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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님 멜

40대 남아 |2004.01.17 16:59
조회 367 |추천 0

오늘 아침 근 몇 개월 만에 멜에 들어가 보니깐 언제 도착했는지도 모를 광고성 멜이 수북이 쌓여 있는데 어떤 특이한 멜을 발견하였다.

 

그건 “보낸이:시냇물,  제목:없음” 이란

이름으로 내가 보낸 파일 바로 밑에 구랍 12월31에 도착한 멜이였다.

 

별다른 생각없이 음란성이나 광고용 멜이겠지 하며 그냥 지우려다 뭔가 호기심이 발동하여, 행여 우아한(?) 동영상이거나 아님 어떤 이름 여인이 보냈겠지 하며 멜를 열어보니 바로 집사람이 내게 보낸 멜이였다.  

 

내용을 이렇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6시, 멜 확인하러 들어왔는데

당신의 화통한 웃음과 유머가 생각나네요

00 결혼 때 정말 고마웠습니다

~

~

지금까지 내가살면서 화장에 관심을 가지기는 처음이에요

~

~.

조요한 집에 웃음준 당신에게 감사드리고 새해에는

당신의 뜻이 꼭 이루어 지기를 기도합니다

당신의 아내 드림”

 

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멜 받고 평소 가부장적 가장 역할과 의무적 아내 역할만 했던 우리 가정사와 부부사이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내가 이 사연을 소개한 이유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울 부부는 각방을 썼고, 집안에서는 별로 신나는 일도, 재미나는 일도 별로 없었으며, 애들은 애들 대로 나는 내 쪼대로 행동파 역할을 충실히 해온 결과로 말이다.

 

더구나 2년전 집사람이 그토록 믿고 의지했던 큰 오라버니가 심장마비(심경근색)로 졸지에 52세의 아까운 일기로 세상을 떠나버려 그 충격과 고통으로

우울증에 시달렸고, 그로 인해 나 또한 의미 없는 나날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바깥으로만 돌았지 아내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를 선뜻 걸기 싫어 가깝고도 먼 당신과 나 사이로 무미건조한 생활을 이어 왔다.

 

그런데 지난 연말에 그 오라벌이의 맏딸이 시집가는 날 울 마누라가 너무나 이쁘고 아름답게 화장을 하고, 어디서 구했는지 폭 넓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타 나길래 나 자신도 내 마누란지 잘 몰랐다며,

 

"우와!!!!멋지게 어울린다, 너무 곱다, 어디 중전마마 같다”나

뭐나 하며 오만상 칭찬을 연발하고 한 껏 뛰워 줬더니 입이 함지박 만하게 웃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이유는 이런 경사스런 일에 꼭 있어야 했던 큰 오라버니가 없었기에

아들을 앞세운 장모님이랑 처남댁 식구들이 한켠으론 슬픔이 앞설 것 같기도 하여 분위기를 잡아주기 위해 조금은 과장되었지만 있는 말 없는 말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그날 저녁 신랑 신부가 신혼여행 가고 없는 처가댁 집안에 웬지 모르게 무거운 분위기와 침묵이 흘러 사위 셋 중 가장 말이 많고, 주두불사와 음주가무에 능통한 둘째 사위인 내가 말도 안 되는 이바구로 좌중을 한바탕 웃음으로 몰아갔던 것이다.

 

원래 조용한 집안 탓에 말수가 적고 술도 그리 반기지 않는 가풍이라 나와는 처가댁 함 갈 때부터 코드가 맞지 않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날이 날인 만큼 폭단주도 돌리고, 그 옛날 처가댁에서 있었던 추억거리를 소재로 우울할 것만 같던 분위기를 확 바꾸어 놓았는데 다른 사람 보단 울 마누라가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질서를 본 이후로 어쩐지 내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같기도 하여 다음날 은근 슬쩍 합방을 시도하니 그 완강하던 저항도 어느덧 순풍에 돗 단듯 어렵잖게 합방이 되어 그 기나긴 각방 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내 자신은 아무런 뜻도 없이 그냥 웃기고 재미있게 하려고 칭찬 몇 마디를 했는데, 의외의 반응이 있을 주랴......

 

평소 남들에게서 듣기는 많이 들었지만 마누라에겐 어떤 선물보다도 처가댁 일에 충성(?)하고 칭찬을 하면 내게 몇 십배 더 큰 선물이 부메랑 되어 온다는 사실을 이제야 께달았다.

 

비록 집사람이 보낸 멜을 근 한달여 만에 확인하여 미안한 맘도 있지만 오늘 만큼은 우웬지 기분이 좋다……..ㅎㅎㅎ

 

누군가 마누라 칭찬하면 8푼이고, 자식 자랑하면 7푼 고리라 했지만, 그 고통스럽고 기나긴 각방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선 워쩔 수 없었던 사실을…ㅋㅋㅋ

 

40대님들 아직은 힘이 있응께로 뭐 했다고 함부로 각방 쓰자고 뻐기지 마셔라요……..

체험하지 않았던 분을 그 기나긴 밤을 모를 거구만이라…ㅎㅎㅎ

 

그럼 날마다 행복하고 신나는 날 되셔요…………….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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