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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어머니도 며느리다

이연 |2004.01.18 12:00
조회 1,255 |추천 0

 

 

안녕하세요

외로운 일요일입니다.

 

울 신랑이 설 연휴 토요일에 쉬기 위함으로 오늘 출근을 했습니다.

저도 직장 다니는 입장에서 일요일에 출근하라면 되게 신경질이 나겠지만..

신랑 회사가 아버님 회사이고, 경영자 입장에서는 하루 쉬는 게 그만큼 손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불평이나 불만이 안 생기네요.

사람 입장이라는 게 참.. 이렇게 다른가 봅니다.

 

 

어쨌든..

저 이제 겨우 결혼한지 한 달도 안된 새댁입니다만..

아직 철이 없어 그런건지, 아니면 철이 너무 많이 들어 그런건지..

울 친정엄마랑 시어머니랑 비교를 많이 하게 되고,

그러면서 시어머니께 사랑을 조금씩 쌓아가고 있답니다.

(앗. 그렇다고 친정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오해는 말아주세요.)

 

 

저희 시댁은 큰집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아버님 고등학교때인가.. 돌아가셨대요.

그래서 할머니 혼자서 아버님과, 작은아버님, 삼촌, 고모님  이렇게 4남매를 키우셨구요.

아버님께서 맏아들이십니다. 저는 아버님의 맏아들과 결혼한거구요.

 

할머니는 연세가 많으신데 귀가 어두우신 거 말고는 아직 괜찮으시구요 ^^

밖에 자주 다니지는 못하십니다만 집안에서 생활하는데는 불편이 없으십니다.

 

 

이제 시어머니 얘기가 나와야겠지요.

아직 시댁에 대해서 많이 듣지는 못했습니다만,

저희 시어머니께서는 젊으셨을 때 부터 할머니를 모시고 사셨어요.

울 신랑이 올해 29살이니.. 거의 30년 정도 모시고 사신 셈이겠네요.

 

 

근데 결혼 전에 한 번도 저희에게 결혼하면 같이 살자고 하신 적이 없습니다.

집이 좁은 것도 아니고.. 방이 네 개라 하나 남거든요. 것두 저희 안방의 두 배 정도 되는.. +_+

할머니가 계셔서 그러신건지, 아니면 어머니께서 미처 못 즐기신 신혼을 자식이라도 즐기라고 배려하신건지...

 

 

할머니도 절대 시집살이 시키시구.. 그런 분은 아니셨답니다. (신랑 기억에는 사이가 좋았다고 하네요)

그래도 전 시댁에 갈 때 마다 마음이 조금 아픕니다.

저만 너무 편한 거 아닌가 싶어서요. 어머니는 아직 시집살이 하시는 셈인데..

그렇다고 지금 당장 시댁에 들어가서 시집살이 하겠다고 나서지 못하는 거 보면..

이런 게 사람의 이기심이겠지요.

 

 

고모님도 같이 살다가 시집보내셨구요, 울 어머니 고생 많이 하셨을텐데..

게시판 보면.. 가끔 홀어머니에 장남한테 시집간다는 사람 있음 보통은 말리더라구요.

다들 말리는 자리에 들어가서 몇 십년을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

그럼에도 며느리에게 베푸실 수 있는 건.. 저라면 절대 못할 일 같습니다.

그래서 전 우리 어머니 존경해요. 많이 사랑하려고 하구요..

 

 

 

울 친정어머니는 참 편한(?) 결혼생활을 하십니다.

첫 결혼에 시집살이 호되게 당하시고, 결국 헤어지신 후 지금 아버지랑 재혼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아들 중 셋째이며 막내, 고모 두 분 계시고요.

 

근데 울 아버지.. 어떤 수를 써서든 울 엄마를 제사에서 일찍 빼돌립니다.

늦게 찾으신 사랑이 힘든 게 안타까우신건지 정확한 뭔지는 몰겠습니다만...;;

보통은 가게(같이 가게 하시거든요)일 핑계대고 일찍 나오곤 하시나 봅니다.

 

저도 시집가기 전에는 울 아버지 짱이다! 했었지요. 울 신랑도 저러면 좋을텐데... 라구요.

근데 막상 시집와서 생각하니..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울 엄마 고생 안하니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더라는 거지요.

 

 

다행히 고모님들과 엄마 사이는 좋습니다.

엄마의 형님들(저한테는 큰어머니가 되시겠지요)은 기억이 잘 안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제사에서 빼돌린 영향이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싶은...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면...

저도 맏며느린데.. 도련님이 그렇게 동서 빼돌리면  울어버릴거예요.

 

 

 

그래서..

착한 척 좀 해보려구요.

어차피 대한민국 며느리인거고, 우리 시어머니도 걸어오신 길..

저도 같이 걸어가려구요.

 

명절에 울 아빠의 현란한 말솜씨로 차례만 지내고 일어서실 울 엄마한테는

딸 볼 시간을 조금 늦춰도 섭섭하시지 말라고 애교 부리고,

대한민국 맏며느리로 살아오신 울 시어머니 곁에 조금만 더 있으려구요.

울 시어머니는 아들만 둘이라 친정 올 시누도 없거든요.

 

 

그나저나.. 이번 설에는..

작은 어머님이랑 숙모님께서는 꾀부리는 동서에 속하니,

이번 명절에도 늦게서야 오실테구..

 

할머님이랑.. 어머님이랑 셋이 앉아 고스톱이나 한 판 쳐볼까 해요.

아버님두 광 파시라구 끼워드릴까나..

울 신랑은 간식거리나 나르라구 시킬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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