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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다가와줄래요?

소녀 |2016.08.12 17:55
조회 1,270 |추천 5

오늘 핸드폰을 바꾸러 갔어요.

 

핸드폰을 바꾸면 그 동안 당신과 나눴던 대화가 다 지워지니까,

왠지 많이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핸드폰을 바꾸러 가는 길에

당신과 나눴던 대화창을 열어 되새겨봤어요.

 

그 동안 우리가, 참 많은 대화를 나눴더라구요.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가 꽤 가까운 사이였더라고요.

 

저는 당신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한 사람들도 듣지 못했을 당신의 얘기를 듣고 있었고,

 

저 역시도 차마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숨겨왔던 저의 고민을

어느 순간부터 당신에게 말하고 있더라구요.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밤 10시 30분이면 우리는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오늘 하루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에게 조잘조잘 얘기하고 있더라고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연락을 해서 그런지

익숙한 습관처럼 박혀 있었나봐요.

 

특별한 대화였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지난 대화를 올려보니,

저는 항상 10시 30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나봐요.

 

당신과 연락하고 싶어했고,

당신에게 칭찬받고 싶어했어요.

 

그걸 보고 알았어요.

제가 당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그 전까지는 몰랐어요.

당신은 제게, 그저 편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당신은 내 얘기를 잘 들어주니까..

당신이 하는 얘기가 재미있으니까..

 

그냥 이대로 편한 사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니예요.

특별한 사이가 되고 싶어졌어요.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당신에게 가장 먼저 얘기하고 싶고,

우울하고 슬픈 일이 생기면 당신에게 기대고 싶고,

 

맛있는 걸 먹은 다음에는

당신과 같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라요.

 

당신을 생각하다보면 괜히 웃음도 나오고,

문득 보고싶어지기도 해요.

 

알고 있어요.

지금 당장은 제게 못 온다는 것을.

일이 많아서 잠자는 시간조차 고파하는 당신이라는 것을.

 

그래도 저는 괜찮아요.

그냥 지금처럼 웃어주기만 하면 되요.

 

어젯밤에 나눴던 대화처럼,

내일은 무엇을 할 건지 얘기하면서

하루의 끝을 같이하기만 해도 좋은걸요.

 

그것만으로도 제게는 봄인걸요.

 

비 오는 날을 정말 싫어했는데,

비 오는 날이 좋다는 당신의 한마디에

요즘은 비 오는 날도 좋아지려고 해요.

 

제 목소리가 정말 좋다는 당신의 말에,

일부러 음성메세지를 녹음해서

장난스럽게 당신에게 보내기도 했어요.

 

말을 예쁘게 해줘서 고맙다는 당신의 사소한 칭찬에,

저는 그 날 이후로 말을 더 예쁘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저는 당신의 웃는 모습을 참 좋아했어요.

그래서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좋은 결과를 갖고 오면,

당신이 웃으면서 쓰담쓰담 해주니까.

 

그 한번의 미소를 보기 위해서

그 한번의 칭찬을 듣기 위해서

 

더 잘 하려고 노력해왔어요.

 

예쁨 받고 싶었고, 사랑 받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에게 만큼은..

 

저는 지금,

당신이 그어놓은 선 끝에 서 있어요.

 

이 선을 넘어갈까 말까 수백 번, 수천 번을 고민했지만.

차마 넘어가지는 못하겠더라구요..

 

제멋대로 커져버린 저의 마음 때문에

혹여나 당신이 부담을 느낄까봐..

 

좋아했던 우리 사이마저 멀어져서

얘기조차 못하는 사이가 될까봐..

 

당신이 저를 잘 알잖아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걱정도 많고, 생각도 많아

답답한 사람이라는 것을..

 

수 많은 질문과 수 많은 확신이 있어야

비로소 안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당신과 함께 걷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당신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서,

모든 게 조심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당신이 용기내어 한 걸음 다가와주면

괜히 못 이기는 척 두 걸음 다가갈 수도 있는데,

 

한 걸음, 다가와줄래요?

 

 

추천수5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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