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만난 밝은 인상의 사내는 내 옆을 지나칠 때마다 시원한 섬유유연제 향을 풍겼다 그 은근한 향에 끌려서일까 자꾸만 곁눈질로 그를 바라보게 되었고 화려한 불빛들 속에서 한참 스마트폰을 들고 예쁜 밤의 모습을 담던 그가 갑자기 내가 서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내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몇 초간 수많은 고민을 하던 나는 어느새 성큼 다가온 그에게 태연하게 무슨 일이냐고 물을 수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뜻밖의 말을 했다 "저기 사진 좀 찍어주실래요?"
예쁜 밤의 '풍경'만 잔뜩 찍고 가기엔 못내 아쉬웠는지 그는 내가 거절할세라 얼른 폰을 건네주었고 얼떨결에 폰을 건네받은 나는 조금 더 뒤로 가 그와 예쁜 밤을 함께 담으려 했다 하나.. 두울.. 하고 셋을 외치려는 그 때 그가 갑자기 손을 휘저으며 버튼을 누르려는 날 가로막고는 히죽히죽 웃으며 수줍게 자기 옆자리를 가리켰다 "이리로 와요" 당황한 나머지 그의 말 뜻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려는 찰나 어느새 긴다리로 성큼성큼 내게 다가와 전면 카메라 모드로 바꾸고 말하는 그 남자. "같이 찍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