는 부모님과 그다지 정이 없어서요.
저와 언니에게는 고등학교 졸업한 뒤에 바로 독립해서 살았습니다.
언니는 부모님 성화에 집근처 2년제 전문대에 진학해서 졸업 후 역시 근처 사무실에서
경리일을 보고 있습니다. 집도 독립했다지만 차로 20분정도구요
남동생은 현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대구에 있는 4년제 대학에 입학해서
부모님이 방값이며 등록금을 모두 지원해주고 계시구요.
저는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에 있는 4년제대학교에 지원하였고 운좋게 합격하여
부모님반대에도 진학해 그 시점부터 100원도 지원받지 못하고 학업을 했었습니다.
수능이 끝난 시점부터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200만원 남짓의 돈과
그간 용돈을 쪼개모았던 120만원이 있었지만 학교를 다니긴 커녕 방값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고
첫학기부터 선배들이 짜준 시간표가 아닌 제가 알바시간에 맞춰서 짠 시간표대로
알바시간에 쫒겨 생활하게 되어 결국 입학 한학기만에 휴학도 해야했습니다.
부모님이 주는 용돈대신 언니가 다달이 20만원, 30만원 이렇게 보내주는 용돈을 생활비로 쓰고
아침부터 자정까지 여러곳을 돌아가며 일했고 보증금 낼 돈도 없어 고시원에서 살았어요.
알바비에서 방값을 뺀 모든 돈을 모아가며 1년을 일하니 정말 딱 1년 공부할 등록금이 나오더라구요?
그 때 내가 일해서 대학을 다니겠다고 생각한게 얼마나 무모한 짓이었는지 느꼈습니다.
그 뒤론 정말 장학금 하나만 보고 공부했고 전액장학금을 못타면 그냥 학자금대출을 받았어요.
생활비 때문에 평일엔 교내근로로 일하고 주말엔 아르바이트만 했으니 친구도 없는 외로운 생활에서
지금 예랑을 만났습니다!
천사같은 사람을요ㅎㅎ 그때 예랑은 같은 학교의 학석사통합과정을 다니고 있었는데
그때 근로지에서 교내 포스터에 도장찍어주다 만났어요ㅎㅎ
첫만남당시 제 꼴이 말이 아니었는데
(돈없어서 미용실도 안가고 집에서 대충 앞머리만 자르고 화장도 안하고 옷도 적당히 사서 입음)
이상하게 학교봉투받으러 포스터 도장받으러 자주 왔다갔다하는 사람이 신경쓰여
점점 조금씩 꾸미게 되더라구요.
조금씩 친해지면서 제과점 과자나 커피같은 걸 자꾸 사다주더니
어느틈에 아르바이트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끝나는 시간에 찾아와 집에 데려다주는
그런 사이가 되있었습니다.
그러다 현제 박사 제안하신 교수님께서 연구를 도와달라고 하시며 대학원에 오지 않겠냐고 하셨고
예랑의 지지하에 대학원에 진학한 뒤 더 열심히 연애하는 사이가 되었어요.
대학원 등록금은 교수님이 연구비로 처리해주셔서 문제 될게 없었고
사실 교수님께서 그냥 저를 잘봐주셔서 대학원생으로 뽑으신거라
그다지 시키시는것도 없었던지라 오히려 저는 학부때 추억보나 석사때 추억이 더 많습니다.ㅎㅎ
석사마치고 역시 교수님추천으로 취업해서 2년간 일과 연애로 보냈는데
회사분위기가 요즘 별로 안좋아서 좀 찜찜했어요.
얼마전 주말에 오랫만에 교수님과 대학원생 출신들끼리 모일 일이 생겨서
그 때 회사분위기가 안좋다고 말을 꺼냈더니
이때 교수님이 이참에 회사관두고 박사과정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하셨어요ㅎㅎ
요즘 학교에 대학원오는 애들이 없어서 정말 연구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시다구요.
바로 그 전날 내년 2월로 결혼날짜를 잡았던지라 고민을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었지만
사실 크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막상 집에 인사다녀오고 예랑하고 상의하니
제가 진짜 염치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집에 지원은 요만큼도 못받고 시집가면서 모아둔 돈은 천오백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
시댁에서는 농사짓는 저희집 배려해서 식날짜도 2월에 맞추게 해주셨고
친구도 없고 돈도 없는 저때문에 간소하게 식올리는 것까지 다 좋다고 해주셨는데
이와중에 결혼하면 직장 관두고 대학원에 간다고 하면 진짜 제가 얌체죠..
그런데도 포기하기 싫은거보면 제가 진짜 나쁜년인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