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한테 마음이 없다고 했다. 떠났다고 했다.
사실 널 잊는거보단, 니가 날 더 이상 남자로서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인정하는게 더 힘들것 같고 실제로 그래.
내가 한눈에 반해서 따라다녔던 연애 전 한달동안, 넌 그냥 날 들이대는 동생으로만 봤었고 내가 고백했을때도 넌 연애감정이 아닌 내가 귀여워서 받아줬다고 했었지. 나한텐 행운이었지만 넌 아니었을 너의 첫 연애가 바로 나였고 난 네 처음이라는 이유로 더 노력하고 너에게 잘해주려고 했다. 원래 내가 연애할땐 간 쓸개 다 빼주면서 훨씬 더 나중을 생각하면서 만나는 편이지만, 너한텐 정말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 미래를 그리면서 날 만난걸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에 그만큼 사랑했었다. 너도 내 마음 알아주고 날 점점 더 사랑해주면서 더더욱 난 정말 너뿐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었고.
그렇게 4년을 만났다. 처음의 난 누나한테 최선을 다했다. 뽀뽀해주겠다는 약속 하나로 담배도 바로 끊어버렸고, 내가 밥을 굶는 경우가 생겨도 누나랑 같이 먹을 저녁을 생각하면서 참았고, 속아파 못먹는 매운 음식을 누나가 좋아하니까 입술이 퉁퉁 부어가면서도 먹었고, 30분이면 갈 집을 누나 데려다주느라 세시간씩 더 늦게 들어가곤 했다. 하지만 난 어렸고, 군대도 가야 했고, 학교도 누나보다 더 다녀야 했고, 그렇기에 능력도 없었다. 우리가 이렇게 끝날건 어떻게 보면 예정되있었는지도 몰라.
누나가 졸업하고 취직해서 열심히 돈 버는 동안 난 군대 간다는 핑계로 도움도 안되는 이상한 알바나 하면서 벌고 쓰고 놀기를 반복했다. 그렇다고 추억에 남을 데이트를 한것도 아니고 매일 누나네 집 근처 회사 근처 학교 근처를 멤돌면서 똑같은 데이트 똑같은 먹거리만 먹었지. 지금 생각하면 너무 후회된다. 누나가 나한테 점점 질려간다고 했던 이유중 가장 큰게 저거였으니까. 성욕이 없다시피 한 누나랑 달리 난 애정표현을 좋아했고 자주 사랑을 나누고 싶어했다. 마지못해 받아준다는걸 알면서도 단둘이 있을 땐 내가 누날 다 가진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하는 데이트는 점점 똑같아졌고 그럼 여행이라도 다녀오자라는 생각에 준비했던 여행은 당일치기를 원하는 누나 시간이 안맞는 나 돈이 모자랐던 나때문에 파토나기가 일수였다. 따져보면 4년 연애하면서 여행이라곤 가평 한번 다녀온게 전부였네. 사실 그건 내잘못이다. 군생활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고 나와선 놀아야지라는 생각에 난 같이 여행 가자고 말만 해놓고 주변 관광지는 커녕 교통편도 안알아봤었으니까. 그래놓고 매일 애정표현도 안해준다고 징징대던 내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익숙함에 속아 널 놓치지 말자"
인터넷에서 가끔 보는 글귀다. 지금 내 속이 딱 그런것 같아. 전역하고 나서 지금까지 못했던 만큼 열심히 좋아하고 사랑해줘야겠다아고 생각했던 난 익숙함에 속아 똑같은 데이트를 하고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이 누날 안았고. 회사일에 자격증에 방통대 공부까지 하면서 몸이 세개면 좋겠다던 누나에게 응원은 못할 망정 보고싶다고 징징거리기나 했다. 헤어질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하고. 누난 점점 더 힘들고 지칠때 기댈 듬직한 오빠같은 남자를 원했는데.
막상 옆에 있는건 자기가 뭘 갖고싶어했는지도 기억 못하고 맨날 똑같은 것만 할거면서 만나자고 하는 재미없어진 어린애였을테니.
헤어질 당시에는 다른 남자가 생겼는지, 아니면 그렇게 숱하게 해대던 헤어지잔 말로 날 또 시험하는건지 원망스럽고 미운 마음이 너무 컸다.
지금은 너무 그립고 힘들다. 보고싶다. 내가 누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못해주고 이렇게 남남이 됐다는게 너무 아쉽다. 시간이 더 흘러서 취직하고 차 뽑고 능력생기고 더 누날 생각해줄수 있게 변해서 오란 말은 너무 가혹하다. 인생 첫 연애로 결혼까지 하긴 부담스럽고 여러 남자 만나보고 결혼하고싶다 한 누나 마음이 이해는 가지만 너무 속이 상한다. 집 데려다주던 길 잡던 손, 볼에 뽀뽀해주던 입술, 같이 먹던 누나가 좋아하는 매운 음식, 카페 갈때마다 같이 앉아서 먹던 녹차라떼... 이런 걸 나 아닌 다른 사람과 공유할걸 생각하니 속이 터져버릴것 같다.
기다리고 싶지도 않고, 더 우리 사이가 멀어지기 전에 다시 시작하고 싶다.
친구론 정말 좋은데 집착할거면 연락하고 싶지 않다는 그 말도 너무 가슴에 박혔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회사 다니면서 지친 몸으로 면회 오고, 계좌이체 문구로 편지 썼다면서 수줍게 건네주던 누나 입에서 군대 괜히 기다렸단 말이 나온 거였다. 누난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걸 다 해줬는데, 나도 이제 해줄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은 생겼는데 이미 우리 사이는 친구로 돌아갈 수 없는 사이가 돼버렸다.
사실 집착도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하는거지만... 누나도 마음 약해지고 힘들다고 했지만 전혀 힘들어보이지 않는다. 외려 너무 자유롭고 편해 보인다.
헤어지고 고작 2주지만 누나 생각으로 가득차서 아무것도 못하겠어. 처음 반지 끼워줬을 때, 낯간지러워서 이벤트는 도저히 못하겠던 내가 겨울에 몰래 주머니에 반지 넣어놓고 추우니까 손 잡아 주머니에 같이 넣고 꼬물딱거리면서 끼워줬던 그날. 누난 이벤트같은거 안 해줘도 된다고 하면서 되게 순수하게 좋아했었는데. 전역하던 날 신겨줬던 꽃신 보면서 그 웃던 표정이 아직도 선한데.
우리 헤어지기 전날, 누날 거기에 부르는게 아니었는데.
내가 좀 예민하고 화나도 헤어지잔 말은 절대 하는게 아니었는데, 누나가 먼저 전화로 헤어지자고 끝이라고 엄포 놓을때 잡았어야 했는데. 헤어지잔 말은 만나서 하는거 아니냐고 물었을때 누난 아마 내가 다시 매달릴줄 알았겠지. 그때 냉정히 생각하지 못하고 맞불 놔버린 내가 너무 원망스러워. 할 수 있다면 거기서 뛰쳐나오면서라도 누나 잡았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안떠나.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혼자 술먹고 청승떨면서 전화했던 그날, 누난 그렇게 있었으면 좋겠다던 남사친이랑 단둘이 술을 먹는다 하면서
미친놈처럼 해대던 내 전활 다 무시했고 그 날이 아마 헤어지고 조각나있던 내 멘탈이 가루도 안남고 산산이 흩어진 날이었어. 이제 남남이니까 그런거 다 말해야 하냐고 되묻는걸 대답은 못하고 더 큰 상처만 남아서 지금까지도 끙끙거리고 있다.
아직 누날 너무 좋아하나봐. 자기가 헤어지자고 하면 무조건 잡으라던 누나 말대로 엄청 매달리고 있는데 더 이상 집착하면 정말 남남이라는 누나 말이 너무 겁나.
이제 전처럼 답답하게 하지 않을 자신 있어. 누나가 원하는대로 살도 빼고 어깨도 넓히려고 운동도 시작했어. 옷도 집에서 굴러다니던거 대충대충 입던 내가 인터넷에서 남친룩이니 뭐니 찾아대면서 불편하던 셔츠를 더 많이 입게 된것도 누나 때문이야. 나 지금까지 많이 변했잖아. 좀 더 변할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
누나가 이런 글 안 보는 것도 알아. 아무리 내가 발린 소리를 해대도 웃기만 하고 다시 만나긴 싫다고 했었던것도 기억해. 그래도 마지막으로 매달리고 싶어.
만약 마음이 변하면, 날 다시 만나고 싶다 생각한다면, 기회를 주고 싶다 생각한다면 그냥 카톡으로 닭발 먹으러 가자고 한마디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마 안되겠지.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은데. 당장 당장 떠오르는 진심으로만 읽지 않을 편지를 써봤어.
내가 능력 생기고 어른스러워지면, 다시 만나러 가겠다고 했었지.
언제가 될지 모르겠어. 지금은 그냥 그 시점을 최대한 빨리 당기고 싶은 마음뿐이야.
그때까지 잘 지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